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지망생 성매매 사건, 이는 누구의 잘못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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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끊이지 않는 성매매, 단속해도 사라질 수 없는 짙은 그림자


 얼마 전에 연예인 지망생을 데리고 성매매 사업을 벌인 업주와 성매매를 했던 남성과 여성이 잡혔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꽤 많은 사람을 놀라게 했다. 뭐, 여기서 놀라게 했다는 말은 조금 부적절한 말일지도 모르겠다. 왜냐하면, 이런 일은 이미 우리에게 상당히 익숙한 일 중 하나고, '이런 일이 있는지 전혀 몰랐다'가 아니라 '언제나 있는 일인데 이번에는 꽤 크게 터졌다'는 등의 반응이 대부분이니까. 실제로 우리나라 사람 중에 '성매매는 일어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되겠는가?


 실제로 이런 성매매는 강남 룸살롱을 비롯해 다양한 곳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여전히 깊게 뿌리내리고 있다. 성매매만이 아니라 유사 성행위를 상품으로 파는 이런 사업 아이템은 우리나라만이 아니라 전 세계에서 뿌리칠 수 없는 하나의 검은 그림자 중 하나다. 일본이나 몇 국가에서는 합법화가 되어 있기도 하지만, 우리나라처럼 지하 경제가 상당히 깊숙이 뿌리 내리고 있는 사회에서는 이런 일은 하나의 '사업'으로 여겨지면서 그 검은 영역이 꾸준히 세력을 지키고 있다.


지난번 서울에서 택시를 탔을 때 택시 기사 아저씨로부터 이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강남에 가면 룸살롱 같은 고급 술집이 정말 많아. 자네는 아직 어리니까 그런 곳을 가보지 않았겠군. 저런 데에서 여자를 끼고 벌어지는 일은 뻔하지. 그런데 저런 곳의 술값은 보통 한 사람이 부담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야. 저런 곳에 누가 오는지 알겠나? 바로 거래를 하는 사람들이야. 높은 사람에게 청탁하고, 접대하는 사람들이 법인 카드로 모두 결제하는 거지. 저런 곳은 대한민국에서 절대 없어질 수 없을 거야."


 택시 기사 아저씨의 말처럼 성매매 사업은 우리가 어떻게 한다고 해서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늘 수요가 있고, 공급이 있는 데다가 쉽게 돈이 되는 이 일을 포기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 업주와 여성은 모두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그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수요를 공급하는 사람들은 얼마 간의 돈으로 매력적인 여성의 시간을 살 수 있다는 그 유혹을 뿌리치기 쉽지 않다. 그래서 이런 일은 과거 전 시대를 걸쳐 성행하고 있는 거다.


ⓒ노컷뉴스


 그렇다고 해서 이번 연예인 지망생 성매매 사건을 '어쩔 수 없는 일'로만 치부하고 넘어가기에는 조금 문제가 있다. 왜냐하면, 이번 사건의 피해자이자 주체는 일반적인 성매매 여성이 아니라 '연예인 지망생'이라는 수식어가 붙어있기 때문이다.


 연예인. 이름만 들어도 돈을 많이 번다, 대중적인 인기를 얻는다, 정말 멋지다 등 여러 장점이 먼저 떠오르는 직업 중 하나다. 초등학생 중 상당수가 연예인과 공무원을 최고의 직업으로 여겼던 시절도 있었으니, 이 연예인이라는 직업에 대해 얼마나 많은 사람이 기대와 이상을 품고 있겠는가. 아마 우리가 쉽게 추측할 수 있으면서도, 쉽게 추측할 수 없을 정도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게 연예인이라는 직업에 기대와 이상을 품고 있다고 해서 거기에 비전과 꿈을 가지고 연예인을 희망하기보다 그저 겉으로 보이는 화려함에 반해 연예인을 꿈꾸는 사람이 많다는 사실에 우리는 주목해야 한다. 이는 허영심이라고 말할 수도 있고, 남에게 어떻게 보이느냐가 1순위가 되는 잘못된 문화의 영향이라고도 할 수 있고, 쉽게 성공할 수 없는 이 사회에서 너무 화려한 빛이 나오는 그 세계에 들어가면 '나도 빛날 수 있을 거다'는 잘못된 판단을 가지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이유가 어떻든, 이런 허영심을 지나치게 가지고 있는 사람이 많기에 이들은 그 허영심을 가지고 접근하는 악질적인 사기꾼들에게 곧잘 이용당하고 마는 거다. 데뷔하게 해주겠다 혹은 기획사(방송사)의 사람이니 잘 보여야 한다 혹은 우리 스폰서다 등의 말로 속이거나 협박해 성매매를 강요하니 어찌 당하지 않을 수 있을까. 허영심과 욕심을 버리지 못하기에 이는 바뀌지 못하는 거다.


