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업으로 그럭저럭 즐겁게 먹고살기
- 문화/독서와 기록
- 2015. 12. 28. 07:30
작고 소박한 나만의 생업 만들기, 살기 위해서 삶을 저당 잡힐 필요는 없다
요즘 우리가 사는 시대는 한 가지 일을 하면서 살기 어려운 시대가 되었다. 월 300만 원이 되지 않는 월급을 받으면서 집을 사기 위한 돈을 모으고, 카드값을 내고, 통신비를 내고, 치맥값을 내고, 옷도 사 입고, 보험까지 드는 우리에게는 돈을 벌어도 돈을 버는 것 같지 않은 나날의 연속이다.
일반적으로 월급날에 우리는 메시지를 통해서 '통장에 월급이 입금되었습니다.'이라는 문자와 함께 여러 경로로 빠져나가야 할 돈들이 나가는 문자를 연속해서 받는다. 우리의 통장은 도대체 한 달 동안 무엇을 했는지 알 수 없는 공허만 남아있다. 그래서 우리는 모두 때때로 로또 대박의 꿈을 꾼다.
짐승처럼 일하지만, 우리가 쓸 수 있는 돈은 너무 적다. 어떤 사람은 우리가 짐승처럼 일한 돈을 자기 지갑에 넣어가면서 정승처럼 돈을 쓰는데, 우리는 그런 사람을 가리켜 '금수저'라고 부른다. 흙수저인 우리는, 아니, 어쩌면 수저조차 가지지 못했을 우리는 그렇게 삶을 저당 잡힌 채 살아가고 있다.
과연 이런 뫼비우스의 띠를 벗어나기 위해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한국 재무설계 센터i(링크) 같은 나에게 필요한 재테크 방식을 가르쳐주는 무료 상담 사이트에 상담을 해보기도 하고, 여러 재테크 도서를 읽어보기도 하고, 복권을 사보거나 심지어 점집에 가보기도 하지만, 답을 찾는 게 도무지 쉽지 않다.
작고 소박한 나만의 생업 만들기, ⓒ노지
얼마 전에 나는 바로 그 질문에 어쩌면 대답이 될지도 모르는 책을 읽었다. 바로 위에서 볼 수 있는 <작고 소박한 나만의 생업 만들기>라는 책이다. 페이스북 친구로 타임라인을 볼 수 있는 장강명 소설가의 추천으로 읽게 된 이 책은 우리의 삶에 명확한 해답은 아니지만, 더 나은 삶을 위한 고민을 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생업이란 무엇인가, 한자로 옮기면 '生業(생업)'이라는 글자가 된다. 글자 그대로 우리가 살아가면서 하는 일이라는 뜻이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할 수 있는 일을 생업으로 하면서 그럭저럭 즐겁게 먹고살기. 바보 같아 보이지만, 아주 단순한 이 생업을 작가는 책을 통해서 이야기한다.
과연 어떤 일이 생업이 될 수 있을까? 이것이 문제다. 생업이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에는 여러 가지 대답이 있을 수 있지만, 엄격한 정의는 없다. 생업은 브랜드 등으로 대표되는 콘셉트 주도형의 사업이 아니다. 물론 손님이 서비스에 의존하지 않는다거나 돈을 버는 것보다 일의 내용을 최우선으로 한다는 대략적인 방향은 존재하긴 하지만 말이다.
굳이 말하자면 생업은 '유연한 콘셉트'이다. 회사에서 이런 콘셉트를 내세운다면 '꼼꼼하지 못하다'든가 '구체성이 부족하다'는 질책을 들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딱딱한 콘셉트로 극복할 수 없는 상황은 유연한 콘셉트로 극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본문 59)
책을 읽기 위해서 책을 펼친 순간, 작가가 적어놓은 "이러다간 인생을 도둑맞는다"는 문장이 눈에 들어왔다. 시작 지점에서 읽은 이 문장 하나만으로 몸의 전율이 돋는 것 같았는데, <작고 소박한 나만의 생업 만들기>를 읽으면서 나는 일하면서 사는 삶을 전체적으로 다시 고민해볼 수 있었다.
앞서 말했지만, <작고 소박한 나만의 생업 만들기>는 명확한 해답을 제사하는 책이 아니다. 작가 이토 히로시가 직접 경험하는 과정을 사색한 기록이다. '일'이라는 것은 언제나 딱딱하게 느껴지지만,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을 저자가 독자와 함께 고민하는 책이라고 생각하면 쉽다.
