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주의 감정수업, 감정을 모르는 오늘의 우리가 읽어야 할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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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서평] 강신주의 감정수업, 스피노자와 함께 배우는 인간의 48가지 얼굴


 사람은 다양한 감정을 가지고 살아간다. 때로는 자신의 감정을 쉽게 노출하면서 자유롭게 살기도 하고, 때로는 자신의 감정을 꽁꽁 감추고 조용하게 살기도 한다. 우리는 사람과 만나면서 감정에 이끌려 서로 호감을 느끼기도 하고, 감정에 이끌려 화를 내면서 서로를 원수로 만들어서 평생 이를 갈면서 살게 하기도 한다.


 한 번 생각해보자. 지금 우리 한국은 어떤 감정일까? 나는 우리 한국 사회에서 볼 수 있는 감정은 '탐욕', '경쟁', '절망', '멸시' 등의 조금 좋지 않은 탁한 감정이 그 중심을 이루고 있지 않을까 싶다. 세월호 사고 이후 아직 세월호 사고를 넘어서지 못한 우리 한국은 세월호 인양 문제와 정치적 여러 문제로 갈등을 빚으며 조금도 전진하지 못하고 있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을 두고 이념 갈등을 일으키는 모종의 세력과 그 세력을 추앙하는 세력은 이미 '잔혹함'이라는 말로도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다. 그리고 이 잘못을 지적해야 하는 세력은 바보처럼 엉뚱한 행동만 하고 있어 사람들 사이에서는 '반감'이 들어서 이미 등을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 (문득 어제 JTBC 뉴스룸에서 본 새정치 토론이 떠오른다.)


 이렇게 우리는 우리 한국 사회의 모습을 여러 감정으로 묘사할 수 있다. 정치는 절망과 탐욕, 가계는 절망 등으로. 아마 사회의 모습만이 아니라 오늘 내가 살아가는 하루를 간단히 감정을 표현하는 단어 하나로 요약할 수도 있을 것이다. 지금 글을 쓰는 내 감정은 '분노'와 '후회' 두 개의 감정으로 요약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왜냐하면, 조금 전에 어제 전화를 받아 가입했던 B 카드 회사의 신용 정보 확인 서비스에 가입했던 것을 필요가 없다고 여겨서 취소를 신청하는 전화를 했었는데, 상담원이 상당히 끈질기게 자꾸 취소하지 않게 하려고 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화가 났고, 어제 그냥 거절하지 못한 게 후회가 되었다. 역시 사람은 이렇게 감정으로 사는 것 같다.


강신주의 감정수업, ⓒ노지


 오늘 글에서 '감정'이라는 단어를 꺼낸 이유는 위 사진에서 볼 수 있는 책 <강신주의 감정수업>을 소개하기 위해서이다. 작년에 책을 구매해서 읽으려다 책을 구매할 수 있는 금액이 조금 부족해서 '다음에 기회가 되면 읽자.' 하고 미뤄두고 있었는데, 12월에 참여했던 <예스24 올해의 책 시상식>에서 책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게 되어 지난 1월에 구매해서 읽게 되었다.


 <강신주의 감정수업> 책을 읽으면서 '왜 나는 이 좋은 책을 이제야 읽게 되었을까?' 하는 후회를 하기도 했었지만, 이제라도 책을 읽게 되어 상당히 다행이라는 생각을 할 수 있었다. <강신주의 감정수업> 책은 우리가 정확히 알지 못하지만, 매번 느끼는 감정을 어떤 한 권의 책과 이야기와 스피노자의 말을 인용해서 들려주는 이야기였다.


 우리는 언제나 감정을 위주로 살지만, 대체로 이 감정이 어떤 감정인지 잘 모를 때가 많다. 그래서 처음 접하는 감정에 우리는 휘둘리기도 하고, 제어하지 못해서 치명적인 실수를 하기도 한다. 우리가 종종 접할 수 있는 살인 사건은 분노를 조절하지 못해서 벌어진 일이고, 사기 사건도 탐욕을 절제하지 못해서 당하는 일이다.


