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변호사 조들호, 대기업의 갑질을 다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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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청 업체게 갑질하는 대기업의 횡포는 여전하다


 약자의 편에 서서 약자의 목소리를 들어주고, 약자를 누르는 비열한 강자에게 대항하는 이야기를 보여주는 <동네변호사 조들호>는 이번에 대기업의 갑질을 다루었다. 현재 가습기 살균제로 많은 사람에게 피해를 입힌 옥시가 곤욕을 치르고 있는 상황에서 이 소재는 꽤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지난 <동네변호사 조들호>는 거래대금을 받지 못해서 대화그룹 건물 옥상에서 투신 소동을 벌이던 이 변호사의 아버지와 함께 조들호가 에어매트로 떨어지는 이야기에서 시작했다. 사람들의 관심을 모아서 강제로 대화그룹 회장을 여론 앞에 세우는 조들호의 선택은 최선의 선택이었다.


 나는 이 장면부터 정말 인상적으로 이번 <동네변호사 조들호 11회>를 보았다. 우리가 위치가 다른 사람과 마주하고 이야기하기 위한 과정은 절대 쉽지 않다. 아무리 강자가 있는 곳에서 부당한 일을 외치고, 플랜카드를 들고 있더라도 우리의 목소리는 닿지 않는다. 늘 허공에 울릴 뿐이다.


 이번 옥시 살인 가습기 살균제 사건 또한 그렇다. 얼마나 오랫동안 약자들의 목소리가 나왔는가. 사람들은 앞에서 '반성하라', '책임져라', '진상조사 하라' 등의 문구가 적힌 팻말을 들고 시위를 했지만, 옥시는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약자가 가슴을 주먹으로 쳤을까!


 <동네변호사 조들호>는 과감한 행동을 통해서 대화그룹 회장을 여론의 장으로 끌어냈고, 여론의 관심을 통해서 사건에 대한 관심을 높였다. 하지만 여전히 강한 대화그룹 회장은 로펌 금산에 합의를 먼저 하기보다 자신에게 시비를 건 조들호를 짓밟기 위한 계획을 강구했다.


ⓒ동네변호사 조들호


 반성하지 않는 대기업의 모습은 정말 드문 밀이 아니라 한숨조차 나오지 않는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옥시 제품 불매 운동을 벌인다고 하지만, 과연 이게 얼마나 갈지 모르겠다. 어제 JTBC 뉴스룸에서는 과거 일본 사례와 함께 우리나라에서 너무나 쉽게 잊힌 대기업 횡포에 대한 저항을 말했다.


가습기 살균제 사태의 중심에 있는 옥시가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사망자 70명을 포함해 옥시 살균제의 피해자는 총 178명. 

5년 동안 모르쇠로 일관했던 회사는 한창 자사의 제품이 문제가 됐을 때 임직원들이 단체 해외여행을 다녀왔고, 제품에 문제가 있어서 실시했던 연구 결과를 황사와 미세먼지 탓으로 둔갑시켰습니다. 

게다가 지난 주말 대형마트에서는 전제품 1+1 판촉행사까지 가졌습니다. 

오늘(2일) 있었던 대표의 사과 기자회견은 당연히 진정성을 의심 받았고, 기자회견장은 피해자들의 원성으로 가득찼습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옥시 제품 불매운동.

그래서 사람들은 다시 2000년의 유키지루시를 떠올립니다. 

그러나 아주 냉정하게 살펴보면, 우리에겐 불매운동에 관한 한 성공의 기억이 없습니다. 

갑의 횡포와 경영권 분쟁의 사나운 꼴을 보인 롯데는 불매운동에도 불구하고 그 불매운동 기간 중에 롯데마트 매출이 오히려 4퍼센트 증가했고, 역시 갑질 논란이 있었던 남양유업도 한 분기만 적자였을 뿐 결국은 매출이 증가했습니다. 

우리는 빨리 잊거나, 혹은 빨리 잊고 싶어하는 걸까요? 

그리고 기업들은 그것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걸까요? 

그래서 옥시의 책임자들은 '이 또한 지나가리라…'를 되뇌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게다가 옥시 문제에 유체이탈화법으로 일관했던 정부도 있으니까 말입니다. 

그래서 감히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가 2000년의 유키지루시의 소비자가 되지 않는 이상 옥시 역시 1955년의 유키지루시가 되진 않을 것입니다.

(앵커브리핑 중에서)


 손석희 아나운서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정말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한창 뜨거운 냄비로 가열된 상테에서 우리는 옥시를 비판하고, 불매운동을 한다고 말하지만, 결국은 또 3개월이 지나면 이 사건을 기억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 왜냐하면, 우리는 약자의 승리로 끝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바뀌지 않는 것에는 쉽게 잊어버린다. 뜻밖의 결과가 나오면 집중하지만, 늘 똑같은 결과가 나오는 일은 전혀 흥미롭지 않기 때문이다. <동네변호사 조들호>를 보면 약자가 악한 강자에게 기발한 역전을 통해 승리를 거두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래서 드라마는 굉장히 인상적이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진정성 있는 사과조차 하지 않는 대기업 대표가 마지못해서 고개를 숙이는 듯한 모습으로 끝을 맺는다. 피해자에게 보상을 해준다고 하더라도 어느 사이에 거기에 정치적 이념이 등장하기도 하고, 그만큼 받았으면 그만하라는 여론이 생겨나면서 약자는 결국에 패배자가 된다.


 대기업은 잠시 고개를 숙인 후에 시간이 지나고 다시 멀쩡하게 매출을 올리고, 약자는 적은 보상금으로 연명하는 게 전부다. 우리 사회는 언제나 약자는 이긴 것 같았지만 졌고, 강자는 진 것 같았지만 이겼다. 언제나 똑같은 모습에 우리는 실망했고, 시간이 지나면 잊어버리고, 침묵한다.


 지난주 <동네변호사 조들호>에서 조들호 변호사는 "침묵은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지금 우리는 어떻게 하고 있는가. 오늘 글을 마치면서 이 질문을 우리가 한번 해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도 거래대금을 받지 못해 어려움에 있는 모든 사업자를 응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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