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8박 9일, 후쿠오카 야나가와 현에서 시작한 하루
- 여행/일본 여행기
- 2016. 12. 30. 08:00
한일 관광교류 촉진 프로그램의 첫걸음, 후쿠오카 야나가와
대학의 2학기 기말고사가 끝나고, 주말 동안 밀린 책을 읽거나 글을 정리하는 것도 잠시 너무나 일찍 대학의 추가 일정을 소화해야 하는 시간이 다가왔다. 대학의 추가 일정은 학교에서 진행하는 한일 교류 프로그램으로 후쿠오카와 오사카, 도쿄를 거치며 다양한 일정의 관광을 체험하는 일정이었다.
이 프로그램에 신청한 이유는 한 교수님의 소개를 듣고, 뭔가 새로운 경험을 만나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19일 당일에도 '내가 절대 선택하지 않을 길을 가면 어떤 모습을 볼 수 있을지 궁금하다'는 기대감이 있었다. 하지만 당일엔 새로운 기대감보다 '괜히 신청했다.'는 후회감이 너무나 크게 들었다.
왜냐하면, 기말시험 기간 동안 밀린 일이 너무 많았고(공부도 별로 안 했는데 말이다!!), 몇 가지 발표 준비로 피로를 좀처럼 해소하지 못하게 하는 일이 너무 많았다. 인원도 무려 30명이 함께 움직이는 일이라 과연 내가 단체 생활에 질색하지 않고, 제대로 소화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다.
그런 방황 속에서 '나도 우병우 전 민정수석처럼 잠수나 탈까?'는 고민도 잠시, 결국 19일의 아침 해는 떠오르고 말았다. 이미 18일에 모든 준비를 마친 나는 깊은 심호흡을 하고 공항으로 향했다. 최대한 웃는 얼굴로 보내기 위해서 각오를 다졌다. 내가 절대 선택하지 않을 길은 선택한 건 나였으니까.
당일 김해 공항에 도착했을 때는 비행기가 연착되는 줄 알았다. 어머니의 차를 타고 오는 동안 비가 계속해서 내렸고, 날씨가 너무 어두워서 혹시 안개나 비의 영향을 받지 않을까 걱정을 했었다. 뭐, 일부분은 '그냥 취소되면 좋겠다.'는 생각도 있었지만, 다행히 날씨의 영향은 크게 받지 않았다.
첫날에 모여서 간단히 당일의 미션을 하면서 일본에서 일정을 소화했는데, 그 일정은 크게 아토미 여자 대학의 멤버들과 교류를 다지는 일이었다. 모두 굉장히 밝은 분위기로 이야기를 했지만, 처음에는 누가 먼저 나서서 쉽게 말을 걸 수가 없었다. 모두 일단은 따로 나누어진 분위기로 진행되었다.
그러나 나누어진 조별로 한두 명씩 담당하며 이야기를 나누면서 조금씩 말을 트게 되었고, 모두 화기애애하게 지내는 분위기가 그려졌다. 나도 같은 조의 후배와 조금씩 말을 섞여 가면서 그 특정한 분위기에 익숙해지기 시작했지만, 모두가 신나게 떠드는 모습에서 느껴진 괴리감은 쉽게 떨칠 수 없었다.
19일에 내가 가장 크게 감정을 드러낸 부분은 야마가와 현의 자랑 중 하나인 뱃놀이 체험이었다. 일본의 오래된 전통이 남아있는 모습 중 하나인 야나가와 뱃놀이 체험은 배에 탈 때 배가 너무 흔들려서 '이걸 어떻게 타라는 거야!?'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글을 쓰면서도 당시의 흔들림이 느껴진다.
하지만 무사히 배를 타고 야나가와 수로 일대를 돌면서 관광을 했는데, 솔직히 이 부분은 1시간 정도의 투어를 할 정도는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어디까지 주관적인 의견이지만, 나는 이 체험은 딱 '20분' 정도가 사람들이 질리지 않는 밸런스라고 생각했다. 처음은 신선했지만, 후는 그렇지 못했으니까.
물론, 벚꽃이 한창 피어나는 봄이나 단풍이 아름답게 물감을 칠하는 가을이라면 이야기가 좀 다를 것이다. 당시 배를 이끈 뱃사공 아저씨는 "10월과 11월, 3월과 4월에 가장 큰 이벤트와 함께 많은 사람이 찾는다."고 말씀하셨다. 확실히 배를 타고 돌며 본 풍경은 그때 비로소 가치가 있을 것 같았다.
처음에는 배를 타는 게 굉장히 불안했지만, 이후에는 탁한 물길을 헤쳐나가는 반복되는 풍경이 너무 지루하여 흥미 요소에서는 별 3개 반을 주고 싶다. 조금 더 짧은 시간 동안 간단히 수로의 주요부분을 둘러볼 수 있다면, 오히려 그게 더 좋지 않을까? 어쩌면 이건 나의 단순한 편견일지도 모른다. (웃음)
배를 타는 동안 먹을 수 있었던 떡꼬치(?)는 굉장히 맛있었고, 따뜻한 코타츠 안에 발을 넣고 관광을 할 수 있는 건 특색있는 경험이었다. 이러한 구성을 보건대 봄과 가을의 한창 축제인 시절에는 굉장히 멋있는 그림이 그려질 것 같다. 다음에는 체험이 아니라 그 시기의 사진을 찍으러 오고 싶다.
수로 뱃놀이 체험을 마친 이후에는 옛 코지마 주택과 화도(꽃꽂이) 견학을 했고, 추가로 근처 몇 군데의 장소를 더 둘러볼 수 있었다. 그 장소에서는 위 사진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일본 전통의 역사를 견학할 수 있었는데, 개인적으로 예정된 스케줄과 달라 장소에 대한 정보가 없어 꽤 힘들었다.
여기서 힘들었다고 말하는 것은 꽤 장시간 동안 걸어 다녀야 했다는 점도 있지만, 설명을 듣지 못한 부분에서 도무지 흥미를 느낄 수 없었다는 점도 있다. 애초에 전통과 역사와 관련된 박물관은 재미있게 설명할 수 있는 해설자가 없으면 일반인이 쉽게 흥미를 느낄 수가 없다. 하물며 외국이라면 더욱!
내가 한국에서 가장 재미있게 박물관을 본 적은 중학교 시절 수행평가를 위해서 당시 역사 선생님과 방문했을 때다. 그때 역사 선생님이 박물관에서 볼 수 있는 여러 역사 유물들을 쉽고 재미있게 설명해주셨는데, 그 이후에도 몇 번 비슷한 경험을 하면서 '박물관 견학은 이런 게 최고야!'라고 생각했다.
다음에 야나가와의 박물관은 좀 더 재미있게 보고 싶다. 어쨌든, 이렇게 견학 일정을 마친 이후에는 한일 학생들의 친분을 쌓기 위해서 식사와 레크레이션을 했는데, 역시 나는 마지막까지 그 시끄러운 분위기에 남아있을 수가 없어서 밖으로 나와 휴식을 취해야 했다. 그래도 절반은 버텼으니 굉장했다.
다음 날도 굉장히 괴로운 일정이 기다리고 있을 것 같지만, 일단 월요일 저녁은 이렇게 조금 더 휴식을 취하고 싶다. 이 글을 마치면서 가져온 <양과 강철의 숲>을 읽으면서 하루를 마무리하고자 한다. 부디 내일은 해물이 아닌 조금은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나오기를 조용히 기대해보고 싶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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