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콘서트 대통형, 유쾌한 정치 풍자를 보여주다
- 문화/문화와 방송
- 2016. 12. 5. 07:30
'민상토론2'에 이어서 등장한 너무나 재미있는 정치 풍자 개그 코너 '대통형'
어젯밤에 대학 과제를 하고 쉬면서 <개그콘서트>를 보고 있었다. 그런데 지난 4일에 방송된 <개그콘서트에>에서는 그동안 보지 못한 새로운 코너를 볼 수 있었다. '대통형'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된 이번 프로그램은 대통령과 국무총리, 그리고 각 장관을 앉힌 상태로 재미있는 분위기로 시작했다.
대통령의 역할로 등장한 개그맨은 아무것도 모르는 대통령의 역할을 했고, '높은 자리에 올라오니 머리가 어지럽다.'고 말하자 옆자리에 앉은 국무총리가 비아그라를 건네는 모습이 그려졌다. 현재 청와대에서 벌어진 의약품 구매 논란을 직설적으로 비판하는 모습이라 웃음과 박수가 나왔다.
그리고 60대라고 설정을 갖춘 국무총리만 아니라 기획재정부 장관, 고용노동부 장관, 문화체육부 장관, 교육부 장관 등 각 설정도 '대박'이라는 말이 저절로 나왔다. 아마 이번 '대통형' 프로그램은 우리나라의 정치 상황에 대해 아는 만큼 보이는 프로그램이었다고 생각한다. 나는 구성만 봐도 빵 터졌다.
분장을 보자마자 터진 이유는 문화체육부 장관에 앉아있는 개그맨 김대성의 분장이다. 그가 한 분장은 현재 구속 수사를 받는 문화계 황태자로 불린 차은택이었다. 그가 대통령의 말에 대답하며 선보이는 10억을 들여 만들었다는 체조는 기획재정부 장관의 "사퇴하세요!" 말까지 더해졌다.
ⓒKBS 개그콘서트
"사퇴하세요!"라고 외친 기획재정부 장관은 우리에게 '사퇴하세요! 의원'으로 유명한 새누리당 이은재 의원을 패러디한 것이다. 그녀의 역할을 맡은 여성 개그맨은 아주 훌륭하게 그 모습을 보여주었는데, 정치가 창조적으로 개그를 하고 있으니 개그 또한 창조적으로 변화하고 있었다.
이번 <개그콘서트>의 새 코너 '대통형'이 보여준 것은 이게 전부가 아니었다.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대통령이 "우리나라 왜 이렇게 청년들 취업이 어려운 겁니까?"라고 묻는 장면은 이번 코너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였다고 생각한다. 그 질문으로 이어진 대화 중 기억나는 부분을 옮겨보면 다음과 같다.
대통령 : 알바 장관님, 이 취업 문제 해결 방안 없습니까?
노동부 장관 : 우리나라 일자리가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대통령 : 그러면 일자리를 늘려요.
노동부 장관 : 그렇게 하면 기업의 부담이 늘어 어려워지게 됩니다.
대통령 : 아니, 기업 부담은 무슨! 어떤 사람이 말하니까 말도 갖다 주고, 돈 좀 달라고 하니까 돈도 가져다주고, 아주 잘하던데요?
… (중략)
노동부 장관 : 아, 그러려면 경제가 살아나야 해서….
대통령 : 그러면 경제를 살리면 되잖아요.
노동부 장관 : 마땅한 아이디어가….
대통령 : 알바 장관을 아이디어 있는 사람으로 바꿔요!
기억에 의존해서 옮긴 대사라 다소 정확하지 않을 수도 있다. 어쨌든, 이러한 모습을 통해서 <개그콘서트>의 새로운 코너 '대통형'은 많은 시청자의 웃음과 박수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나 또한 정말 보는 내내 웃었는데, 교육부 장관이 말하는 국정 교과서에 대한 이야기고 속 시원했다.
특히 대통령이 퇴장하면서 비아그라를 챙겨가고, "나머지는 서면보고로 하세요. 굳이 대면보고가 필요합니까?"라는 말을 남겼다. 현재 우리나라 정치에서 너무나 쉽게 볼 수 있는 풍자 비판 요소 중 하나인 박근혜 대통령의 그 발언. 아마 아는 만큼 보이는 게 더 많아 재밌는 코너라고 느껴졌다.
'민상토론 2'보다 더 화끈한 풍자로 돌아온 '대통형'. 개그콘서트 페이스북 댓글을 보면 '이러다 피디 교체되는 건 아닌지….'라고 걱정하거나 '예능 국장도 불러가서 까일 듯'이라며 걱정스러운 의견을 달았다. 아무쪼록, 이 프로그램이 대통령이 즉각 사퇴할 때까지 살아남아 꾸준히 볼 수 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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