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카로운 드라마 '어셈블리'를 소개합니다.
- 문화/문화와 방송
- 2015. 8. 20. 07:30
답답한 정치 현실 속에서 시원한 비판을 볼 수 있는 드라마, 어셈블리
'정치'라는 단어 하나를 언급하는 것으로 사람의 가슴이 이렇게 답답해질 수 있을까? 정치에 관해 이야기하려고 하니 우리도 모르게 먼저 '에휴~' 하면서 깊은 한숨을 내쉬게 된다. 그리고 '희망이 없다.' 같은 말이 자연스럽게 나올 정도로 대다수 한국 시민이 보는 정치는 어둡기만 하다.
우리가 정치에 답답함을 느끼는 이유는 실질적으로 우리 시민을 위해서 무엇을 하고 있다는 감동을 하지 못하고, 선거철에 보여주던 모습 그대로 시민들의 머슴으로 살겠다는 정치인을 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시민과 소통하겠다는 말이 우스울 정도로 다른 세계의 사람 같다.
현재 박근혜 대통령은 자신이 과거 대통령 후보 시절에 내세웠던 공략은 지켜진 것이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이고(애초에 뭐가 지켜졌나?), 기존 공약을 뒤엎어 약소 시민을 위한 정책이 아니라 기업과 소수 기득권을 위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불만을 표해도 '아몰랑.' 자세 하나로 일관하고 있다.
이런 정치 현실 속에서 야당이라도 똑바로 그 역할을 해주면, 우리는 그나마 다음 선거를 무기로 삼아서 여당을 압박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야당 또한 무능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끊임없이 계파 싸움을 하고, 시민의 목소리를 실천하기보다 오직 네거티브 하나로 목숨을 연장하는 상태다.
그래서 우리는 '정치'라는 단어 하나에 신물을 내고, 깊은 한숨을 내쉬고, 차라리 소주를 마시면서 오늘 인터넷의 실시간 검색어로 뜬 강용석 불륜 스캔 같은 이야기를 하면서 시간을 죽이고 있다. 정치를 말하는 데 필요한 관심은 뒤로하고, 그냥 웃긴 이야기만 쫓는 게 참 서글픈 자화상이다.
ⓒKBS 어셈블리
최근에 눈여겨 보고 있는 드라마 <어셈블리>는 우리의 이런 정치 상황을 잘 보여주면서 때때로 주인공 진상필을 통해서 '시원하다'는 감정을 느낄 수 있게 해준다. 진상필은 용접을 하는 단순한 노동자였지만, 그는 여당 백도현의 계획에 이용되면서 경제시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초짜 정치인이다.
백도현은 진상필을 반대하는 의원들에게 "자격과 함량이라는거… 혹시 이런겁 니까? 스카이 출신에 판ㆍ검사 변호사 고위관료 상장기업 고위임원, 아니면 연 매출 100억 이상 중견기업의 CEO, 얼굴 팔린 방송인 또는 대학교수. 국민대표의 자격은 오직 하나입니다. 피선거권을 가진 대한민국의 국민."이라고 말하는 장면은 정말 뜨거웠다.
백도현의 이 말을 TV에서 들으면서 '그래, 공천은 저렇게 차별 없이 되야 한다.'고 공감했지만, 사실 우리 정치에서 아직 이런 모습이 나오기는 어렵다. 여전히 정치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지역과 학벌에 따라 영향력이 달라지기 때문에 '지위와 인맥이 높을수록' 좋은 게 우리 정치 현실이니까.
과거 노무현 대통령이 대통령으로 당선되었을 때 호되게 비판을 받은 이유 중 하나가 이름 있는 대학교 출신도 아니고, 재벌 출신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 당시 야당 한나라당은 노무현 대통령을 손가락질하면서 못 배운 놈이라고 하거나 대통령으로 인정 못 한다며 정치의 한계를 보여주었다.
그런데 더 우스운 일은 현재 새누리당은 자신들이 똑같은 일을 벌이면서 자신들을 향해 되돌아오는 말에 식겁을 한다는 사실이다. 새누리당 의원들과 지지자들은 어떻게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그런 모욕적인 말을 하느냐면서 절대 군주로 착각하고 있다. 자신들이 내뱉은 말은 생각지도 않은 채.
