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뉴스의 나라, 왜 우리는 뉴스를 믿지 못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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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쳐나는 뉴스 속에서 현명한 시민으로 살아남는 방법


 오늘날 내가 가장 신뢰하고 보는 뉴스는 손석희 아나운서가 진행하는 <JTBC 뉴스룸>과 평일 오후 5시에 시작하는 <5시 정치부회의> 두 코너다. 내가 이 두 뉴스를 선호하는 이유는 다른 공중파와 달리 '알아야 할 정보'를 말해주고, 어디까지 정치색 운운하지 않고 공정하게 보도하기 때문이다.


 지금도 매일 야구를 보는 날이 아니면 항상 <5시 정치부회의>와 <JTBC 뉴스룸> 채널을 틀어놓고, 실시간으로 어떤 뉴스를 보도하는지 자세히 살펴본다. 비록 야구 중계가 있는 날이라고 하더라도 '앵커브리핑'을 비롯한 몇 가지 코너는 챙겨보면서 '지금 중요한 사건은 무엇인지' 파악하려 한다.


 아마 <JTBC 뉴스룸>을 시청하는 사람은 대체로 비슷한 리듬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 싶다. <JTBC 뉴스룸>을 통해 접하는 여러 보도는 오늘날 우리가 많은 언론이 홍수처럼 쏟아내는 뉴스와 달리 중요한 사안과 믿을 수 있다는 신뢰가 가기 때문이다. 괜히 인터넷 언론을 신뢰하지 못하는 게 아니다.


 스마트폰으로 많은 사람이 기사를 읽게 되자, 인터넷 언론은 트랙픽 확보를 위해 전혀 연관도 없는 키워드를 아주 맛깔나게 조합하여 탐스러운 기사로 포장한다.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접하는 많은 사람이 그런 기사를 읽다 보니 "뭐야, 이런 쓰레기 같은 기사는!"이라며 인터넷 뉴스의 가치를 낮게 본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공중파 방송과 몇 기성 매체의 편파적인 보도다. 중요한 정치적 현안과 문제의 초점은 분명히 그게 아닌데, 공중파 방송과 몇 기성 매체는 마치 권력기관에서 받은 보도 자료를 다시 배포하는 것 같은 기사를 쏟아내며 '언론'이 아니라 '확성기' 역할을 하는 태도가 문제다.



 박근혜 대통령이 중동을 방문했을 때도 공중파 방송을 비롯한 몇 기성 매체는 '중동 대박'을 외치면서 기사를 쏟아냈고, 박근혜 대통령이 이번에 일본에서 열린 G7 모임이 아니라 아프리카 순회에 나선 것에 대한 비판이 아니라 아프리카 순회를 통해서 오해의 소지가 있는 기사를 작성하며 포장에 나섰다.


 특히, 아프리카 우간다에서 우간다 측은 '북한과 군사 협조를 끊겠다.'는 어떤 발언도 없었는데, 마치 박근혜 대통령이 협상을 통해 '우간다가 북한과 군사 협조를 끊기로 했다.'고 보도하면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도대체 이 나라 공중파 방송과 몇 기성 매체에 언론의 역할을 기대하는 건 어려운 걸까?


 이런 사태가 이명박 정부 이후 계속되자 사람들은 대안 언론을 찾기 시작했고, 이제 언론이 보도하는 여러 뉴스를 그냥 눈으로 보고 믿는 게 아니라 한 번쯤 그 의도를 생각해보기 시작했다. 아직도 정확한 증거는 없지만 '연예인 기사가 크게 터지면, 정부 측이 감추고 싶은 게 있다.'는 속설이 그중 하나다.


 예전보다 영향력이 줄었다고 하지만, 종이신문과 공중파 뉴스 채널은 여전히 시민의 여론을 형성하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이런 주요 언론이 한 개의 정보를 가지고 어떻게 프레임을 짜서 기사를 생산하는지에 따라서 완전히 의미가 달라진 상태로 보도되며 주요 현안이 이상하게 바뀌기도 한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세월호 사건을 두고 벌어진 정치색 논란이 아닐까?


문제는 원인에 대한 진단이 모두 다르다는 것이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직후부터 JTBC는 집중 보도를 통해 해경이 구조 능력과 정부의 사고 대처 능력에 의문을 제기했다. 반면에 채널A와 TV조선, 지상파는 세월호 참사의 책임자로 유병언을 지목하고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보도했다. JTBC 뉴스를 많이 보는 사람들은 세월호 참사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으려면 정부가 위기 대처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다른 방송사 뉴스를 자주 본 사람들은 유병언을 빨리 잡아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잘못된 원인 진단이 여론에 미치는 영향은 이처럼 크다. 언론이 세월호 참사의 책임자로 유병언을 지목하고 그의 뒤를 쫓는 데 집중하면, 사람들은 '유병언만 잡으면 세월호 참사가 끝난다'고 생각하게 된다. 아직 선체는 차가운 바닷속에 있고, 구조를 못한 해경은 처벌받지 않았으며, 사고 원인은 미스터리인데도 말이다. (본문 142)


 윗글은 오늘 소개할 <나쁜 뉴스의 나라>라는 책에서 읽은 글이다. 공중파와 몇 기성 매체의 활약으로 사건은 흐지부지 끝나버리고, 시민들 사이에서 분쟁을 일으키며 사건의 초점을 흐리게 해버렸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옥시와 애경의 가습기 살균제 사건 또한 마찬가지다. 세월호 사건과 아주 닮아있다.


