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오늘도 사랑해' 가족과 서툴러진 현대인을 위한 구작가 그림 에세이
- 문화/독서와 기록
- 2017. 6. 6. 07:30
언젠가부터 가족이 불편해진 당신을 위한 구작가와 엄마의 조금 특별한 그림과 이야기
오늘날 우리 사회는 초고령화 사회로 불린다. 점점 출산율이 낮아지는 데다가 수명은 길어져서 연령층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나 이제 결혼 안 할 거야.'라고 말하는 젊은 청년 세대를 우리는 어디서라도 쉽게 볼 수 있다. 지금 당장 글을 쓰는 나 또한 '나는 결혼 못 해. 그래서 안 할 거야.'라고 말한다.
우리가 이토록 가족을 만드는 일을 꺼리는 이유 여러 가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경제적인 부담,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확신의 부족, 그리고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서 괴로움 등이 있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가족 해체가 빠르게 일어나고 있다. 결혼하는 횟수보다 이혼하는 횟수가 더 가파르다.
이혼 가정이 늘어났다는 것은 또 다른 말로 '가족의 사랑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 늘어났다.'라고 해석할 수 있다. 우리는 젊은 청년 세대가 결혼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이유로 경제적인 요인에 집중한다. 하지만 경제적인 요인만 아니라 나는 우리 청년 세대는 심리적 요인도 크게 영향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지금 나와 같은 20대를 보내는 세대는 굉장히 큰 경쟁 속에서 살아왔다. 한결같이 지지해주는 부모님의 사랑과 지원이 감사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 내 삶을 짓누르는 것 같은 부담도 있었다. 오늘 '행복하다'고 쉽게 말하지 못하는 이유는 죄책감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모두 어두운 얼굴이다.
이런 상황이 지속하면서 언젠가부터 가족이 어려워지는 상황을 맞닥뜨리게 되었다. 설날과 추석 같은 명절에도 많은 청년 세대가 고시 공부를 하거나 취업 준비로 부모님을 찾아뵙지 못한다. 이혼 경력이 있는 부모 가정은 찾으려고 해도 찾지 못할 때도 잦다. 우리는 점점 가족과 그렇게 멀어지고 있다.
오늘 소개하고자 하는 <엄마, 오늘도 사랑해>라는 책은 그렇게 가족이 멀어진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은 그림 에세이다. 저자 구작가(팬네임)가 그림을 그리고 짧은 글을 붙인 이 글은 그림책을 읽는 것 같다. 마치 아이를 위한 그림책 같으면서도 우리 어른이 읽으면 순간 가슴이 뭉클해지는 그림책이다.
나는 <그래도 괜찮은 하루>를 통해서 처음 구작가의 책을 읽었는데, 당시에도 책을 읽으면서 가슴이 따듯해지는 위로를 받을 수 있었다. 이번 <엄마, 오늘도 사랑해>는 청각 장애를 앓는 저자의 결코 쉽지 않았던 성장과 그 성장을 곁에서 든든한 아군이 되어준 엄마의 사랑을 그리며 우리에게 위로를 건네고 있다.
사실, 우리 모두에게 '엄마'라는 말은 굉장히 특별한 말이다. 우리는 언제나 엄마를 찾으면서도 엄마를 외면하는 삶을 살았다. 우리는 엄마를 항상 곁에서 잔소리하는 사람으로 취급하면서도 무언가 필요할 때마다 우리는 엄마를 찾는다. 어른이 되어서도 우리가 어리광을 부릴 수 있는 유일한 존재이기도 하다.
그런데 우리는 과연 얼마나 엄마를 생각해보았을까?
우리가 나이를 먹는 것보다 더 빨리 나이를 먹으시는 엄마의 모습은 우리가 어떤 자식이었는지 볼 수 있는 거울이다. 지금 우리가 보는 엄마의 모습이 건강하고 웃고 있다면 우리는 착한 자식이었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보는 엄마의 모습이 건장하지 않다면 우리는 부족한 자식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지금 눈앞에 떠오르는 엄마의 모습은 어떤 모습인가? 나는, 내가 지금 바라보는 엄마의 모습은 썩 건강하지 못한 모습이다. 늘 웃으면서 생활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계시지만, 나와 동생 때문에 종합검진 한 번 제대로 받지 않으신다. 항상 병원에 가라고 해도 어머니는 괜찮다며 목욕탕만 찾으신다.
그런 엄마의 고집에 한숨을 내쉬면서도 나는 엄마에게 미안한 마음을 떨칠 수가 없다. 오랜 시간 동안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아빠 때문에 거의 홀로 나와 동생을 키우다시피 하셨다. 이제는 아빠와 남이 되어버린 상황에서도 엄마의 짐은 좀처럼 가벼워지지 못했다. 생각만 해도 마음이 무겁다.
<엄마, 오늘도 사랑해>를 읽는 동안 나는 엄마의 모습을 보았다. 작가가 그림과 글로 담은 엄마와 작가는 분명히 나와 다른 이야기이지만, 다른 이야기라고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다른 이야기라고 느끼는 게 이상하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우리 모두의 엄마 이야기였다.
나는 제대로 된 아빠의 그림을 본 적이 없어서 아빠를 떠올릴 수가 없다. 아빠 또한 아빠 나름대로 자신의 욕심을 채워 떳떳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 살려고 했다고 믿고 싶다. 하지만 도무지 나아지지 않는 도박과 술과 그릇된 욕심을 품는 모습은 도무지 좋게 보려고 해도 그럴 수가 없다. 어떻게 가능할까!
그래서 나는 늘 엄마의 모습을 가슴 한구석에 담고 있다. 내가 나쁜 일을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면 '이래서는 안 돼. 나중에 엄마 얼굴을 어떻게 보려고 그래?'라며 자제하고, 좋은 일이 생기면 항상 제일 먼저 엄마에게 자랑한다. 내가 할 수 있는 고작 그것밖에 없다는 사실에 때때로 가슴이 미어지지만….
<엄마, 오늘도 사랑해>를 읽어보면 "엄마, 나 잘했지? 이건 사실 전부 엄마의 상장이야."이라는 말과 그림을 볼 수 있다. 오늘 우리가 층층이 쌓아온 이 모든 일은 어쩌면 모두 엄마의 상징이 아닐까? 엄마가 있었기에 우리는 여기에 있을 수 있다. 우리는 사랑 받은 존재로 누군가와 웃을 수 있다.
점점 가족과 서툴러지는 오늘, 나는 구작가의 그림 에세이 <엄마, 오늘도 사랑해>를 많은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다. 이 책을 통해서 외롭고 슬픈 마음이 위로받을 수도 있고, 지금 당장 떨어져 있는 엄마에게 전화하거나 옆에서 TV를 보는 사람에게 "엄마, 사랑해."라고 말하고 싶어질지도 모른다.
나는 그런 애정 표현이 무척 서투른 경상도 남자다. 28살을 먹을 동안 한 번도 엄마에게 사랑한다고 직접 말해본 적이 없다. 카카오톡으로 고맙다고 메시지를 보낸 적은 있지만, 역시 아무래도 그러한 표현이 무척 어렵다. 종종 티격태격해도 늘 곁에 있는 엄마에게 닿지 않을 말로 글을 마무리하고 싶다.
"엄마, 오늘도 사랑해. 나는 엄마가 나의 엄마라서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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