ⓒ아이엠피터
이런 말을 하려면 끝도 없으니 여기서 그만하자. 박근혜 대통령이 보여준 모습은 무능이 어떻게 무능이라는 단어 이상을 넘을 수 있었는지, 그리고 단지 아버지의 후광으로 정치적 능력이나 비전이 뚜렷하지 못한 사람이 당선되면 얼마나 정치가 산으로 가는지 볼 수 있는 잘 보여주고 있으니까.
다시 드라마로 돌아가자. 노동자였던 진상필은 1년짜리 국회의원으로 마치는 게 아니라 자신이 국회의원으로 당선되는 날에 목숨을 잃어버린 달수 형이 말했던 '박수받는 국회의원'이 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그런데 당연히 그 과정이 순탄할 리가 없다. 정치인의 싸움은 진흙탕 싸움 그 자체였다.
백도현이 처음에 보여준 모습은 감동했지만, 그가 보여준 이중적인 모습은 실망에 가까웠다. 그는 자신이 국회의원으로 출마하기 위한 경제시에서 진상필을 압박하면서 여러 가지 수를 사용한다. 하지만 그 계략에서 진상필은 살아남았고, 백도현과 정면 대결을 벌이는 과정으로 치닫고 있다.
드라마 <어셈블리>가 보여준 것은 단순히 무식하지만 뜨거운 가슴과 약한 시민의 현실을 아는 국회의원 진상필이 험난한 길을 가는 모습이 아니라 기존의 정치가 얼마나 고인 물이 되어 썩는 중이라는 현실이었다. 그래서 이 드라마는 날카롭고, 때때로 답답하거나 시원함을 느낄 수 있다.
<어셈블리>는 우리에게 정치가 절대 쉽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 정치는 겉으로 보이는 것 이상으로 많은 권모술수와 다른 세력의 영향을 받아 움직인다는 것을 보여준다. 여당과 야당은 겉으로 '견원지간'으로 대립하지만, 손을 잡을 때는 서로 이해득실을 따져 손을 맞잡는 같은 정치인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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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이다. 드라마처럼 다시 한 번 더 뜨거운 가슴으로 무식하게 앞으로 돌진하는 정치인을 기대하는 일은 현실성이 없다. 정치는 꿈으로 움직이는 게 아니라 이해관계로 움직인다. 단지,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최악이 아닌 사람을 분별할 수 있기 위해 관심을 가지는 일이다.
지난주 <어셈블리>에서는 "찍고 싶은 놈이 있어야 찍죠."라고 말하며 투표를 하지 않은 김규환(역: 택연)에게 최인경(역: 송윤아)이 "좋은 놈이 없으면 덜 나쁜 놈을 찍으면 되잖아. 플라톤이 한 이 말을 꼭 기억해. 정치를 외면한 가장 큰 대가는 제일 저질스러운 사람들의 지배를 받는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우리는 이 말을 가슴 깊이 새겨들어야 한다. 우리가 찍고 싶은 놈이 없어 찍지 않은 탓에 우리는 지금 제일 저질스러운 사람들의 지배를 받고 있다. 8월 15일을 광복절이 아니라 건국절이라고 칭하면서 친일을 건국 공로로 수식어를 바꾸려는 저질스러운 사람들을 우리가 당선시킨 것이다.
드라마 <어셈블리>는 단지 가상의 이야기로 날카롭게 우리 현실을 지적해주고 있다. 드라마처럼 현실이 급변하거나 지지자가 생기거나 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허구 세계와 달리 현실 세계는 '현실'이라는 무게가 너무 무겁게 우리를 짓누르고, 우리에게 바보가 될 것을 요구하고 있으니까.
그래서 무식한 국회의원 진상필이 걷는 길은 눈부시다. 그리고 속이 시원하다. 답답한 정치적 현실, 사회 속에서 우리는 조금의 시원함을 느낄 수 있다. 과연 우리 현실 속에서도 진상필 같았던 노무현 같은 사람을 다시 한 번 더 만날 수 있는 날이 올 수 있을까? 이 대답은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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