작고 소박한 나만의 생업 만들기, ⓒ노지
작고 소박한 나만의 생업 만들기, ⓒ노지
일. 우리는 '일'에 대해서 한 번 의문을 던져볼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좋은 회사에 들어가서 일하기를 원한다. 우리가 부활동도 없이 중·고등학교의 시간을 수능 시험 하나를 위해서 다 버리고, 대학교에 들어와서도 내 삶을 찾는 여행을 떠나기 보다 좋은 기업에 취업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우리는 다시 생각해보아야 한다. 도대체 누가, 좋은 회사에 들어가면, 우리의 삶이 행복할 수 있다고 말했을까. 왜 우리는 어떤 의심도 던지지 않고, 마냥 그 선택지 하나만 답으로 여기면서 다른 선택지는 모두 포기해버리는 걸까. 책에서 이런 글을 읽을 수 있었다.
좋은 회사에 들어가는 것이 위험에 대한 대비라고 생각한 시절이 있었다. 아마 지금의 2, 30대의 부모가 일했던 시절은 그러한 규칙이 통용되었으므로 좋은 회사에 들어가서 원만하게 회사 생활을 하는 것이 가장 이득이 되었다. 회사를 도중에 그만두는 선택은 괴짜나 하는 짓이었고, 한마디로 말하면 손해를 보는 선택이었다. 지금은 물론 다르지만 부모 세대에게는 그러한 경험이 생생히 남아 있기 때문에 자식들이 회사를 그만두도록 허락하지 않는다. 그런 압력이 실제로 존재한다. 자식은 부모의 압력에 복종할 때 따르는 위험, 부모는 자식에게 자신들의 고정관념을 따르도록 했을 때의 위험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자식은 그런 압력을 이겨내려면 여차한 경우에 회사에 의존하지 않고도 살아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져야만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작더라도 자기 일을 만드는 것이 가장 빠르다. 이건 정신력만으로는 될 일이 아니다. (본문 184)
저자의 배경은 일본이기에 책을 읽는 한국을 배경으로 한 우리와 다를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한국과 일본의 큰 차이는 없다고 본다. 저자가 말한 부모 세대가 자식에게 주는 압박은 지금 우리 한국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전형적인 모습이니까. 아마 글을 쓰는 나와 글을 읽는 당신도 겪어보았을 것이다.
하지만 마냥 좋은 회사에 들어가는 게 위헌에 대한 대비인 시대는 이미 지나버렸다. 언제 일반 해고가 될지 모르는 노동 개혁이 박근혜 정부에서 강력히 추진 중이고, 대기업에서 일하다 재해를 당했음에도 산재를 인정해주지 않는 많은 사례를 우리는 만날 수 있다. 과연 좋은 회사는 행복한 삶일까?
그 질문에 명확히 '그렇다.'고 대답할 수 없는 이상, 우리는 언제나 일에 대해 고민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게 된다. 저자 이토 히로시는 그런 우리의 삶에 획기적인 제안을 책을 통해 넌지시 한다. '작고 소박한 나만의 생업'을 만들어서 전투적 경쟁 사회에서 내 삶을 살 수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시골 마을에서 빵을 굽거나 집을 함께 만들거나 이색적인 몽골 여행의 가이드를 하는 여러 생업을 가지고 있다. 이는 '겸업'과 다른 의미다. 겸업은 본업을 하는 동시에 다른 일을 함께한다는 것인데, 보통 우리는 겸업을 '소득을 올리기 위해서'한다. 그래서 내 일이 아니라 남의 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생업은 다르다. 생업은 말 그대로 내 삶을 살면서 하는 내 일을 말한다. 저자는 책을 통해서 생업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직접 한 경험을 통해 나누고, 우리가 경계해야 하거나 필요로 하는 지출을 줄이는 법 등을 소개한다. 나는 책을 읽는 동안 이건 지금 나에게 필요한 지혜가 아닌가 싶었다.
왜냐하면, 현재 '전업 블로거'이라는 수식어를 붙여서 블로그를 운영하는 과정은 점점 생업으로 바뀌는 과정이었기 때문이다. 블로그로 그럭저럭 먹고사는 것이 꿈이지만, 사실 좀처럼 쉽지 않아서 원고료를 주는 지자체 기자단 활동과 오마이뉴스에 기사를 송고하는 일도 함께하고 있다.
