비트코인보다 카피 한 줄에 집중하라
- 문화/독서와 기록
- 2017. 12. 14. 07:30
일본 최고의 카피라이터에게 배우는 잘 팔리는 한 줄 카피의 법칙
글을 쓸 때마다 고민하는 것은 ‘무엇을 어떻게 써야 할까?’라는 문제다. 보통 서평을 쓰거나 방송 후기를 적기 때문에 ‘무엇을 적을 것인가?’라는 고민은 별로 하지 않지만, 어떻게 글을 쓰느냐에 따라서 글은 크게 바뀌게 된다. 어느 정도 감상을 적고, 어느 정도 책을 인용할 것인지는 여기서 정해지니까.
그리고 글을 쓰기 시작하면 이제는 또 제목을 고민해야 한다. 어떤 제목을 써야 다음 메인 카테고리에 노출이 되고, 어떤 키워드를 활용하는지에 따라 검색 노출에도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블로그에 글을 쓴다는 것은 단순히 글을 써서 만족하는 게 아니라 팔리는 글을 쓰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어떻게 해야 좋은 글을 쓰고, 어떻게 해야 좋은 제목으로 독자의 시선을 끌 것인가?”
나는 그 질문에 대한 해답을 얻고자 <잘 팔리는 한 줄 카피>라는 책을 읽었다. <잘 팔리는 한 줄 카피>는 자타공인 일본 최고의 카피라이터로 불리는 가와카미 데쓰야가 집팔한 책으로, ‘이야기’가 가진 힘을 마케팅에 접목한 ‘스토리 브랜딩’이라는 말을 가장 처음 만들어낸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잘 팔리는 한 줄 카피>를 읽어보면 첫 장부터 저자는 독자를 향해 질문을 던진다.
“당신이 서점에서 일하고 있고, 20년 전에 출판된 책을 읽고 큰 감동을 받았다고 하자. 그래서 이 책을 더 많은 사람이 읽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들었다. 그러나 지금 이대로는 절대 책이 팔릴 것 같지 않다. 이런 상황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시작하며’ 부분에서 곧바로 마주할 수 있는 이 질문에 나는 개인적으로 대답을 고민하다가 다음 문장을 읽었다. 저자는 이와 같은 사례의 주인공이 단 한 줄의 글로 그동안 판매 실적이 부진한 물건의 반등을 이끄는 일이 있다고 말한다. 나는 저자가 어떤 식으로 접근해 카피를 썼는지 무척 궁금했다.
마치 책이 ‘이 문장을 따라 글을 쓰면 반드시 대박이 터진다.’라고 말하는 기술을 소개하는 것 같은데, 실제로 책은 따라 하면 누구나 대박을 칠 수 있는 기술을 소개하지 않는다. 책은 어디까지 팔릴 확률이 올라가는 글의 법칙과 유형을 설명하면서 누구나 쉽게 팔리는 카피가 쓸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잘 팔리는 한 줄 카피> 저자는 카피를 적는 데에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을 어떻게 말할 것인가?’를 정하는 일이라고 강조한다. 우리가 어떤 상품을 판다고 가정했을 때, 우리가 그 상품의 어떠한 부분을 소비자에게 팔려고 하는지, 또 우리가 어떻게 독자에게 그것을 강조해 팔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우리가 TV 광고를 통해 볼 수 있는 LG 스마트폰 V30을 예로 들어보자. LG V30은 광각 카메라의 뛰어난 점을 핵심 마케팅으로 삼아 소비자들에게 ‘단순한 스마트폰 카메라가 아니라 한 편의 영화 같은 영상을 찍을 수 있는 카메라(무엇을)’를 직접 촬영한 영상으로 광고(어떻게)를 찍어 홍보했다.
