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간의 행복, 남은 수명을 1년 당 1만 엔에 팔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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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당신의 시간과 수명, 건강 세 개를 팔 수 있다면 당신은 어떻게 할텐가?


 나는 종종 '이 지겨운 삶을 도대체 언제까지 살아야 하는 거지?' 같은 정답을 찾을 수 없는 시커먼 질문 속에서 오랜 시간 동안 우울한 기분으로 있을 때가 있다. 겨우 25살의 나이를 먹은 놈이 시간을 보내는 방식으로는 어처구니없는 일이겠지만, 나는 종종 그렇게 영원히 찾지 못할 답을 갈구하며 시간을 보낸다. 불과 얼마 전까지도 그런 시간을 보냈었고.


 인생이라는 건 끊임없이 고민하고, 아파하는 것이라고 난 생각한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기에 특별하지 않은 평범한 일상 속에서 '행복'이라는 단어를 느낄 수 있는 순간을 맞이했을 때, 정말 행복할 수 있는 게 아닐까 싶다. 원효 대사가 해골바가지 물을 시원한 물로 마신 것처럼, 결국 사람은 어떤 것에 목말라 있을 때 비로소 어떤 것을 강하게 느낄 수 있는 존재이니까.


 갑작스럽게 인생에 대해 이야기를 한 건, 이번에 읽은 책이 '삶과 행복'이라는 것을 소재로 하는 소설이었기 때문이다. 그 소설을 읽게 된 건 10월 신작 라이트 노벨 발매 목록을 찾아보면서 '뭔가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 없을까?' 하며 신작 목록을 두루 살펴보다 우연히 눈이 가게 된 것이 계기가 되었다. (역시 난 책과 서로 끌어당기는 체질인 듯하다.)


 그 소설의 제목은 《3일간의 행복》이다. 제목은 어떤 이야기인지 정말 많은 상상을 하게 만드는데, 이 작품은 일본에서 웹 소설로 연재가 되다 서적화가 된 작품이라고 한다. 일본에서는 이 소설과 마찬가지로 웹 소설이 서적화가 되는 일이 자주 있는데, 카와하라 레키의 《소드 아트 온라인》도 처음에는 웹 소설이었다가 책으로 발견된 이후 애니메이션으로 방영되며 크게 성공을 거둔 작품에 해당한다.


3일간의 행복, ⓒ노지


 위에서 볼 수 있는 이미지가 책 《3일간의 행복》의 표지다. 애니메이션 풍의 일러스트가 그려진 작품이라 아마 우리나라에서 일반적으로 많은 사람이 찾아 읽는 작품이 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오래전에 소개했었던 《만약 고교야구 여자 매니저가 피터 드러커를 읽는다면》도 그저 책의 표지에 애니메이션 캐릭터가 그려져 있다는 이유로 '왠지 사기가 좀 그렇다'는 평을 많이 들었었으니까.


 이건 정말 아쉽다고 말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아무리 읽어볼 만한 책이라도 '다른 사람에게 이상하게 보일 것 같다'는 이유로 책을 읽지 않으니까. 뭐, 한편으로 언제나 남의 시선을 제일 먼저 신경 쓰는 우리나라에서 흔한 일이라 이미 두 손 두 발 다 들 수밖에 없는 일이라 체념하면서도 솔직히 나는 아쉬움을 감출 수가 없다. 그렇지 않은가?


 이 작품은 연애 소설이면서도 그냥 가볍지 않은 소설이기도 하다. 무의미한 삶 속에서 행복을 찾아가는, 아니, 찾는다고 말하기보다 알아가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비록 일러스트가 애니메이션 풍으로 그려져 있다고 하더라도 절대 유치하지 않은, 무거운 소재를 사용했음에도 무겁지 않게 잘 만들어진 작품이었다. 책을 읽는 시간이 눈 깜짝할 새였다.


 《3일간의 행복》 작품은 주인공 쿠스노키의 시선에 따라 이야기가 진행된다. 그는 20살이 될 때까지 행복은커녕 살아가는 의미조차 없는 삶을 살고 있었다. 돈이 필요해져서 책과 CD를 팔다가 주변 사람들로부터 '수명을 팔 수 있다'는 믿을 수 없는 이야기를 듣고 한 빌딩에 도착한다. 그리고 그 빌딩에서 그는 자신의 수명을 1년 당 1만 엔에 30년 치를 팔아버린다.



 30년 치의 수명을 판 그에게 남은 건 고작 3개월뿐이었다. 자신에게 남은 3개월 동안 무엇을 할지를 고민하고, 감시역으로 붙은 미야기를 곁에 둔 채 의미 없는 일상을 보낸다. 영원히 바뀌는 것이 없을 것 같았던 그의 일상에 조금씩 변화가 생기기 시작한다. 과거 소꿉친구 히메노를 만나고, 감시역으로 붙은 미야기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조금씩 당돌하게 삶을 대하게 된 것이다.


 이야기는 전반적으로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행복'이라는 것을 알아가는 과정을 정말 잘 묘사하고 있다. 책의 제목인 《3일간의 행복》이라는 문구의 뜻은 마지막에 가서 알 수 있다. 마지막 엔딩을 읽기 전까지 정말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웃으면서 읽었던 게 아니라 생각하면서, 깊게 생각에 빠지면서, 그리고 무엇보다 '삶'과 '행복'과 '사람'에 대해 생각하면서 말이다.


 개인적인 감상이라 다른 사람에게 조금 다르게 다가오는 작품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나는 이 작품을 정말 추천해주고 싶다. 일상에 지쳐 있다면, 매일 반복되는 따분한 일상 속에서 '내 수명을 팔 수 있다면, 팔아버리고 싶다.' 같은 장난스러운 생각을 한다면, 이 책 《3일간의 행복》은 정말 읽는 내내 그런 생각을 잊게 해줄 수 있을 것이다. 반드시.


 '책의 표지가 애니메이션 일러스트라서 읽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다.' 같은 이야기는 하지 말자. 이 책은 정말 좋은 책이었다. 부디 다른 사람도 나와 같은 재미를 맛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여기서 한 이야기는 정말 일부분에 불과하다. 책에 흥미가 생겼다면, 꼭 읽어보기를 바란다! 절대 후회하지 않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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