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광장 일베 폭식, 정말 자랑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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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광장 세월호 유족 앞에서 벌인 일베의 폭식 퍼포먼스, 참 자랑스럽습니다(?).


 많은 사람이 오랜만에 가족과 만나 서로 반가운 얼굴을 보며 인사를 하고 있을 때, 그리운 가족과 만나지 못한 채 응답하지 않는 국가 권력을 향해 무언의 외침을 외치는 사람들이 있었다. 비록 그들은 모든 사람에게 환영을 받지 못하더라도 꿋꿋하게 자신의 자리를 지켰고, '대한민국은 절대 가능하지 않다.'는 비아냥 속에서도 어떻게 바꿔보기 위해서 오늘도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사람은 특별한 사람이 아니다. 그저 한 사람의 아버지였을, 한 사람의 어머니였을, 한 사람의 가족이었을 사람이다. 그리고 그들 곁에서 그들을 응원하는 사람도 특별한 사람이 아니다. 그저 평범한 거리를 걸으면 쉽게 볼 수 있는 평범한 사람이다. 왜 그들은 이렇게 힘든 단식을 하면서 끊임없이 무언의 투쟁을 이어가고 있는 것일까?


 어떤 사람은 그들이 속이 새까만 사람들이라고 한다. 그들은 돈을 더 받고 싶어서 안달이 난, 자식을 팔아서, 여행 가다가 죽은 교통사고로 팔자를 고치려고 하는 속물이라고 욕한다. "왜 그렇게 생각하시나요?"라고 물어보면, 어떤 사람은 이렇게 대답한다. "여기 신문 좀 보세요.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여기 세 신문사가 그렇게 이야기하고 있지 않습니까?"


 나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침묵했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파아란 가을 하늘을 바라보았고, 그 가을 하늘 아래 이순신 장군 동상 앞에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거기서 일어나는 어처구니없는 일을 전해 들었다. 진상 규명을 위해 싸우는 단식 중인 유족들 앞에서 일베 회원들이 모여서 피자를 비롯한 각종 음식을 게걸스럽게 먹어 치우는 폭식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고 말이다.


 그 일간 베스트 회원들의 첫 폭식 퍼포먼스는 추석 때 벌였고, 얼마 전에 또 한 번 이런 일을 벌였다고 한다. 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다양하다. 그들을 향해 '비인간적이다.', '사람의 마음을 가지고 있다면, 절대 할 수 없는 행동이다.' 등의 비판을 던졌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그들을 지지하는 사람도 있었다. 말로 지지하는 게 아니라 피자까지 대접하는 사람도 있었다.


ⓒ오마이뉴스

 

 하아, 무슨 말을 해야 할까. 글을 시작하기 전에 미리 글을 어떻게 쓸 것인지 노트에 정리해 놓았음에도 글을 쓰기 시작하니 답답해서 글이 잘 써지지 않는다. 그저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딱 하나밖에 없는 것 같다. 정말 이런 나라를 만든 우리나라의 기성세대가, 아직도 엉터리 시스템 속에서 '공부만 잘하는 악마'를 기르는 데에 혈안이 된 사람이 정말 자랑스럽다고 말이다.


 왜냐하면, 일본의 극우 세력이 야스쿠니 신사 참배와 함께 반한 시위를 통해 세계에 일본의 뻔뻔함을 자랑스럽게 알린 것처럼, 우리나라의 일베와 함께 자칭 애국 연합 보수 세력이라고 말하는 극우 세력도 이 같은 어처구니없는 퍼포먼스를 통해 자신의 뻔뻔함을 자랑스럽게 알리고 있으니까. 이걸 자랑스럽다고 말하지 않는다면, 무엇을 자랑스러워할까?


