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지나도 바뀌지 않을 우리나라의 불편한 진실
- 시사/사회와 정치
- 2014. 4. 25. 07:30
지금 우리나라의 시곗바늘은 여전히 멈춰있는 상태다.
우리나라는 옛 시대부터 정말 많은 외세의 침입을 당했고, 많은 학살을 당했다. 특히 가장 가까운 조선 시대에서도 임진왜란을 비롯한 일제 강점기를 거치면서 이유 없이 많은 사람이 비통한 눈물을 흘리며 생을 마감해야 했다. 우리 역사를 전문적으로 공부하지 않았더라도 이 같은 역사에 대해 모르는 사람을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런 힘든 시기마다 나라를 구한 건 고위 관료층이 아니라 힘없는 노비 신분에 해당하는 백정과 평범한 백성이 일으킨 의병과 독립군들이었다. 임진왜란 시절 대부분의 고위 관료층은 꽁무니 빠지게 도망치기 바빴고, 자신의 책임과 역할을 다하지 않았다. 더욱이 일제 강점기 시절에는 오히려 일본과 결탁해 독립군을 처벌하는 데에 앞장섰다.
의병과 독립군의 활약으로 나라가 위기에서 벗어났을 때, 나라와 국민을 배신했던 사람들은 당연하다는 듯이 다시 자신의 차지하고 앉았다. 조선 시대 들고 일어났던 의병들을 향해서는 '상놈 주제에 감히 어디를 기어오르느냐'며 짓밟았고, 독립 이후 독립군을 향해서는 '빨갱이가 어디서 설쳐?!'라며 몽둥이질을 비롯한 갖가지 고문을 했다.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우리 대한민국은 그런 역사가 쌓여 만들어졌다.
ⓒ오마이뉴스
그리고 그 역사는 지금도 멈추지 않고 있다. 그 시대의 그 상황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거다. 그래서 나는 우리나라의 시곗바늘은 여전히 멈춰있는 상태라고 소제목을 붙였다. 친일파 후손들은 자신이 지닌 권력과 부가 당연하다는 듯이 주장하고, 독립군 후손은 어떤 지원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쓸쓸히 삶을 살다 생을 마감하고 있다.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이런 일이 '당연한 일'로 자리 잡고 있는 곳이 바로 우리나라다.
이번에 터진 세월호 사건도 여기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세월호 침몰 지역에서 다른 누구보다 학생들을 구하는 데에 힘쓴 건 해경이 아니라 어선들이었고, 다른 누구보다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건 정부 측이 아니라 일반 시민들이다. 정부 측은 나 몰라라 하며 서로 책임을 떠넘기기만 하고, 시민들은 어떻게 해서라도 한 명이라도 더 구해야 한다며 자원봉사부터 시작해 기부까지 멈추지 않고 있다.
(썩은 윗대가리와 달리 밑에서 정말 고군분투하고 계신 해경과 관계자분께 정말 심심한 감사의 뜻을 전합니다. 여러분이 있어 대한민국이 의지할 곳이 있고, 여러분이 있어 아직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습니다.)
참, 뭐라고 말해야 할까. 입이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이런 비정상적인 일이 당연하게 여겨지고, 과거 역사시대부터 지금까지 지속해서 이어지고 있는 거다. 언제나 정부 관료 측은 앉아서 불구경하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을 뿐이고, 입에 침도 바르지 않은 채 거짓말을 태연히 한다. 그리고 시민들이 분노하면 잠시 자리를 떠났다가 시간이 흐른 후에 다시 그 자리에 앉는다. 참으로 혈압이 터질 듯한 일이다.
ⓒ오마이뉴스
과거 임진왜란 시절 원균은 이순신의 자리를 빼앗은 이후 이순신이 철저히 준비해놓았던 병법(오늘날로 치면 위기관리 대응 메뉴얼)을 알게 되었지만, 원균은 이순신에 대한 열등감에 사로잡혀 그 병법책을 모두 불 질러 버렸다. 그리고 왜군에게 처참하게 무너지고 나서야 그는 자신이 잘못되었음을 뼈저리게 깨달았지만, 너무 뒤늦은 후회였다.
지금 세월호 사건도 마찬가지다. 노무현 참여정부를 몰아내고 그 자리에 앉은 이명박 정부는 참여 정부의 흔적을 없애고자 각종 사건을 왜곡하고 폐기하면서 노무현 대통령이 마련해놓은 250여 가지의 위기 관리 메뉴얼을 박근혜 정부 시절까지 거쳐 모두 폐기해버렸다. 그리고 이번 세월호 사건이 터지고 나서 그 메뉴얼에 대한 후회를 했지만, 이미 너무 많은 목숨이 희생되어버리고 말았다.
어찌 한국에서는 이리도 어리석은 역사가 반복되고, 그 어리석은 역사에서 잘못을 바로 잡아야 한다는 배움을 얻지 못하는 걸까. 한 명의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답답하기 그지없고, 슬프기 그지없다. 화가 나기보다 도대체 여기서 무엇을 기대해야 할지 알 수 없어 그저 앞이 막막할 뿐이다. 그렇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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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는 과거 역사시대부터 나라를 지키고, 사람의 목숨을 구한 건 언제나 가진 것 없는 사람들이었다. 힘 있고 부를 가진 사람들은 늘 자신의 자리만 지키기에 바빴다. (시간이 흐른 후 보상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 가진 자들이 약자를 위해 무엇을 하겠다는 언행은 모두 겉치레에 불과했으며, 자신에게 큰 잘못에 대한 책임이 올 때마다 '나는 모르는 일'이라며 변명하거나 해외 도주 혹은 법정에 들어설 때마다 환자 코스프레를 하고 들어섰다.
과연 이번 세월호 침몰 사건 이후 위기에 봉착한 그들은 어떤 행동을 보여줄까. 어제 발행한 《우리는 선장 없이 침몰하는 대한민국 호의 승객입니다》에서 말했듯이 올 여름과 가을에 벌어질 대형 이벤트를 노려 속속히 위기를 피해갈 준비를 하지 않을까 싶다. 아마 이 사건이 있더라도 대한민국은 한 번 외마디 비명을 지를 뿐, 절대 크게 바뀌지 않을 거다.
왜냐하면, 지금의 이 대한민국은 관료주의 속에서 끊임없이 세습되고 있는 기득권의 잘못도 크지만, 여전히 그들을 지지하는 어리석은 사람들이 힘을 실어주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잘못되었다고 소수의 사람이 외친들, 세계를 크게 바꿀 수는 없다. 국민이 있어야 나라가 있는 것인데, 나라가 있어야 국민이 있다고 착각하는 사람들이 있는 한 아무것도 기대할 수 없다. 그래서 나는 슬프고 괴로워 오늘도 하늘을 한참 바라보다 한숨을 내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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