분명히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어나 영상을 찍는 사람들은 LG 스마트폰 V30의 광고를 홀린 듯이 바라보았다고 생각한다. 글을 쓰는 나 또한 그랬다. V30 모델인 카라타 에리카의 모습을 촬영하는 V30 카메라의 효과를 이용해 영화 같은 연출을 하는 장면이 대단히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LG 스마트폰 V30 카타라 에리카의 광고는 역대급 광고 중 하나로 호평을 받았다. 이는 광고에서 드러난 제품의 특징만 아니라 카피와 음악, 모델 등 모두 요소가 어우러져 최대의 효과를 냈기 때문이다. <잘 팔리는 한 줄 카피>의 저자가 말하는 ‘무엇을 어떻게 말할 것인가’가 잘 활용된 예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그 정도로 뛰어난 감각이 없는 데다가 영상 기술은 가지고 있지 않다. 지금 나처럼 블로그에 글을 쓰는 사람이 향후 전자책과 종이책을 출판할 경우에는 제목과 한 줄의 카피 문장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어떻게 하면 짧은 글 한 줄로 강한 인상을 독자에게 남길 수 있을까?
<잘 팔리는 한 줄 카피>의 저자는 글을 강하게 만드는 2가지 방법으로 상투적인 문구를 피하고, 두 번째는 단어 조합을 생각하라고 말한다. 이 두 가지 방법을 기억해 활용하는 것만으로도 글은 강해질 수 있고, 상대의 기억에 남아 행동을 하거나 상품을 살 확률을 크게 올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책에서 읽은 추가적인 설명을 가져오면 다음과 같다.
상투적인 문구는 너무 자주 쓰여 눈에 익고 귀에 익은 말을 뜻한다. 식당을 소개하는 글이라면 ‘까다로운’. ‘엄선한’, ‘극상의’, ‘정성을 다한’, ‘느긋하게’와 같은 말들이 상투적이다. 기업의 경영 이념에 관한 글이라면 ‘지역 밀착’, ‘고객 제일’, ‘웃는 얼굴’, ‘미래’, ‘창조’, ‘이노베이션’과 같은 말들이 상투적이다. 이렇게 눈에 익고 귀에 익은 상투어로는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한다.
단어 조합은 평소와 다른 단어 조합을 말한다. 색다른 단어 조합은 읽는 사람의 머릿속에 화학반응을 일으켜 글이 강해지고 기억에 남게 된다. (본문 42)
가만히 생각해보면 우리는 정말 눈에 익고 귀에 익은 상투적인 문구로 적힌 광고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인다는 걸 알 수 있다. 과거 ‘우리 사장님이 미쳤어요.’라는 말은 획기적인 문구로 꼽혔지만, 이제는 워낙 눈에 익고 귀에 익어 반응을 얻지 못한다. 여기저기 미친 사장이 너무 많아 쓴웃음만 나온다.
단어 조합도 마찬가지다. ‘여기가 원조’, ‘부산에서 가장 맛있는 집’, ‘전국에서 제일 맛있는 집’이라는 단어 조합도 너무 질렀다. 그래서 때때로 간판 없는 운영하는 맛집이 때때로 방송으로 소개되고, 어떤 집은 유행에 따라가지 않는 오래된 간판을 유지한 덕분에 복고풍의 선발 주자가 되기도 한다.
소비자들의 기호는 흐름에 따라 과거와 미래, 현재를 오가기 때문에 소비자들을 노리는 카피 문구는 한 걸음 더 나아가 흐름을 유도할 수 있어야 한다. 저자는 이러한 흐름을 유도하는 방법의 하나로 새로운 정보를 가지고 뉴스를 만들어 판매로 이어가는 사례를 제시하고 있다. 아래의 글을 읽어보자.
2006년 스탠더드 북스토어가 신규 오픈했을 때 대표인 나카와 카즈히코는 지하철 신사이바시 역에 서점 광고를 냈다. 이 광고의 캐치카피 한 줄이 스탠더드 북스토어의 지명도를 단숨에 높였다. 바로 ‘서점이지만, 베스트셀러는 없습니다’라는 문장이었다. 지금도 서점 홈페이지에 가보면 이 캐치카피가 밝은 빨간색 배경에 흰 글자로 크게 쓰여 있다. 서점은 보통 베스트셀러를 판매하는 데에 혈안이 되어 있고, 이것이 상식이다. 그런데 ‘베스트셀러는 없습니다’라는 상식에 반하는 선언을 함으로써 많은 사람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고 손님들이 몰려들었다. 지금도 스탠더드 북스코어에 관한 기사 중 다수가 이 캐치카피를 소개하고 있다. 이 서점의 성격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말이기 때문이다. 물론 스탠더드 북스토어에도 베스트셀러가 있다. ‘베스트셀러는 없습니다’라는 말은 베스트셀러를 가져다놓지 않겠다는 의미가 아니라 베스트셀러라는 이유만으로 책을 가져다놓지 않겠다는 의지 표시다. 이런 강한 의지를 담은 선언은 뉴스가 되어 주목을 끌 수 있었다. (본문 72)
스탠더드 북스토어의 카피는 우리가 흔히 서점에 가지는 고정관념을 철저히 부수고, 새롭게 서점을 접근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 당연히 사람들에게 새로운 뉴스로 화자가 되었을 스탠더드 북스토 어는 대박을 칠 수밖에 없었다. 나는 책에서 이 글을 읽으면서 다음 책의 제목을 정한 것 같았다.