 그들은 우리나라가 이렇게 몰상식한 나라라는 사실을 주변에 알리고, 일본의 역사 왜곡에 동조하면서 "그렇습니다. 저희는 일본 덕분에 발전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빨갱이 후손들이 여전히 나라를 망치고 있습니다. 국정 교과서를 통해 그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겠습니다. 광주 민주화 운동은 북한 세력이 개입한 폭동이었습니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할 말 다했다. 이렇게 어긋나 버린 암세포 같은 세력을 어떻게 처리할 수도 없다. 그들은 현 집권 세력의 지지로부터 강한 지지를 받고 있고, 그 세력을 찬양하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는 상식과 도리가 통하지 않는 몰상식한 나라'로 한 걸음 더 나아가게 하고 있다. 정말 자랑스러운 일이다. 이렇게 국격을 스스로 떨어뜨리며 존재 가치를 스스로 부정할 수가 있을까?


 오늘도 그들은 하늘을 우러러 한 점의 부끄러움도 없다고 말하면서 자신의 행동을 자랑스럽게 떠벌리고 다닐 것이다. "내가 바로 광화문 광장에서 단식 중인 유가족 앞에서 폭식 투쟁을 했던 그 자랑스러운 일간 베스트 회원이다. 대단하지? 내가 바로 안중근 같은 애국지사야. 그런 빨갱이들 앞에서 난 당당하다고!"라고 말하면서 말이다.



 도대체 어쩌다 우리나라가 이 모양 이 꼴이 되어버렸을까?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다. 이미 무엇이 원인이 되었는지는 충분히 예측할 수 있지만, 그래도 정말 한순간에 나라가 엉망으로 망쳐지고 있는 것 같아 탄식을 금할 수가 없다. 과거 정도전이 안에서 썩어들어가는 고려를 보는 심정이 이런 심정이었을까? 류성룡이 이순신 장군을 해하려던 조선을 바라보던 심정이 이런 심정이었을까?


 글쎄, 모르겠다. 내가 그 사람들처럼 정말 진심으로 나라를 걱정하는 위인도 아니고, 그 사람들처럼 정의를 꿋꿋하게 관철할 수 있는 사람도 아니니까. 나도 이렇게 그냥 말만 좋을 대로 하고 있을 뿐인, 광화문 광장에서 유가족을 조롱하며 폭식 퍼포먼스를 벌이는 일베 회원과 조금도 다름없는 아직 배워야 할 것이 더 많이 남은 한 명의 작은 20대일 뿐이니까.


 나는 착한 척을 하고 있을 뿐일지도 모른다. 나도 속이 새까만 그런 몰상식한 사람인데 그저 상식적인 사람인 척을 하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진실을 보지 않고 있는데도 진실을 보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광화문 광장에서 폭식 퍼포먼스를 벌이는 일베 회원들이 있다는 것이 다행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왜냐하면, 적어도 나는 저 사람들보다는 제대로 된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으니까. 저 사람들이 있기에 동물보다 못한 몰상식한 행동을 하지 않고, 그들이 말하는 왜곡된 언론이 비추는 거짓말에 속지 않을 수 있고, 사회 문제를 고민하면서 시야를 넓히는 한 사람으로 행동할 수 있으니까. 정말 다행이다. 그들이 있어 사람들은 더 명백한 '상식적인 세상'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을 테니까.


 나는 일베 회원이 정말 자랑스럽다. 그들이 나라의 국격을 떨어뜨리고 있는 만큼, 상식적인 세상을 부수고 있는 만큼… 그들에 저항해 나라를 똑바로 세우려는 사람이 늘어날 것이고, 상식적인 세상을 만들기 위해 힘을 더하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이니까. 그들의 자랑스러운 행동이 집권 세력의 잘못을 부채질해서 우리나라는 국제적으로 망신을 당해 제정신을 차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


꼭 봐야 할 것들을 그때그때 놓치지 않고 보는 훈련에 비하면,

역사·철학·시를 공부하고, 훌륭한 글을 읽고, 바른 생활 습관을 지키는 일이 무어 그리 대단하겠는가?

그저 단순한 독자나 학생이 되겠는가, 아니면 '제대로 보는 사람'이 되겠는가?

당신 앞에 놓인 것들을 직시하라.

당신의 운명을 읽어내라.

그리고 미래를 향해 발을 내디뎌라. (월든, 소리_ 나는 어디서 살았으며 무엇을 위해 살았는가 p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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