겸업이라고 말하기에 본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고, 전문적인 직업이라고 말하기에 전문성이 부족하다. 딱 생업이라는 말이 어울리지 않을까? 겉은 당당히 전업 블로거로 살겠다고 했지만, 그럭저럭 먹고 살기 위해서는 역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자연히 찾게 되었는데, 그게 일종의 생업이었다.
그렇다고 이 생업이 쉽다고 말할 수는 없다. 뛰어난 전문가가 아니기에 해당 일을 하는 전문가와 우리는 언제나 비교를 당할 수가 있고, 불안정한 일로 보일 수밖에 없기에 '차라리 고시 공부나 해서 공무원이나 해라.'는 말을 부모님이나 주변 사람에게서 들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저자는 아래와 같이 말한다.
대개의 사람들이 몇 가지 요령만 익히고 훈련을 하면 문제없이 해낼 수 있는 일조차 '나와는 맞지 않아'라며 지레 포기하고 마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이것은 생업을 처음 시작할 때 가장 먼저 버려야 할 사고방식이다. 일의 난이도와 성격에 관해 자기 나름의 눈을 갖고 해상도를 높여가며 바라볼 필요가 있다.
요령을 익히고 훈련을 하면 사람은 대부분의 일을 해낼 수 있다. 이것을 꼭 기억해두자. 전문가라는 기득권자 앞에서 기가 죽어서는 안 된다. (본문 49)
초창기 내가 블로그를 시작해서 글을 여기저기 트랙백을 걸어 노출시키고 있을 때, 이미 최고 정상에 올라가 있는 파워블로거에게서 '쓰레기 같은 글을 트랙백으로 걸지 마라.'는 댓글을 선물로 받기도 했다. 참, 지금 생각해도 기분이 좋지 않다. (트랙백을 걸어주면 검색 순위가 좋아진다는 글을 당시에 읽고 실천했었다.)
만약 그때 내가 해당 파워블로거에게 기가 죽어서 글쓰기를 멈췄다면, 과연 나는 어떤 일을 하고 있었을까.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지만, 우리는 앞으로 생업을 하면서 이런 일을 수도 없을 겪을 것이다. 생업에 한정하지 않고, 모든 일에서 그렇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함에 있어 이것은 아주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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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업의 목표는 어디까지 인생을 충실하게 만드는 것이다. 건강을 담보로 하여 힘든 일을 하면서도 '모든 일이 다 그렇지.'라며 변화를 포기하는 것보다 건강을 챙기면서 할 수 있는 작은 일을 알아보는 게 더 나을 수도 있다. 생업은 삶과 일이 합쳐진 것을 의미한다. 거창하게 생각하지 말자.
생업은 앞으로 우리 시대의 새로운 흐름이 될지도 모른다. 아니, 새로운 흐름이 아니라 이미 세계 곳곳에서 이런 움직임은 일어나고 있다. 올해 읽었던 <산촌 자본주의>도 그랬고, 작년의 <시골 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 저자의 삶도 그랬다. 과연 내 삶은 어느 정도 닮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작고 나만의 소박한 생업 만들기>의 마치는 글에서 저자는 '이 책에는 놀라운 기술이나 일 잘하는 방법 같은 것은 없습니다. 단, 사람들이 어쩔 수 없다고 여기는 것들도 이런 식으로 생각한다면 무리하지 않고도 해결할 수 있다는 사고방식에 관해 정리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지금 내가 사는 삶에 대해 '살기 위해서 저당 잡힌 채 사는 것 같다.'는 자책을 하고 있다면, 이 책 <작고 나만의 소박한 생업 만들기>를 권해주고 싶다. 높은 고소득으로 사치스러운 삶은 아니지만, 삶을 배반하지 않는 일로 그럭저럭 먹고살기 위한 방법에 대한 고민을 시작할 수 있도록 해줄 것이다.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지역 시민 기자단을 하고, 도서 서평단을 하는 나도 점점 그럭저럭 즐겁게 먹고살 수 있는 생업을 더 고민해볼 생각이다. 생업의 실마리는 우리 근처에 있다. 이 책을 통해서 내 인생을 도둑맞지 않고 사는 법을 찾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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