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추위를 녹이는 우리들의 편의점 이야기

다시 읽고 쓰는 <편의점 가는 기분> 이야기, 우리들의 편의점


 요즘 어디를 가더라도 편의점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편의점은 단순히 우리가 어떤 기호 상품을 구매하는 곳이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빠질 수 없는 곳이 되었습니다. 바쁘게 움직이는 학생과 직장인이 잠시 삼각 김밥과 컵라면으로 끼니를 떼우는 장소가 되어 사람들이 항상 거쳐 가게 되었습니다.


 저도 중학교에 다니던 시절에 학원에서 저녁 늦게까지 있어야 해서 친구들끼리 저녁을 편의점에서 컵라면과 삼각 김밥으로 먹었던 적이 있습니다. 컵라면 한 개로 친구들끼리 나눠 먹기도 하고, 서로 다른 종류의 컵라면을 사서 한 입씩 나눠 먹은 적도 있죠. 돌이켜 생각해보면 참 아련한 추억입니다.


 지금도 편의점은 많은 학생이 끼니를 해결하거나 거쳐 가는 장소입니다. 편의점에서 우리는 무언가를 사기도 하지만,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학생들의 모습도 많이 볼 수 있죠. 고등학생부터 대학생까지, 혹은 아직 프리터로 일하는 사회초년생들이 아르바이트로 하는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


 아마 편의점이라는 곳은 우리가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장소가 아닐까 싶습니다. 요즘은 카페에서 많은 사람이 모인다고 하지만, 다소 가격이 비싼 카페보다 가격이 싼 컵라면과 다양한 기호식품을 먹을 수 있는 편의점이 경제적으로 조금 어려운 사람들에게 맞는 장소거든요. 저도 그렇습니다.



 특히 요즘 편의점에서 복권을 판매하는 곳도 많아서 사람들의 발걸음이 잦아졌습니다. 저도 매주 일주일에 한 번은 꼭 복권을 구매하기 위해서 가까운 편의점을 들립니다. 그때마다 줄지어 복권을 사는 많은 사람의 모습을 볼 수 있는데, 모두 저마다의 그늘지고 투박한 표정으로 복권을 사고 있었죠.


 편의점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모습은 그 얼굴과 그 얼굴 속에 있는 모습을 상상하는 것만으로 한 편의 소설을 적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오늘 여기서 짧게 소개하고 싶은 소설은 <편의점 가는 기분>입니다. 바로 편의점을 소재로 하여 사람들의 사는 이야기를 적은 소설입니다.


 외할아버지를 도와 편의점을 함께 운영하는 고등학생 주인공은 편의점에서 다양한 사람을 만납니다. 그중에서는 혼자 자취하는 동갑내기 친구도 있었고, 어머니의 여윈 손을 꼭 쥐고 편의점을 찾는 소녀도 있었고, 길고양이를 돌보는 캣맘 아주머니도 있었고, 아르바이트를 하는 누나도 있었습니다.


 <편의점 가는 기분>은 그런 사람들을 만나서 특별하지 않은 이야기를 평범하게 그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책을 읽다보면 여러 장면 중에서는 우리 사회의 한 모습을 날카롭게 지적하는 모습을 엿볼 수도 있습니다. 아래의 장면이 바로 그 모습 중 하나입니다.


"네가 여기서 알바하는 건 비밀이다. 너는 아직 알바할 수 있는 나이가 아니다. 열한 살에 알바하는 건......"

"불법이지?"

"그래, 불법이다."

"열한 살짜리도 필요하면 돈을 벌어야 하는데 왜 못 하게 해?"

"그건……, 어린애들을 위해서지."

"얼어 죽는데도 위하는 거야?"

"얼어 죽다니?"

"관리비를 안 내서 보일러가 고장 나도 안 고쳐 줘!"

나는 잠시 꼬마 수지를 바라보았다. 꼬마 수지는 언제 목소리를 높였냐는 듯 다시 어른처럼 말했다.

"하지만 낮에는 견딜 만해. 낮에는 가 있을 곳이 많거든. 깨끗하게 입고 가면 아무도 뭐라 안 해. 밤이 문제야. 밤에는 가 있을 데가 없어. 다 문 닫잖아." (본문 76)


 꼬마 수지가 한 "열한 살짜리도 필요하면 돈을 벌어야 하는데 왜 못 하게 해?"라는 말은 아프게 다가옵니다. 요즘 우리 한국 사회는 빈부 격차가 너무나 커서 힘겹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가출 청소년들은 돈을 벌기 위해서 부당하게 착취를 당하거나 위험한 범죄에 손을 대기도 합니다. 정말 슬픈 일입니다.


 최저 시급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여러 군데에서 일하는 청소년과 대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더 가슴이 아픕니다. 사실 편의점 점주도 나쁜 사람이라서 최저 시급마저 주지 않는 게 아니라 프랜차이즈 구성상 본사에 떼주면 남는 게 거의 없어서 어쩔 수 없다고 말합니다. 일명 치킨 게임입니다.


