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 송강호와 손석희 인터뷰, 보고 싶었던 투샷
- 문화/문화와 방송
- 2017. 5. 26. 07:30
JTBC 뉴스룸 목요 문화 초대석, 배우 송강호와 앵커 손석희의 멋진 만남
어제 JTBC 뉴스룸에서 배우 송강호와 앵커 손석희가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방송되었다. 배우 송강호와 앵커 손석희는 많은 사람이 보고 싶어 했던 투 샷이라고 생각한다. 앵커 손석희는 공정한 보도를 통해서 대중적인 지지를 받고 있고, 배우 송강호는 에너지 넘치는 연기로 대중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배우 송강호와 앵커 손석희의 만남은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시작했다. 두 사람이 서로 처음 만났던 시절을 이야기하며 웃는 모습이 '이제야 블랙리스트 사건에서 벗어나 배우와 앵커가 다시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게 되었구나.'는 걸 느끼게 했다. 뭐, 이건 어디까지 개인적인 시선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배우 송강호를 알게 된 것은 우연히 추석 영화로 본 <의형제>라는 영화를 통해서다. 당시에 인상적인 연기로 기억에 남아있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본 영화 <변호인>은 '송강호'라는 이름 석 자를 가슴에 새기게 했다. 영화 <변호인>에서 본 송강호의 모습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다.
뉴스룸 데스크에 나온 송강호는 <변호인> 연기를 할 당시에 '과연 내가 고 노무현 대통령을 잘 표현할 수 있을까?'는 걱정을 했다고 한다. 영화 <변호인>은 송강호의 그런 고민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엄청난 연기였다. 그의 연기가 살아있는 이유는 바로 그 출발점에 고민이 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데스크에서 <변호인> 이야기가 나온 것은 탄핵 정국 속에 등장했던 블랙 리스트에 대해 이야기를 할 때다.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시(혹은 최순실) 아래 관리된 문화계 블랙리스트의 존재는 뜬소문으로만 있던 게 명확히 드러난 사건이었다. 이 사건으로 문화계는 큰 충격에 빠지기도 했다.
송강호는 이 사건을 언급하며 개인적으로 무척 당황했고, 안타까웠다고 심정을 밝혔다. 당시 주변에서 많은 불이익을 받지 않았느냐는 걱정이 많았는데, 영화 <변호인>에 투자하거나 제작에 참여한 사람들에게 분명한 피해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도 모르게 혀를 차고 말았다.
박근혜 전 정부가 가장 민주적이고 자유로웠다는 개소리를 한 사람을 붙잡고, "저걸 보라고! 지금 당신은 도대체 무엇을 보고 있는 거야!?"이라고 소리치고 싶었다. 송강호는 블랙리스트에대해 "소문은 있었지만, 겉으로 드러나는 확실한 게 없었다. 그런데 소문만으로 영향이 미치기도 했다."고 말한다.
문화계처럼 입김이 중요하게 작용하는 곳에서는 분명히 그럴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과거 송강호는 영화 <변호인>을 찍고 나서 한참 동안 일이 들어오지 않았다고 언론을 통해 언급한 적이 있다. 그만큼 박근혜 전 정부의 알지 못하는 블랙 리스트는 영향력이 컸고, 오늘 분명한 처벌이 필요해 보인다.
송강호와 손석희는 이후 몇 달 후에 개봉할 <택시운전사>에 대해 간단히 이야기를 이어갔다. 영화 <택시운전사>는 5.18 광주 민주화 운동 당시를 기록한 사건을 다룬 작품이다. 과거 내가 광주 민주화 운동과 관련해 본 작품은 <26년>이 유일한데, 당시 영화를 보고 한동안 멍했던 게 문득 떠오른다.
지금도 전 재산이 29만 원이라며 추징금을 납부하지 않는 그 인물의 집안은 또 하나의 사건과 기가 막힌 타이밍에 얽혔다. 전두환의 삼남이 무려 4700여만 원이 하는 시계를 아는 여성에서 선물로 줬다고 한다. 일부 언론에서는 유흥업소 여성이라고 말하는데, 그 여성의 자세한 신분은 아직 알지 못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전 재산이 29만 원이라고 국민을 우롱하는 그 집안이라는 점이다. 회고록을 통해서 광주 민주화 운동에서 시민에 대한 발포는 명령하지 않았다고 변명하고, 자유한국당이라는 이름을 가진 잡당은 광주 민주화 운동에 여전히 북한 배후설을 말하고 있다. 도대체 양심이라는 게 있을까?
영화 <택시운전사>가 개봉하려면 아직 몇 달을 더 기다려야 하지만, 벌써 영화가 기대되면서도 한편으로 걱정되기도 한다. 왜냐하면, 영화 <26년>과 마찬가지로 분명히 많은 생각을 하게 할 테니까. 나는 그때가 오면 또 한 번 답을 찾지 못할 '국가란 무엇인가?'는 질문을 고민하며 괴로움을 토할 것 같다.
송강호는 <택시운전사>을 언급하며 영화의 대사 중 하나인 "아빠가 손님을 두고 왔다."를 언급하며 이 말은 직업윤리만이 아니라 인간의 도리를 뜻하는 것 같다고 조심스레 자기 생각을 말했다. 아비규환이었을 광주를 뒤로 해야했던 인물의 배경 그림이 떠오르는 것 같아 일순 가슴이 답답해졌다.
도대체 영화 <택시운전사>는 우리에게 어떤 이야기를 보여줄까? 이미 그 에피소드의 밑그림이 된 실화는 많은 사람에게 알려졌지만, 영화로 보는 건 또 다르다고 생각한다. 송강호는 '인간은 도대체 무엇으로 사는가?'는 의문을 언급하기도 했는데, 아마 우리가 영화를 보면 알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송강호 인터뷰 마지막에 이르러 "촛불 하나하나는 힘이 없지만, 그 촛불이 모이면 커다란 힘이 된다. 영화 또한 한 편의 감동은 힘이 없을 수도 있다. 심지어 몇 시간 가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숫자가 적더라도 모이면 큰 힘이 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분명히 그의 말대로다.
우리가 보는 책과 영화의 감동은 계속해서 우리 가슴에 쌓여가며, 어느 정도 쌓였을 때 우리의 인생에 놀라운 힘을 준다. 오늘 내가 여기서 글을 쓰는 이유도 책과 글에서 받은 감동이 쌓인 결과이고, 우리가 오늘 좋은 책과 영화를 찾아보는 것 또한 그 감동의 다음을 찾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웃음)
정말 오랜만에 기분 좋은 인터뷰를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다음에 반드시 나도 이런 식으로 인터뷰 기사를 취재할 수 있는 도전을 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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