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독일 편을 보면서
- 문화/문화와 방송
- 2015. 11. 21. 07:30
잘못한 역사, 부끄러운 역사를 마주하는 독일의 모습에 감동하다
매주 토요일에서 매주 수요일로 시간이 바뀌어 좀 더 편하게 보는 예능 프로그램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는 다양한 나라의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어 항상 챙겨보고 있다. 지난 회는 독일에 방문한 멤버들의 이야기를 볼 수 있었는데, 노잼 다니엘과 달리 핵잼 독일을 즐겨볼 수 있었다.
현재 구자철과 박주호, 지동원을 비롯한 한국 축구선수가 뛰는 독일 분데스리가의 열기도 놀라웠고, 독일에 남아있는 오래전에 지어진 성이 그대로 보존된 모습도 놀라웠다. (특히 조화를 이룬 모습이) 비록 직접 내 발로 걸어보지는 못하더라도 이렇게 영상을 통해 그곳을 여행하는 체험을 할 수 있다는 게 즐거웠다.
그런데 지난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독일 편에서 눈을 사로잡았던 것은 먹거리, 축구, 성도 아닌 바로 과거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난 당시의 흔적이었다. 히틀러가 자신의 나치 정권에 반대하는 정치적 인물과 함께 유대인 학살을 위해 세운 수용소의 모습은 놀랍기도 하고,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다하우 강제 수용소,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은 정말 끔찍한 일을 많이 저질렀다. 독일은 아직도 나치의 잔재를 처벌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외면할 수 없는 불편한 진실을 후세대에게 경고하기 위해서 꾸준히 역사 교육을 하고 있었다. 나는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를 통해 이 모습을 보며 쓸쓸함이 묻어났다.
쓸쓸한 이유는 이런 모습이 필요한 다른 나라와 상반되기 때문이다. 가장 가까운 예로 일본을 말할 수 있다. 일본 또한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나라 중 하나로, 오랫동안 우리 한국과 중국을 상대로 오랫동안 끔찍한 일을 벌였다. 하지만 일본은 이미 다 과거 일이라며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더욱이 지금은 아베 총리는 다시 일본을 전쟁할 수 있는 국가로 만들기 위한 전초 작업을 벌이면서 국내외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독일과 일본이 지향하는 모습은 하늘과 땅만큼 차이가 났다.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에서 본 독일이 제2차 세계대전의 내용이 역사 교육의 80%를 차지한다고 했다.
인정하고 반성하는 자세,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그러나 내가 진짜 쓸쓸했던 이유는 이웃 나라 일본이 반성하지 않는 모습이 아니라 우리나라도 똑같이 반성하지 못하는 나라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과거 군부독재 시절에 군부 정권에 반대한다는 이유로 많은 사람이 억울하게 사형을 당했고, 일제강점기 시절 못지않은 고문을 받았다.
이것은 어디까지 사실이다. 그런데 일부 정치 세력은 이를 외면하면서 '그때는 나라를 위해서 어쩔 수 없는 구국의 결단이었다.'라며 변명하고, 일제강점기 시절부터 정치적 친일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면서 부와 권력을 축적한 사람들이 지금도 그 힘을 유지하면서 자신을 욕하는 사람을 찍어 누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군부 독재 시절을 비판하고, 그 시절의 독재자와 딸을 비판하면 받는 욕설은 딱 한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바로, 종북좌파 빨갱이. 단순히 이념 논리를 내세워서 아주 손쉽게 과거 잘못한 역사를 부정하고, 잘못을 지적하는 사람을 오히려 문제를 가진 사람으로 만들어버린다.
역사교육은 죽었습니다, ⓒ오마이뉴스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역사 교과서의 국정화 전략은 그 대표적인 방법의 하나다. 독재자의 딸로 다시 한 번 권력을 손에 쥐여 잡은 한 인물은 목에 핏대까지 세워가며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추진하는 발언을 했는데, 그 인물을 지지하는 정치인들은 한국의 시민 과반수를 좌파 빨갱이로 몰고 있다.
이런 모습이 정상적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도저히 그렇게 말할 수 없다. 과거 잘못한 역사를 부정하는 행동부터 시작해서 '그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북한이 개입한 난동이었다.' 등으로 민주화 운동을 추진했던 사람을 모욕하고, 잘못한 역사를 인정하지 않는 모습은 몹시 못났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정치인 중 일부는 일본의 미지근한 태도를 비판하지만, 그 비판의 방향을 우리 자신에게 돌려도 우리는 할 말이 없다.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에서 블레어가 말한 "잘못한 역사를 인정해야 더 나은 미래를 만들 수 있다."는 말을 우리는 깊이 새겨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다니엘의 고백,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일본에 부는 강한 군국주의 바람과 함께 한국에서도 다시 군국주의를 지향하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한 인기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아이들에게 병영 체험을 시키면서 자연스럽게 군 이미지를 미화하고, 또 다른 프로그램에서는 완전히 대놓고 현실성이 전혀 없는 군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잘못한 역사는 확실히 우리에게 부끄러운 모습이다.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에서 직접 수용소를 소개해준 다니엘조차 "독일이 역사 반성을 잘하고 있다고 칭찬을 받아 자랑스러웠는데, 직접 보니 마냥 부끄럽기만 했다."고 말했다. 우리는 그 부끄러운 모습을 마주해야 진짜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지금처럼 일부 세력이 '부끄러운 역사를 통해 패배주의에 젖어 있어 우리 아이들과 청년 세대가 헬조선이라 말하게 되었다.' 같은 말이 얼마나 어이가 없는가. 잘못을 인정하면서도 그것을 부정하고 싶으니까 국정교과서를 통해 역사를 획일화하고, 거짓말로 미화하고자 하는 탐욕에 고집을 부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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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독일 편을 보면서 정말 독일을 통해 우리나라가 배워야 할 점이 많다고 생각했다. 현 정부는 언제나 자신에게 유리할 때만 '선진국도….'이라는 말을 꺼내는 것이 아니라 바로 이런 점을 '선진국'을 따라 배워야 하지 않겠는가. 시위에 대한 대처도, 역사 교과서도. 전부.
한국이 선진국이 되지 못하고, 여전히 문화와 정치가 후진국 수준에 머무르는 이유는 바로 거기에 있다. 항상 잘못을 반복하고,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잘못을 지적하는 사람을 향해 '종북 빨갱이'라면서 이념 갈등으로 몰고 가니 발전이 없는 거다. 그러니 헬조서인 거다. 우리 모두 똑바로 알자.
그저 이렇게 글을 쓰는 것 이외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나도 더 할 말이 없다. 하지만 나는 적어도 진실을 외면하려고 하지 않는다. 제 아무리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고 해도 가려지지 않는다. 탐욕으로 가득 찬 시커먼 손바닥을 지적하며 '잘못되었다.'고 말하고자 나는 오늘도 이렇게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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