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행(夜行), 읽으면서 소름이 돋았던 밤의 소설

여름을 떠나보내기에 너무나 안성맞춤인 밤의 소설


 해가 떠 있을 때 보는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거리의 풍경은 어두운 밤이 되면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한다. 마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 나오는 도시처럼, 낮에는 볼 수 없었던 사람들이 밤거리에 나와 또 다른 소리의 세상을 만들어낸다. 밤거리 풍경이 유독 낯설게 느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나는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밤늦게 어디를 돌아다닌 적이 거의 없다. 서울과 김해를 오갈 때가 아니면, 내가 밤 8시 이후로 밖으로 나가는 경우는 손에 꼽을 정도였다. 나는 밤에 밖으로 나가기보다 늘 집에서 책을 읽거나 애니메이션을 보았다. 밤의 풍경은 아직도 나에게 너무나 낯선 풍경이다.


 하지만 딱 한 번 밤의 풍경을 본 적이 있다. 재수를 마치고 대학에 들어오고 나서 우연히 만난 친구의 생일 파티 때다. 그때 태어나서 처음으로 친구들과 어울리며 밤늦게까지 어울렸고, 노래방이라는 낯선 곳을 방문해 처음으로 아침이 될 때까지 시간을 보냈다. 두 번 다시 못할 경험이었다.


 그동안 낮의 풍경만 바라보면서 산 내가 본 밤의 풍경은 익숙하면서도 달랐다. 늘 다니던 길이 와본 적이 있는 길이라는 위화감이 드는 길로 느껴지는 건 신기한 경험이었다. 해가 떠 있는 시간과 해가 진 시간의 차이. 겨우 그 정도의 차이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낮과 밤의 풍경을 다르게 느낀다.



 오늘 읽은 소설 <야행(夜行)>은 한자에서 볼 수 있는 그대로 밤을 소재로 하는 소설이다. 처음에 이 작품이 약간 공포 장르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모르고 읽었는데, 이야기를 읽는 동안 점점 온몸에 소름이 돋는 게 느껴졌다. 소설 속에서 보는 밤이라는 어둠이 바로 곁에 있는 듯이 오싹함이 짙었다.


 소설 <야행(夜行)>에서 등장하는 밤은 '야행(夜行)'이라는 그림 속에 등장하는 밤이다. 화가 기시다 미치오가 그린 그림 '야행(夜行)'은 총 48부작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 그림에는 어두운 저택에서 얼굴이 그려지지 않은 여성이 마치 손을 들고 이쪽으로 오라는 듯이 묘한 느낌을 뿜고 있었다.


 소설 <야행(夜行)>은 이 그림과 만난 사람들이 한 곳에 모여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는 형식으로 그려진다. 니카이, 다케다, 후지무라, 다나베, 구리마 순서대로 듣는 이야기는 굉장히 놀라웠다. 처음에는 살짝 무서운 감이 있었지만, 이야기에 빠져들수록 여름임에도 불구하고 한기가 느껴졌다.


 아마 이토록 내가 민감하게 느낀 이유는 공포 장르를 여전히 어려워하고 있기 때문이고, 내가 다른 사람보다 조금 더 감정적으로 이야기를 읽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분명, 그만큼 작가 모리미 도미히코가 쓴 밤은 우리에게 익숙하면서도 낯선 밤을 잘 느끼게 해주었다고 생각한다.



 야행열차(夜行列車)와 백귀야행(白鬼夜行)에 모두 등장하는 '야행(夜行)'이라는 단어. 이 단어를 이용해서 작가는 섬세하게 주인공들이 마주하는 밤과 그림 '야행(夜行)', 그리고 사라지는 인물에 대해 잘 표현했다. 책을 읽는 동안 이 책을 다 읽으면 내가 밤 속으로 사라지는 건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소설 <야행(夜行)>을 읽는 동안 그림으로 그려지지 않은 그림 '야행(夜行)'이 또렷이 그려지는 듯했다. 하지만 밤에 있는 주인공들의 이야기는 마지막에 이르러 또 놀라운 모습을 보여준다. 기시다가 그린 '야행(夜行)'과 대치하는 '서광(曙光)'이라는 작품. 설마 그 작품이 세계관을 표현했을 줄이야.


 야행과 대치하는 서광은 서로 대비되는 그림인 동시에 서로 다른 세계를 그리기도 했다. 밤에 일어난 일은 낮에 일어난 일과 반대가 되고, 낮에 일어난 일은 밤에 일어난 일과 반대가 된다. 우리가 사는 세계 속에서도 똑같이 보여도 절대 똑같지 않은 낮과 밤의 거리 같은 모습을 소설은 그리고 있다.


 평소 공포 장르 소설을 자주 읽는 사람이라고 해도 소설 <야행(夜行)>을 읽으면서 오싹한 소름이 돋지 않을까? 세계는 언제나 밤이다. 우리가 햇빛을 마주하고 있을 때도 지구 반대편은 밤이고, 우리가 밤을 마주할 때 지구 반대편은 낮이다. 그렇다면, 세계는 언제나 밤이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10년 전에 사라진 동료를 찾아 10년 만에 같은 축제를 찾아온 동료들이 마주한 동판화 '야행(夜行)'을 소재로 그려지는 기묘한 이야기. 9월이 되기 전에 8월 여름밤을 오싹함을 느껴줄 이야기를 찾고 있다면, 작가 모리미 도미히코의 <야행(夜行)>을 추천하고 싶다. 분명히 무서울 정도로 만족스러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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