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상적인 국내 아웃도어 열풍 속의 불편한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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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열되고 왜곡된 소비문화, 거기에는 어떤 불편한 진실이 숨어있다.


 "나 빼고 내 친구들은 모두 가지고 있단 말이야!"

 우리는 이런 말을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많이 하거나 들었다. 이 말은 어디에 문제가 없는 말로 보일지도 모르지만, 이 말에는 한국인들의 불편한 진실 한 가지가 숨어있다. 이 불편한 진실은 우리 사회 여러 곳에서 영향을 미쳐 많은 사람에게 가치를 왜곡시키고 있고, 사회와 교육 전반적인 시스템에도 악영향을 미쳐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증가시키고 있다. 지금 우리가 하는 걱정 중에서 일부는 이 불편한 진실 때문에 하는 걱정일지도 모른다.


 이 불편한 진실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 한 가지 예를 들어보자. 여러 예가 있겠지만, 지금 우리에게 가장 와 닿는 예는 '비정상적인 국내 아웃도어 열풍'이 아닐까 싶다. 불과 몇 해 전까지 우리는 가까운 산을 등반할 때는 가벼운 옷차림으로 다녔다. 그러나 지금은 많은 사람이 수 십, 많게는 수 백 만 원 수준의 비용을 들여가며 고가의 아웃도어 의류나 장비를 사서 산을 오르내린다. 전문 산악인들이 알프스에 오를 수 있는 장비를 비싼 돈을 주고 사서 뒷산을 오르는 데에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참으로 웃긴 일이지 않는가.


 우리의 소비 수준이 증가하고, 더 좋은 제품을 선호하는 성향 때문에 이런 일이 평범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전혀 평범하지 않다. 사람들이 기능성 때문에 비싼 아웃도어 시장에 돈을 소비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사람들은 지나치게 남의 시선을 신경쓰기 때문에 돈을 소비한다는 것이 문제다. 이를 부정할지도 모르겠지만, 우리가 어릴 때부터 자주 듣거나 지금 말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나 빼고 친구들은 모두 가지고 있단 말이야!" 이 말이 바로 그 불편한 진실을 가장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말이다. 단순히 어떤 용도로 확실히 알아보고 구매하기보다 남이 가지고 있으니 나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소비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가장 크다. 특히 짧은 기간동안 비정상적으로 크게 성장한 국내 아웃도어 시장에서 그 불편한 진실을 잘 볼 수있다.


 한 마디로 이런거다. 똑같은 산을 오르는 데 나는 운동복을 입었고, 친구는 비싼 아웃도어 의류와 장비를 갖추고 올랐다. 그걸 본 나는 기가 죽어 '너만 그런 능력이 있는 줄 아느냐? 나도 살 수 있다'고 생각하며 너도나도 똑같은 비싼 아웃도어 의류와 장비를 산다. 이는 일종의 허례의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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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MG_7219 by oshokim 저작자 표시변경 금지

 

 우리나라 사람들은 예부터 남과 비교하고, 남의 시선을 통해 자신을 보는 습관이 있기 때문에 이런 일에 특히 민감하게 반응한다. 덕분에 그게 문제가 되는지도 모르는 것이다.  하물며 언론에서는 유명 연예인을 이용해 아웃도어 제품을 광고하는 데에 여념이 없다. 단순히 드라마만 보더라도 뒷산을 오르는 데에 각종 불필요한 장비를 가지고 오르는 등장인물들을 통해 광고를 하고, 어떤 날에는 신문에서 볼 수 있는 전면광고가 전부 아웃도어 제품일 때도 있었다. 한국인들의 허례의식을 노린 기업의 마케팅에 소비자들은 놀아나고 있는 것이다. 이 마케팅에 현혹되어 제품을 구매할 때는 '요즘 이 정도는 입어줘야지. 남들도 다 입잖아?'라며 만족할지도 모르지만, 뒤에 찾아오는 허탈함은 분명히 크리라고 생각한다. (이런 마케팅은 청소년들 사이에서 등골 브레이커라고 불리는 아웃도어 브랜드 열풍을 만들기도 했다.)



 정리해보자. 나 빼고 남들은 다 똑같이 입는다고 해서 굳이 똑같이 입을 필요가 없다. 그건 잘못된 생각이다. 내가 남과 굳이 똑같아질 필요가 없다. 비정상적인 국내 아웃도어 열풍 속의 불편한 진실은 한국 사람들의 '남에게 지고 싶지 않다'는 욕심과 어릴 떄부터 남과 자신을 비교하며 남의 시선에 지나치게 신경을 쓰는 잘못된 의식이다. 이를 바로 잡아야만 무분별히 소비되는 사회적 비용을 줄이고, '비교'에만 치우쳐 문제가 되고 있는 여러 사회문제나 교육문제도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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