바로, <제 서평 집에는 베스트셀러가 없습니다>라는 제목이다. 제목과 달리 베스트셀러를 읽고 쓴 서평도 몇 편 정도 있겠지만, 내가 서평을 쓰는 이유는 베스트셀러라서 적는 것이 아니라 내가 인상깊게 읽은 책이라서 서평을 적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 의미를 잘 전달할 수 있지 않을까?
책 <잘 팔리는 한 줄 카피>는 이렇게 우리가 조금만 시각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매력적인 카피를 적을 수 있는 방법과 그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저자가 소개하는 잘 팔리는 카피의 법칙은 직접 상품을 판매하거나 콘텐츠를 생산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고민해서 시험해볼 수 있는 가치가 있었다.
책의 마지막에는 ‘나도 모르게 반응하는 캐치카피의 10가지 유형’이라는 제목의 장이다. 이 장에는 저자가 책을 통해 말한 무엇을 말할 것인지, 어떻게 말할 것인지의 유형을 활용해 정리하고 있다. <잘 팔리는 한 줄 카피>을 끝까지 읽을 자신이 없다면, 책을 사서 이 마지막 장만 읽어도 충분하다!
천 년에 한 번 나올 만한 미소녀
천 년에 한 번이라고 하면 당연히 과장된 표현이지만 반대로 그렇게까지 과장하면 엔터테이먼트가 성립된다. 지나친 표현이라는 부정적인 의견도 있었지만 실제로 사진 속 하시모토 칸나가 정말 귀엽기도 한 데다가 사람들의 반응까지 더해져 큰 화제가 되었다. 게다가 아이돌 그룹 SKE48의 멤버 마쓰이 레나가 자신의 트위터에 ‘하시모토 칸나가 너무 귀여워서 살아갈 기분이 생겼습니다’라는 글을 올린 것도 화제 확산에 박차를 가했다. 이렇게 해서 이 기사는 며칠 만에 50만 건 이상의 접속을 기록했다.
‘천 년에 한 번’이라는 문구는 점점 퍼져나갔다. NHK의 심야 뉴스나 민영방송의 아침 정보프로그램에도 이 ‘천 년에 한 번’이라는 문구와 함께 하시모토의 이야기를 다루었다. 소속사에는 광고 출연 요청이 쇄도했다. 그 후 하시모토 칸나는 많은 TV 광고에 출연하고 ,안방극장에서도 단숨에 지명도가 올라갔다. 한 장의 사진과 단 한 줄의 글이 기적처럼 한 소녀의 인생을 완전히 바꾼 것이다. (본문 201)
윗글은 ‘나도 모르게 반응하는 캐치카피의 10가지 유형’에서 읽은 여러 사례 중 개인적으로 알고 있었던 사례라 소개를 하고 싶었다. 하시모토 칸나는 ‘천 년에 한 번’이라는 글과 한 장의 사진으로 지명도가 단숨에 올라 스타가 되었다. 잘 팔리는 한 줄 카피의 영향력은 이 정도로 대단하다.
오늘 당신은 어떤 사진과 어떤 글을 소셜 미디어에 공유하고 있는가? 단순히 장난삼아 올리는 글에 카피의 법칙이 더해지면 당신도 한 줄로 사람을 매료시킬 수 있는 카피라이터 혹은 새로운 스타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잘 팔리는 한 줄 카피>는 바로 그러한 카피의 유형과 법칙을 설명하는 책이다.
이 글을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