 옥시와 애경을 비롯한 몇 업체의 가습기 살균제 살인 사건은 해당 기업만이 아니라 중간 관리를 소홀하게 한 정부 당국의 책임도 함께 조사해야 한다. 과거 가습기 살균제 청문회를 반대한 것으로 모자라 기업의 이익을 위해 화학물질 규제 완화를 주장한 정치인에 대한 조사와 감사가 필요하다.


 하지만 공중파와 몇 기성 매체는 이런 프레임에 기사와 정보를 맞추지 않고 있다. 사람들은 분노하고 있지만, 정부는 사람들의 분노가 정부로 향하는 것을 꺼리고, 공중파 방송과 몇 기성 매체는 높으신 그 뜻을 헤아려 기사를 써내려가고 있다. 이런 시대에서 우리는 뉴스를 도대체 어떻게 만나야 할까?


나쁜 뉴스의 나라, ⓒ노지


 나는 그 방법을 위 사진에서 볼 수 있는 <나쁜 뉴스의 나라> 책을 통해서 알 수 있었다. 이 책은 우리가 읽는 뉴스 기사가 어떤 의도로 변형되고, 어떤 의도로 작성되고, 어떻게 소비되어가는지 상세히 설명하면서 '무분별하게 받아들이는 대중이 아닌, 깨어있는 대중'이 되는 방법을 말한다.


 책을 읽으면서 나는 이렇게 뉴스가 연일 이용당하는 시대에서 어떤 태도가 필요한지 알게 되었다. 특히 그동안 무조건 비판적으로 보았던 한쪽으로 지나치게 치우친 뉴스나 낚시 기사를 생산하는 언론의 모습을 면밀히 살펴보면서 '뉴스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통해 뉴스의 가치를 살펴볼 수 있었다.


 똑같은 정보를 바탕으로 기사가 작성해도 어떤 프레임에 맞춰서 생산되는지에 따라서 너무나 다른 기사가 쓰이는 오늘이다. 우리는 책의 저자가 말하는 대로 어떤 기사가 어떻게 물타기를 시도하고, 어떻게든 대중을 선동하려고 하는지 대략이나마 관찰할 수 있는 힘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물타기 수법들은 텍스트만 놓고 보면 별 문제 없는 기사가 대부분이다. 여아가 국정원 대선 개입으로 공방을 벌인 것도, 주현우 씨가 노동당 당원이고 백남기 씨가 운동권 출신인 것도 다 사실이다. 위안부 합의 문제, 혹은 세월호 참사 대응을 두고도 당사자들의 입장이 엇갈릴 수 있다. 하지만 이들 기사는 모두 특정한 콘텍스트를 통해 특정한 의미를 생산해 내는 데 성공했다.

'사실'을 말하는 것과 '진실'을 말하는 것은 다르다. 사실로 보이는 텍스트들은 '저런 나쁜 놈이 옳은 말을 할 리가 없다'거나 '여야 국회의원들의 싸움은 꼴도 보기 싫다' '자기들끼리 의견이 갈리는 걸 보니 무슨 문제가 있나?' 등의 편견에 갇히고 말았다. 사안의 본질을 알려야 할 미디어가 대중에게 퍼져 있는 편견에 기대어 오히려 편견을 강화시키는 역할을 한 것이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흙탕물 속을 허우적거리는 일은 결국 독자의 몫으로 남았다. (본문 192)


 이번에 책은 정말 인상 깊게 읽었지만, 책을 소개하는 글을 적으려고 하니 어떻게 글을 적어야 할지 모르겠다. 책을 읽는 동안 이미 읽은 기억이 있는 기사와 어떤 사실에 대해서 코웃음이 나오기도 했고 아직 현실적인 벽을 넘지 못하는 우리 사회의 모습에 깊은 한숨을 쉬기도 했다. 다른 사람은 어땠을까?


 내가 책 <나쁜 뉴스의 나라>를 읽는 동안에도 우리나라에는 나쁜 뉴스가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아주 묘하게 프레임을 뒤틀어서 사건의 초점을 바꾸고, 문제의 핵심에서 벗어나 문제를 둘러싼 사람들의 갈등으로 바꾸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앞으로 우리는 어떻게 뉴스를 읽어가야 하는 걸까?


 지금도 우후죽순 쏟아져 나오는 뉴스를 믿지 못하고, 정치적 사건이 터질 때마다 연예인 기사가 나오는 것을 수상하게 여기고 있다면, 이 책 <나쁜 뉴스의 나라>를 강력히 추천하고 싶다. 왜 뉴스에서 지금 하필 이런 기사가 나오고, 기사의 행간에 숨겨진 의미를 파악할 수 있는 눈을 가질 수 있게 될 테니까.


우리가 콘텍스트를 읽어 내야 하는 이유도 언뜻 보면 객관적으로 보이는 텍스트가 콘텍스트와 결합하면서 생겨나는 효과 때문이다. '합병=국익'이라는 프레임은 삼성의 승계 과정이 매끄럽게 진행되도록 도왔다. 보수 언론이 제기한 대선 불복 프레임이 대선 개입 의혹을 차단함으로써 정부 여당에 유리한 결과를 낳은 것과 같은 맥락이다.

소설과 김훈은 기자 시절 이런 말을 남겼다고 한다.

"정확한 팩트를 전달하기 위해서는 육하원칙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 팩트 뒤에 숨겨진 인간의 진실까지 육하원칙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이제 기사의 구성 요소에는 육하원칙 외에 '맥락'이라는 요소가 추가돼야 한다. 그리고 그 맥락이라 함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권력의 콘텍스트일 것이다. (본문 1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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