 "너 아니라도 알바할 사람은 많다."라며 시급에 대한 조정을 해주지 않고, 학생들은 다른 선택지를 쉽게 찾을 수가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시급 조정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제는 이렇게 잘못된 부분을 고쳐나가야 하지만, 정부는 여전히 사람의 목소리를 듣지 않은 채로 흘러갑니다.


 책을 읽어보면 주인공의 이런 독백이 있습니다.


만약에.

신지구가 들어서지 않았더라면 이곳은 구지구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면 나는, 수지는, 그리고 엄마는 이런저런 말썽을 부리기도 하면서, 서로 미워하기도 하면서, 또 사랑하기도 하면서 조용히 살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톡.

그런데 이제는 그렇게 살 수 없다는 것을 안다. 외할아버지도 말했다시피 세상은 엄청나게 위험해지고 말았다. 펑 터지기를 갈망하면서 부풀어 오르는 풍선처럼 뜨거워지고 있는 것이다.

틱.

세상이 나 같은 사람도 적응할 수 있도록 미지근하게 굴러간다면, 나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마트를 하면서, 깔창이 필요한 수지와 사랑하고 결혼도 할 수 있지 않았을까. 어쩌면 밤이면 수지를 스쿠터 뒤에 태우고 이 구지구 너머 한강 하류가 내다보이는 데까지 나가 밤바람을 쐬면서 살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수지는 마트 계산대를 맡고, 나는 물건 정리를 하면서 천천히, 놀라지 않고 살 수 있었을 것이다. 세상이 뜨겁게 부풀어 오르지만 않았더라면 말이다. (본문 111)


 펑 터지기를 갈망하면서 부풀어 오르는 풍선처럼 뜨거워지는 세상. 어쩌면 지금 우리가 마주하는 세상이 딱 그럴지도 모릅니다. 모두 언젠가 터진다는 것을 알면서도 '나는 그렇지 않을 거야.'라는 생각으로 살아가는 게 우리가 사는 삶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여러분의 삶은 어떻게 나아가고 있나요?


 <편의점 가는 기분>은 편의점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사는 이야기, 주인공이 그 사람들과 대화를 하면서 느끼는 삶에 대한 이야기를 적고 있습니다. 한밤중 편의점에서 일하는 열여덟 살 소년이 바라보는 풍경은 우리가 바라보는 풍경과 다르지 않기에, 저는 책을 읽으면서 꽤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다소 침체된 분위기로 그려지는 이야기이지만, 그래도 이야기의 마지막은 편의점에 들린 사람들이 제각기 희망을 찾아 앞으로 발을 내딛는 모습을 그립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보는 편의점은 항상 그 자리에 서 있듯이, 편의점을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 또한 항상 앞을 바라보며 걷는 삶을 살 테니까요.


 또 한 장면 읽어보고 싶습니다.


"처음엔 한순간에 추락한 줄 알았어요. 그런데 생각해 보니 갑자기 그렇게 된 게 아니었어요. 아주 오래전부터 추락하고 있었는데 모르고 있었어요. 잘되어 가고 있다고 착각했던 거예요. 나만은, 우리 가족만은 아니라고 우기고 있었던 거죠."

"……."

"지금은 후련해요. 사람들이 망하는 걸 겁내는 이유는 그다음에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하고 두려워서겠죠. 그런데 바닥으로 꺼졌다 해도, 망했다 해도 삶이 다 끝난 건 아니더라고요. 저도 그걸 알기까지 오래 걸렸어요. 결국 겁을 털어 냈더니 다른 방도를 찾아보자 싶더라고요. 삶의 모습은 하나가 아닌데, 꼭 한 가지 방식으로 살아야 할 것처럼 매달려 왔던 것 같아요."

"맞아요. 이 방식의 삶이 망한다는 건, 다른 방식의 삶이 시작된다는 뜻일지도 몰라요. 다른 세상의 문이 열리는 거예요."

캣맘 아줌마가 꼬마 수지 엄마의 어깨를 토닥였다. (본문 204)


 마지막으로 책에서 읽은 이 장면을 남기면서 오늘 이야기를 마치고자 합니다. 우리가 소박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준 소설 <편의점 가는 기분>. 다음에 도서관에서 우연히 책을 만나게 된다면, 한 번 정도 읽어보시는 건 어떨까요?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편의점이 들려주는 사람의 이야기는 무언가 전해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에게 편의점은 어떤 곳인가요? 이 글을 읽고 혹시 시간이 되신다면, 여러분이 겪은 편의점 이야기를 짧은 글로 적어 SNS로 공유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분명히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추워지는 가을에 온기를 나눌 수 있는 글이 되리라 믿습니다. (이 글은 아래의 영상으로 들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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