츠바키 문구점에서 대신 써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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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차마 보내지 못한 편지를 츠바키 문구점에서 대신 써드립니다.


 나는 지금까지 손으로 직접 편지를 써본 일이 없다. 내가 확신을 하고 말할 수 있는 이유는 손으로 편지를 쓴 기억이 일말의 흔적조차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시절에 손으로 쓴 편지를 받았던 적은 있는 것 같은데, 지금 생각해보면 편지라는 개념 자체가 이제는 너무나 멀리 있는 존재다.


 요즘은 직접 손편지를 쓰기보다 이메일을 이용하거나 카카오톡, 라인, 페이스북, 트위터 등 소셜 네트워크를 이용해서 자신의 마음을 전한다. 직접 편지를 써서 보내는 것보다 시간과 장소에 거리낌 없이 이야기를 주고받을 수 있고, 때때로 우리는 아주 무거운 마음을 하나의 문장으로 담기도 한다.


 하지만 여전히 손으로 편지를 주고받는 사람도 있다. 그렇지 않으면 편지지와 편지봉투를 제작하는 회사는 모두 망했을 것이다. 비록 예전과 비교하면 그 수가 현저히 줄었겠지만, 여전히 이메일이 아니라 손편지를 주고받는 펜팔을 고수하는 사람도 있고, 연애편지는 시대가 흘러도 존재하고 있다.


 역시 편지는 손으로 쓴 투박한 느낌이 정이 가는 것 같다. 연애편지 같은 경우에도 상대방을 좋아하는 자신의 마음을 담아 또박또박 글을 쓰려고 한 흔적이 남는다. 이미 그때부터 상대방의 마음을 조금씩 흔드는 게 아닐까? 카카오톡으로 건조하게 '사랑해'라고 입력하는 것과 그 무게가 다른 거다.



 <츠바키 문구점>이라는 소설은 문구점을 하는 동시에 부업으로 '대필가'를 하는 주인공 아메미야 하토코의 이야기다. 그녀는 의뢰인의 의뢰를 받아 직접 여러 펜으로 편지를 써서 대신 붙이는데, 편지에는 안부 엽서를 비롯하여 돈을 빌려주지 않겠다고 하거나 절연장을 써달라는 부탁을 받기도 한다.


 책을 읽으면서 오랜만에 손으로 직접 글을 쓰는 일의 매력과 글 한 편에 담긴 사람들의 모습을 느긋이 감상할 수 있었다. 아메미야 하토코는 의뢰를 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은 이후에 제일 먼저 어떻게 글을 써야 할지 고민하지만, 그녀의 고민은 편지에 어떤 글을 쓸지 고민하는 게 전부가 아니었다.


 하토코는 편지를 쓰면서 편지 용지의 종류와 어떤 펜으로 쓸 것인지도 고민했다. 그동안 내가 생각한 편지는 격자가 인쇄되어 있는 편지지에 글을 쓰거나 종종 아이들이 조금 유치해 보이는 편지지에 글을 쓰는 게 전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츠바키 문구점>을 읽으면서 무엇이 글씨를 만드는지 알았다.


 사람들이 보기 좋은 글씨는 단순히 글씨체가 좋기도 하지만, 그 글을 쓰는 사람이 어떤 마음으로 무엇을 표현하고자 했는지가 분명히 전해지는 글씨라고 생각한다. 단순히 흰 A4용지에 글을 쓰더라도 쓰고자 하는 문장을 어떤 펜으로 적는지에 따라서 느낌이 달라질 것이다. 왠지 상상만 해도 재밌었다.



 지금은 아이패드로 책을 읽은 이후 글을 적고 있지만, 아이패드를 구매하기 전에는 컴퓨터 키보드를 치기 전에는 항상 무지 노트에 빼곡히 감상을 정리했다. 요즘은 이 과정을 생략하는 일이 많아서 점점 악필이 되어가고 있는데, <츠바키 문구점>을 읽다 보니 다시 좋은 글씨를 위한 연습을 하고 싶었다.


 <노지의 소박한 이야기> 블로그 프로필 이미지로 사용 중인 '노지의 소박한 이야기' 캘라그래피 글자는 한국의 초대 캘리그라퍼 이상현 선생님께서 직접 써주신 글이다. 대학 강의 무대를 통해 우연히 선생님을 뵙게 되었고, 젊은 혈기로 특별한 인연을 구실로 삼아 부탁을 드렸더니 글을 써주신 거다.


 처음 이상현 선생님으로부터 받은 '노지의 소박한 이야기'라는 글씨를 보았을 때의 기분은 쉽게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역시 좋은 글씨는 사람에게 신뢰감을 주는 동시에 그 사람의 특징을 나타내는 상징적인 요소라고 생각한다. 보기 좋은 떡이 맛있는 법이라고 하듯 보기 좋은 글씨가 신뢰가 가는 법이다.



 소설 <츠바키 문구점> 대필가 아메미야 하토코에게 편지를 의뢰하는 사람들도 같았다. 모두 각자 가진 마음을 상대방에게 분명하게 전하고자 하토코에게 의뢰를 했고, 하토코는 시간을 들여서 의뢰받은 글에 맞춰 글씨체와 글을 쓸 펜과 종이, 심지어 우표까지 선택하면서 한 개의 편지를 완성해 부쳤다.


 소설을 읽으면서 하토코가 고민하는 시간 동안 걷는 가마쿠라의 거리를 함께 산책했고, 오늘날 쓰는 일이 사라진 편지에 대한 의미를 다시 생각해보았고, 매일 블로그에 올리는 글을 쓰는 나는 어떤 마음으로 한 줄의 글을 쓰고 있는지 자문해보기도 했다. 역시 글쓰기는 심오하고 재미있는 일이다.


 가을을 맞아 정적이면서도 무겁지 않은 이야기를 읽고 싶은 사람에게 소설 <츠바키 문구점>을 소개하고 싶다. 사람들의 사연이 담긴 편지를 대신 쓰는 대필가 아메미야 하토코의 이야기는 가을바람이 부는 지금 딱 어울리는 이야기다. 어쩌면 책을 읽은 이후 오랜만에 편지를 쓰게 될지도 모른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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