 특히 무엇보다 우리가 아파하는 것도 감정이 원인이 될 때가 많다. '사랑'이라는 감정은 자신을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이라고 불리지만, 여기에 '야심'이라는 감정이 크게 작용하면, 사람은 무너지기 마련이다. 상대방의 모든 것을 알고 싶은 것, 상대방의 행동을 모두 제어하고 싶은 것은 이미 사랑을 넘어선 탐욕에 이른다.


사랑에 빠진 사람은 가급적 상대가 원하는 것을 해 주려고 노력한다. 그렇다고 해서 사랑은 헌신적인 것이라고 섣부른 오해는 하지 말자. 그의 뜻을 존중하는 건 나의 행복을 위해 그를 내 곁에 머물도록 하기 위함이다. 그러니까 '당신 뜻대로'는 일종의 유혹, 내 곁에 있으면 당신은 나라는 사람을 노예로 두고 영원히 존중받을 수 있다는 치명적인 유혹인 셈이다. (p82)



 사실, 감정이라는 건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우리의 크고 작은 선택과 가치관 형성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우리가 평소 말로 표현하는 감정은 사랑, 이기심, 탐욕, 절망, 분노, 슬픔 등의 감정뿐이지만, 실제로 우리가 느끼는 감정은 그렇게 세네 가지로 정리할 수 없다. 지나가는 사람에게 '연민'을 느끼기도 하고, 지나간 일상을 돌아보면서 '회한'을 느끼기도 한다.


 우리는 우리가 느끼는 감정이 어떤 감정일지 잘 모를 때가 많다. 왜냐하면, 우리가 다녔던 학교에서는 감정을 똑바로 가르쳐 준 적이 한 번도 없기 때문이다. 횡단보도를 어기는 건 나쁜 짓이라는 것을 배웠지만, 우리는 그런 행동을 통해 '부끄러움'이라는 감정을 느껴야 한다는 건 배우지 못했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평범히 무단횡단을 한다. (나도.)


 단지, 무단횡단이 문제가 아니다. 부끄러움을 모르기에 자신의 잘못을 돌아보지 못하는, 수치심을 모르기에 사람을 괴롭히는 일이 우리 사회에서 흔히 발생한다는 것이 문제다. 지금 아직 재판 중인 조현아 땅콩 회항 사건과 1월에 논란이 된 어린이집 폭행 사건, 학교에서 여전히 발생하는 학교 폭력 사건 모두가 동일한 이유에서 출발한다.


 그래서 우리는 감정을 배울 필요가 있다. 부끄러움을 배우고, 슬픔을 배우고, 환희를 배우고, 호의를 배우고, 희망을 배우고, 후회를 배우고, 두려움을 배우고, 공손을 배우고, 감사를 배워야 한다. 그래야 사람은 사람답게 똑바로 살 수 있다. 감정을 알고, 감정을 마주 보고, 감정을 지키면서 살 수 있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진짜 삶을 사는 게 아닐까?


 책 <강신주의 감정수업>은 하나하나의 감정을 한 권의 책의 이야기를 짧게 인용해서 이 감정을 우리가 알 수 있게 해준다. 머릿속으로 이해하는 것을 넘어서 마음으로 감정을 배울 수 있게 해준다. 지난 2014년 올해의 책으로 뽑힐 수 있었던 건, 바로 여기에 강점이 있지 않나 싶다. 감정을 잘 모르는 오늘날 우리에게 꼭 필요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수치심은 앞으로 치욕을 당하면 어쩌나 하는 공포감이나 소심함으로 드러난다. 따라서 수치심을 느낄 때에 비로소 우리는 타인의 시선을 의식할 뿐만 아니라 동시에 자신의 언행을 반성하게 된다. 그러니 마비된 상태로 살아가는 사람에게서는 수치심을 찾아보기 힘들다. (p4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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