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공의 벌, 당신도 원자력에 침묵하는 군중인가

히가시노 게이고 추리 소설 <천공의 벌>, 원전을 무대로 펼쳐지는 긴박한 이야기


 원자력. 현대의 문명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전력은 필수적인 에너지이고, 그러한 전력을 높은 효율성으로 생산하는 원자력 발전소는 우리의 삶에서 쉽게 대체할 수 없다.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폭발 사고 이후 전 세계적으로 원자력 발전소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일어나기도 했다.


 그러나 막상 그런 운동이 일어나더라도 우리가 원자력 발전소에 의존하지 않는 효율적인 전기를 생산하는 수단이 없다. 대체 에너지로 손꼽히는 태양열을 비롯한 수소 에너지 등도 아직은 시행착오를 통해 개선되어야 할 부분이 많고, 큰 비용이 들기 때문에 우리는 원전을 포기할 수가 없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 이후 한국에서도 반원전 운동이 강하게 일어났고, 정부가 추진하는 원자력 발전소 신설에 반대하는 여론은 그 힘을 키워갔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지금은 그 사건을 기억하는 사람이 드물고, 우리의 일상 속의 비일상에 숨어있는 원전에 대한 두려움은 서서히 옅어졌다.


 한국의 바로 옆에 있는 일본에서는 대지진이 일어날 때마다 원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서 경각심을 다시 일깨우지만, 일본에서도 현재 원전을 대체할 수단이 없는 실정이다. 아마 한국과 일본이 아니라 전 세계 많은 나라가 비슷한 상황에서 원전을 대체할 새로운 발전 수단을 찾느라 애쓰고 있을 것이다.



 오늘 읽은 소설 <천공의 벌>은 '빅B'라는 커다란 헬리콥터를 어떤 인물이 무선 조종으로 탈취하여 원전에 떨어뜨리려고 하는 협박하는 이야기를 다룬 소설이다. <천공의 벌>은 '빅B'를 조종하는 범인을 추적하고, 그 추적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구출 작전과 범인의 의도를 날카롭게 그리고 있다.


 '빅B'를 탈취하여 일본 정부에 '모든 원전을 멈춰라.'는 협박을 하는 범인은 두 사람으로, 한 명은 원전과 관련된 일을 겪은 한 아이의 아버지이고, 한 명은 그저 무선 조종 헬기에 특출함을 갖춘 전(前) 자위대 출신 인물이었다. 이 두 사람이 지닌 상징성을 이해하는 게 책을 읽는 주요 포인트라고 생각한다.


 책을 읽으면서 제목이 '천공의 벌'이라는 점은 제법 매력적이었다. 우리는 살면서 한번은 벌에 쏘이거나 쏘일 뻔한 위험에 빠지거나 벌에 쏘여 다친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다. 그 이후 우리는 벌에 대한 경각심을 가지고 벌이 있는 곳에서는 조심하게 되는데, 범인은 '원자로 또한 그렇다.'는 걸 말하고 있다.


 범인의 의견이 곧 작가의 의견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책의 결말에 해당하는 부분을 읽어보면 이런 글이 있다.


이번 시도는 우리의 충고였다.

침묵하는 군중이 원자로라는 존재를 잊게 해서는 안 된다. 그 존재를 모르는 척하게 해서도 안 된다. 자신들 바로 가까이에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그 의미를 생각하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그들에게 자신의 길을 선택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

이번에 우리가 '신양'을 목표로 한 것은 이 원자로가 위기감을 주기에 알맞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실은 한 가지 이유가 더 있다. 그것은 세계 최대의 헬리콥터를 천 몇백 미터 상공에서 추락시켰을 경우, 다른 원전은 방사능이 누출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본문 675)


 <천공의 벌>에서 일어난 사건은 '정말 원전을 폭파시키겠다.'라는 목적이 아니라 침묵하는 군중이 우리 주변에 원자로가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고, 원자로는 언제 어떻게 우리에게 해가 될 수 있는 위험 요소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전하는 게 목적이었다. 어쩌면 이것은 우리도 해당하는 이야기일 수도 있다.


 현재 우리 한국은 2015년 기준 4개의 원자력 발전소와 24기의 원자로가 한국 내 30%에 이르는 전기에너지를 생산하고 있다. 우리는 이러한 원전에 꽤 무관심하게 살아가고 있지만, 종종 고리 몇 호기가 작은 고장이 나서 긴급 중지를 했다는 뉴스를 들을 수 있어 안전하다고 말할 수가 없다.


 더욱이 이미 운영 한계 시점에 다다르고 있다고 말해지는 곳도 있고, 40년간 쌓인 방사성 물질 처리 문제와 함께 좁은 전 세계에서 좁은 지역에 가장 밀집되어 있어 한 번 위험이 터지면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가 있다. 물론, 어디까지 가상의 얘기이지만, 우리는 이러한 원전이 있다는 걸 잊어선 안 된다.


 지난 경주에서 일어난 유례없는 지진으로 우리는 걱정을 했다. '혹시 일본처럼 더 강도가 센 지진이 와서 원전에 문제가 생기면 어쩌나?'는 시나리오까지 떠올리는 사람도 적잖았다. 그저 '확률적 이야기'에 불과하지만, 현실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이 더욱 섬뜩하다. 이미 일본을 통해 직접 보지 않았는가?


 독일은 2022년까지 원자력 발전소를 차차 전면 폐쇄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독일만 아니라 많은 나라가 탈핵을 통해 안전적인 에너지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우리 한국은 반도의 지형상 어려움이 있을 수도 있어 당장 탈핵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무의미하게 계속 원전을 늘려가는 건 피해야 하지 않을까?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 <천공의 벌>은 단순한 추리소설이 아니다. 저자가 던지는 여러 퍼즐 조각을 맞춰가며 이야기를 읽는 재미도 있지만, 책을 통해서 볼 수 있는 '원자로의 공포는 절대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는 것을 보여준다. 우리의 무의식에 있는 원전의 존재를 우리는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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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2)

  • 시엘
    2016.12.09 01:06 신고

    우리나라는 당장 아프고 죽지 않으면, 늘 별 게 아니라고 생각하니까요. 닥쳐야 허둥지둥 난리고.
    지진 났는데도, 앞으로를 위해 대비하자보다는 '호들갑떤다.'는 사람 (특히 어른층.)이 많거든요.
    히가시노는 여러 책에서 과학도로서의 '책임감'을 자주 이야기해 왔죠. 이 책도 기대하고 있어요.

    • 2016.12.10 08:56 신고

      꽤 볼만하실 겁니다 ㅎㅎ..
      우리는 그래서 안절불감증의 나라라는 수식어를 쉽게 벗어날 수 없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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