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에서 마지막 날을 보내며 적은 일기

한일 학생 관광 교류 촉진 프로젝트 9일 차,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는 법


 길다고 생각한 일정이 어느새 마지막 날인 12월 27일이 되었다. 마지막 날에 있을 여러 일을 준비하느라 새벽까지 잠을 자지 못했지만, 나는 언제나처럼 같은 시간에 눈을 뜨고 일어나 아침 준비를 했다. 모두에게서 피곤한 기색이 질척하게 느껴졌지만, 마지막 날이라는 게 제법 힘이 된 것 같았다.


 이 날 일정은 아토미 여자 대학원으로 이동하여 한국 학생들이 준비한 PPT 자료를 발표하고, 일본 학생들이 준비한 PPT 자료를 발표하는 일정으로 이어졌다. 서로 한국과 일본의 관광 교류 활성화를 어떤 식으로 해야 할지 말하는 부분에서 공감하는 부분도 있었고, 뜻밖의 부분도 발견할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조금 아쉬운 부분은 일본 학생들이 그러하듯, 우리도 좀 더 범위를 폭넓게 보고 준비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점이다. 일본 학생들의 발표 내용은 우리가 틀을 좁힌 일본 농수산업이나 관광업에 제약을 두기보다 조금 더 넓게 시야를 보고 있었다. 역시 이런 부분은 시야와 독창성이 중요했다.


 하지만 한국 학생들이 발표를 준비하는 데에는 시험 기간이 겹친 데다가 어떤 주제로 발표를 준비해야 할지 명확히 정해지지 못해 어려움이 많았다. 그 속에서도 발표를 맡은 학생들과 준비를 꾸준히 한 학생들이 멋지게 마무리를 해주었다. 이래저래 도움이 되지 못한 나는 박수를 치는 일만곤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발표 일정이 끝난 이후에는 서로의 소감을 발표하며 간단한 선물을 교환하고, 인사를 건네는 일정이 이어졌다. 8박 9일 동안 함께한 순간을 담은 사진을 이용해서 영상을 보기도 하고, 일본에서 흔히 하는 롤링 페이퍼를 교환하거나 간단한 기념품 교환도 있었다. 역시 이런 건 변하지 않는 듯했다.


 마지막 점심을 함께 하면서 짧은 교류 시간을 가졌는데, 모두 함께 웃으면서 소감을 발표하는 모습은 참 즐거워 보였다. 절대 저렇게 어울리지 못하는 나는 그저 학생들의 모습을 지켜보며 '젊다는 건 참 대단하네. 몇 살 차이 난다고, 이렇게 세대 차이가 느껴지는구나.'는 것을 실감했다. 아하하. (쓴웃음)


 애초에 나는 이런 시끌벅적한 장소에 오는 게 너무 익숙하지 않았다. 처음부터 내가 가지 않을 곳은 어떤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보고 싶었기에 일단 견뎌볼 생각으로 참여했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나름 연장자라 불필요한 터치도 없었고, 나름대로 즐길 수 있었다.


 나리타 공항까지 동행한 몇 명의 일본 학생과 한국 학생들이 따로 작별 인사를 했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할 정도로 친분을 쌓은 사람은 없었기 때문에 홀로 먼저 들어가 공항에서 휴식을 취했다. 일본 도쿄 나리타 공항에서 쉬면서 일본으로 놀러 온 사람들을 보며 또 언제 올 수 있을지 상상해보았다.


 아마 내가 다시 일본 땅을 밟는 일은 꽤 훗날의 일이 되지 않을까 싶다. 말은 이래저래 준비하고 있다고 말해도 나는 막상 귀찮은 일은 잘 하지 않는 편이고, 국내에서도 해야 할 일이 많아서 아마 일본에 다시 오는 일은 쉽지 않을 것이다. 만약 학교에서 비슷한 프로그램에 멍청하게 신청한다면 모를까….






 8박 9일의 시간 동안 배운 점이 있느냐고 묻는다면 '있다.'고 대답하겠지만, 아쉬운 점은 없었느냐고 묻는다면 그 역시 '있다'고 대답하고 싶다. 솔직히 나는 이번 일정에 큰 기대는 하지 않았었다. 무엇보다 나는 분명히 겉돌면서 사람과 어울리지 못할 것이 분명했고, 초기 목적은 '보는 것'이었으니까.


 평소의 나라면 절대 하지 않았을 선택지였던 8박 9일간의 일정. 내가 이런 선택을 한번 해보는 데에 큰 영향을 미친 건 작년 여름 때 겪은 겐카이정 홈스테이다. 그때도 여전히 사람과 어울리는 일은 힘들었지만, 내가 하지 않았을 선택을 통해서 새로운 경험을 해볼 수 있었다. 분명한 가치가 있었다.


 그래서 이번에도 처음 어느 교수님의 소개를 받고 나서 꽤 망설이다가 신청했었다. 비록, 내가 갑작스럽게 스타일을 바꾸어 적극적으로 나아가지는 못하더라도, 평소에 하지 않을 선택을 통해서 무언가 얻는 게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이번에 모르는 사람을 만난 일과 모르는 곳을 다닌 일이 그 수확이었다.


 나는 학기 중에는 학교와 집만 오가고, 간간이 행사 참여나 공연 또는 영화를 보는 일이 아니면 밖에 나가는 일이 거의 없다. 당연히 만나는 사람도 거의 없다. 일본 교류일정에서 돌아와 멀리 나간 건 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전달하기 위해서 한 번뿐이고, 그 이외에는 계속 집에 틀어박혀 있다시피 했다.


 집에서 피아노 연습을 하고, 책을 읽고, 종종 게임을 하고, 애니메이션을 보고, 글을 쓰고. 그 일만 하더라도 하루 24시간이 너무 짧게 훅 지나 가버린다. 사람과 만나서 함께 노는 일이 더 즐겁다고 흔히들 말하지만, 나는 평소 그런 선택을 잘 하지 않는다. 나에게는 그런 시간이 내 인생에서 너무나 적었다.



 한일 관광 교류 프로젝트는 8박 9일이라는 시간 동안 유례없이 내가 다른 사람과 함께한 시간이었다. 이번 이 시간이 다음에 또 같은 선택지를 눈앞에 두었을 때, 피하기보다 좀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을 가지는 데에 도움이 되리라 믿는다. 사람은 그렇게 천천히, 한 걸음씩 나아가는 법이니까.


 이번에도 적극적으로 사람과 어울리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조금은 어울리며 나에게 작은 변화를 주었다고 생각한다. 다음에 또 비슷한 기회가 있다면, 그때도 역시 나는 긴 시간 고민을 하다가 또 후회하는 선택을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그 선택은 나에게 도움을 주리라 믿는다.


 8박 9일의 시간 동안 거의 외부자로 있다시피 한 나는 그곳에서 사람과 일본을 보았다. 대학 강의에서 듣지 못한 일본의 모습을 보았고, 살면서 절대 가지 않았을지도 모르는 곳에 가 보았고, 같은 대학이라고 해도 눈 한 번 마주칠 일이 없을 수도 있는 사람을 만났다. 그거면 충분하지 않을까?


 나는 그것으로 만족한다. 오늘 여기서 8박 9일의 일본 여행기이자 한일 관광 교류 촉진 프로젝트 후기를 마치고 싶다. 이 글은 누군가 읽는다고 생각하기보다 내가 어떤 식으로 느꼈는지 그냥 정리하며 적고 싶어서 쓴 글이다. 부디 두서가 맞지 않거나 알맹이가 없어 보여도 이해해주길 바란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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