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책과 사람에 대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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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그 자체에 담긴 이야기를 너무 감미롭게 잘 표현한 소설


 나는 책 읽기를 정말 좋아한다. 하루에 다른 장르 세 권의 도서를 번갈아 읽으면서 매번 책을 읽는 그 순간에 든 감정과 생각을 기록하고, 책을 다 읽은 후에는 블로그에 글로 옮기는 일을 빠짐없이 즐길 정도로 좋아한다. 아마 평생을 가더라도 내가 이 이상으로 좋아하는 일을 만나는 건 어렵지 않을까. 애니메이션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것을 제외하면, 가장 내가 좋아하는 이야기가 바로 책에 대한 이야기다.


 내가 책 읽기를 좋아하게 된 이유는 특별하지 않다. 단순히 친구가 거의 없어 혼자 있는 시간이 많다 보니 저절로 혼자 책을 읽게 된 거다. 뭐, 이렇게 읽기 시작한 책은 지금의 나를 만들어주는 데에 그 가치를 환산할 수 없을 정도로 큰 역할을 했다. 지금의 내 인생을 만들고, 지금까지 훌륭히 유지할 수 있는 건 책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 이렇게 블로그를 통해 불특정 다수의 독자와 책과 우리 세상에 대한 이야기를 거리낌 없이 할 수 있게 된 것도 책이 있어 가능한 일이었다. 이쯤 되면, 내 인생의 1/3은 책으로 말해도 되지 않을까? (나머지 1/3은 애니메이션, 또 하나의 1/3은 블로그. 내 인생은 이렇게 책과 애니메이션과 블로그로 삼등분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노지


 이런 식으로 책을 꾸준히 읽다 보면 정말 내 마음에 쏙 드는 책, 슬픈 기운을 한 순간에 잊을 수 있는 즐거움을 주는 책, 나를 되돌아보며 성찰(성장)의 기회를 주는 책 등 다양한 책을 만날 수 있다. 이런 다양한 책과 만남을 통해 매번 그 순간을 즐겁게 보내는데, 최근에 만난 한 권의 책은 유독 '지금 이 시기에 정말 어울리는 책이다'는 감상과 함께 반했다고 말할 수 있는 책이었다. 그 책은 바로 위 사진에서 볼 수 있는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이라는 책이다.


 이 책은…, 음, 뭐라고 말해야 할까? 마치 봄비가 내리는 어느 날 잔잔히 울리는 피아노 음을 들으며 생각에 빠지는 듯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는 책이었다. 도대체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할지도 모르겠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지금 글을 쓰는 나도 도대체 이 책을 어떻게 소개해야 할지 제대로 확립이 되지 않으니까. 그래도 딱 저 표현 이외에 어떤 식으로 이 책을 표현해야 할지 난 모르겠다. 책을 읽어본 사람은 이 느낌에 공감할 수도 있으리라 생각하는데, 이건 표현력이 부족한 나의 한계이지 않을까 싶다.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은 '비블리아 고서당'이라는 고서점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돌아가신 할머니가 소중히 보관하고 있었던 한 권의 책이 계기가 되어 우연히 만나게 된 주인공 고우다와 고서당의 점주 시오키로가 이번 이야기의 주인공이다. 한 책을 계기로 우연히 만난 두 남녀의 관계가 가까워진다는 대전제가 있지만, 이 책은 두 사람의 그 관계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이 두 사람을 화자로 하여 고서당을 통해 만나는 책에 담긴 사람의 이야기를 전하는 책이다.


 요네자와 호노부의 고전부 시리즈 중 《빙과》를 읽어본 사람은 오레키와 치탄다가 고전부 문집 '빙과'에 대한 비밀을 추리해나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빙과》에서는 '빙과' 문집에 대한 이야기 한 권을 다루었다면,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에서는 그 이야기가 중복되고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요네자와 호노부의 고전부 시리즈는 '책'이 아니라 다양한 일상의 소재를 가지고 추리를 하지만,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은 오직 책을 소재로 하여 다양한 추리를 하는 이야기이니까.



 원래 책이라는 건 단순히 책장에 꽂혀 있다고 해서 가치 있는 것이 아니다. 책이 지니는 그 가치는 그 책을 읽은 사람의 이야기가 더해졌을 때 비로소 그 가치가 있는 거다. 그리고 우리가 흔히 아는 중고서점(책의 경우 고서당)에 들어오는 책은 최소 한 사람 이상의 손을 지나쳐 온 책일 때가 많다. 그렇다면, 그 책은 그 지나친 사람의 수만큼 이야기를 담고 있지 않을까. 이 책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에서 말하는 건 바로 그 이야기이다.


 어떤 사람은 고풍스러운 느낌이 묻어나는 이 책이 조금 취향이 아닌 것 같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건 이 책이 가지고 있는 좋은 장점이다. 이 책은 주인공 고우다가 고서점에서 일하며 시오리코가 말하는 이야기를 듣는 것을 설정으로 하고 있는데, 책의 독자 또한 책을 읽는다고 말하기보다 책이 내게 말하는 이야기를 청자의 입장에서 듣고 있다는 그런 가벼운 느낌으로 책을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그렇게 상냥하게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묘한 힘을 갖고 있다고 말하고 싶다.


 《비블리가 고서당 사건수첩》은 일본에서 드라마로 방영되었고(띠지를 보면 후지 TV 골든타임 시간에 방영되었음을 알 수 있다), 이번 4월 신작 만화책으로도 국내에 정식 발매가 되었다. 이 작품은 라이트 노벨이 아니라 그저 평범한 소설이지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작품이기에 이토록 다양한 장르의 작품으로 사람들에게 다가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빙과》처럼 애니메이션으로도 방영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어쨌든, 요즘처럼 신선한 바람이 불어와 살며시 내 뺨을 간질이는 이런 날에 정말 읽기 좋은 책이 아닐까 싶다. '고서'가 소재가 되지만, 책은 작은 어려움조차 느끼지 않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그래도 긴 소설을 읽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이번에 나온 만화책을 통해 이 작품을 만나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 책을 구매해서 읽는 사람은 분명히 '아, 정말 이 책을 만나서 좋았다'는 자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나도 그렇게 다른 사람의 추천으로 이 책을 만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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