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사형투표 11회이 전한 건 피해자의 절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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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사형투표 11회 중에서

 최근 가장 재미있게 보고 있는 드라마 <국민사형투표>가 이제 막바지에 이르고 있다. 지난 목요일(9일) 밤에 방영된 드라마 <국민사형투표 11회>는 끈질기게 살아남은 이민수에게 죽음을 선물하는 권석주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민수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권석주를 농락하면서 반성은 1도 하지 않은 상태로 그에 합당한 죽음을 맞이했다.

 

 그의 죽음을 슬퍼하는 것은 당연히 그의 범죄 사실을 계속 덮었던 민지영 의원 한 명 뿐이었다. 호로자식도 자식이라면서 감싸는 것이 어머니의 사랑이라고 하지만, 민지영 의원은 사랑이라고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이민수를 위해 많은 범죄를 저지르고 있었다. 그런 사람, 아니, 그런 괴물 아래에서 나고 자랐기 때문에 이민수도 괴물이 되었다.

 

 마지막까지 반성하지 않았던 이민수 만큼 그의 어머니인 민지영 의원 또한 마지막까지 반성하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의 아들을 죽음으로 몰고 간 경찰들을 비롯해서 권석주와 그 관계자들에게 복수를 하고자 했다. 개탈의 사형투표를 소재로 방송을 하던 공영 방송 아나운서 채도희를 납치한 것을 시작으로 민지영 의원의 복수는 막을 올렸다.

 

국민사형투표 11회

 민지영 의원이 복수를 위해 움직이기 전에 권석주 교수는 이미 자신의 각본대로 목숨을 끊으려고 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는데, 그를 말리기 위해서 김지훈은 자신이 개탈이라는 사실을 밝히면서 모든 사람에게 피해자의 절망을 호소했다. 아마 드라마 < 국민사형투표 11회>를 보면서 김지훈의 대사에 많은 사람이 울컥하지 않았을까?

 

"왜 그래야만 하는 거죠? 우리의 행복을 짓밟은 사람들은 자신의 죄를 책임지지 않는데, 왜 항상 더 올바른 사람들이 자신에게 엄격한 걸까요? 아직도 저는 가면을 슨 제 자신이 낯설어요. 제가 꿈꿨던 건 이런 게 아니었는데…, 여러분이 알려주세요. 한번 빼앗긴 행복은 다시 채워지지 않는 걸까요?"

 

 김지훈의 대사는 단순히 누군가의 폭력과 범법 행위에 대해 피해를 입었지만, 합당한 보상은커녕 가해자에게 합당한 처벌조차 내려지지 않은 사람들의 마음을 흔드는 말이었다. 과거 비슷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드라마를 보면서 뜨거운 눈물을 쏟았을 수도 있고, 반성하지 않는 가해자들의 얼굴을 떠올리면서 크게 분노했을 수도 있다.

 

 오늘날 우리 사회를 본다면 여전히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공식이 통하고 있다. 벌써 가습기 살균제 사건만 해도 평범한 사람들은 기억조차 희미할 정도로 오래된 사건이지만, 그 사건의 가해자들이 처벌이라고 말할 수 있는 수준의 판결이 내려진 건 최근의 일이었다. 그동안 가습기 살균제 사건의 피해자들의 고통은 상상할 수도 없다.

 

 우리가 이런 사회 문제에 쉽게 공감하지 못하는 이유는 피해자로서 경험을 해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냥 언론에 보도된 범죄자를 향해 손가락질을 하면서 분노하기는 쉬워도, 그 가해자들이 합당한 처벌이 받을 때까지 지켜보는 일이 굉장히 드물다. 한국 사회는 어떤 악랄한 범죄라고 하더라도 길면 3달이 지나면 모두 잊기 때문이다.

 

 이건 이 글을 쓰는 나도 예외가 아니고, 이 글을 어쩌다 읽을 당신도 예외가 아니다. 우리는 모두 쉽게 화를 내고 쉽게 잊어버리는 그런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렇다 보니 범죄자들은 어떤 범죄를 저지르더라도 언론에 대서 특필 되지 않는 이상 처벌이 미미하다. 그나마 언론에 보도가 되어야 수사는 진행되고 조금 더 무거운 벌을 받는다.

 

국민사형투표 11회 중에서

 절대 옳다고 말할 수 있는 이런 상황을 바꿀 수 있는 건 우리의 지속적인 관심과 참여 뿐이다. 드라마 < 국민사형투표>에서 내세우고 있는 국민사형투표는 바로 우리가 관심을 가질 수 있는 하나의 도구였고, 범죄자들이 자신이 저지른 죄를 두려워하지 않고 평범하게 살아가던 하루하루를 지옥으로 바꾸어 놓을 수 있는 유일한 심판이었다.

 

 그래서 나는 드라마 < 국민사형투표>를 1화부터 재미있게 보았고, 국민사형투표를 진행하는 권석주와 김지훈 등의 인물에게 크게 공감하면서 볼 수 있었다. 비록 이것이 범죄라고 해도 합당한 처벌을 받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반성의 낌새조차 없는 범죄자들에게 인권이라는 건 불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늘 손해 보는 건 올바른 사람이니까.

 

 사회만 아니라 정치를 보더라도 그렇다. 정치에서 뻔뻔한 사람들은 마지막까지 살아남아 대대손손 잘 먹고 잘 살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자신의 실수에, 가족의 잘못에, 혹은 자신에게 씌여진 죄에 더욱 엄격하게 자신을 비판한다. 권석주가 죽음을 선택하고자 하는 모습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한 대통령의 모습이 떠오르는 건 왜일까?

 

 드라마 < 국민사형투표 11회 >에서 들은 "우리의 행복을 짓밟은 사람들은 자신의 죄를 책임지지 않는데, 왜 항상 더 올바른 사람들이 자신에게 엄격한 걸까요?"라는 말이 오랫동안 가슴 속에 맴돌았다. 아마 마지막이 될 것으로 보이는 드라마 < 국민사형투표 12회>에서 사건의 주요 관계자들이 어떤 결말을 맺을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국민사형투표
악질범들을 대상으로 국민사형투표를 진행하고 사형을 집행하는 정체 미상 개탈을 추적하는 이야기를 그린 국민 참여 심판극
시간
목 오후 9:00 (2023-08-10~2023-11-16)
출연
박해진, 박성웅, 임지연, 김유미, 신정근, 김권, 최유화, 서영주, 권아름, 차래형, 오지혜, 고건한, 권도형, 오하늬
채널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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