ⓒJTBC


 연예인 지망생을 꿈꾼 소녀들을 이용한 사기꾼은 마땅히 비난받아야 하지만, 너무 쉽게 속아 넘어가거나 자신의 잘못된 욕심을 조절하지 못한 여성도 마찬가지로 비난을 피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위 사건의 인터넷 기사 댓글에서는 '그놈이나 그년이나 똑같다'는 여론이 적잖았는데, 이는 우리 사회가 이 사건을 보는 시선이 양자 모두에게 곱지만은 않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이번에 터진 연예인 지망생 성매매 사건은 이렇게 여러 가치가 한 번에 뒤섞이면서 마치 탁한 검정을 가진 우리 사회의 그림자를 잘 보여준 사건이라고 생각한다. 사람의 욕심을 이용해 사업한다는 건 가장 성공할 수 있는 아이템을 가진 사업이다. 넘치는 수요를 향해 연예인이 되게 해주겠다, 모델 혹은 연예인 지망생과 할 수 있게 해주겠다는 이 두 개의 문구는 많은 사람을 끌어모으는 적절한 사업의 아이템이자 마케팅 중 하나이니까.


 아마 앞으로도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일이 절대 줄어들지는 않을 거다. 여전히 연예인을 바라보는 시선은 마냥 빛나기만 하고, 그 화려한 조명 밑에서 웃고 있는 모습만 바라볼 뿐, 어두컴컴한 무대 뒤에서 당장에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만 같은 모습을 우리는 볼 수 없으니까. 그렇게 많은 사람이 그 어두운 그림자를 보지 못한 채, 오늘도 화려한 조명에 취해 어두운 그림자에 발을 들이고 있는 거다.



 무엇보다 성매매 자체는 우리 사회에서 없어질 수 없는 하나의 그림자다. 이는 동전의 양면과도 같으며, 바늘 가는 데 실 따라 오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할 수 있다. 업주는 고수익 일이 있다면서 접근해 키스방 혹은 성매매 일을 알선하기도 하고, 그 일을 접한 대학생 혹은 20대 젊은 여성은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유혹을 뿌리치지 못해 계속하게 되는 검은 뫼비우스의 띠가 완성되어버리니까.


 우리는 평범히 이 세상을 살며 '저런 일은 있을 수 없어'라고 말하지만, 저런 세상도 하나의 세상이다. 이는 사람이 사람의 욕심을 이용해 하는 일이기에 누구의 잘못이라고 일방적으로 정할 수는 없다. 분명히 도덕적으로 옳지 못한 일이라고 말할 수 있지만, 자발적으로 그렇게 사는 사람의 방식을 부정할 수 없는 건 이 때문이 아니겠는가?


 남을 속여서 그 이익을 취하는 건 흑(黑)과 백(白)의 양면에서 모두 잘못으로 인정받는다. 하지만 자발적으로 한 그 행동이 흑(黑)에 속한다고 해서 그 일이 흑(黑)에서 인정받을 수 있을 리가 없다. 그림자 세계에서 사는 그들에게 성매매는 살기 위한 당연한 방법이고, 지하 경제 시스템 속에서 당당히 굴러가는 하나의 시스템이기도 하다. 우리 사회는 그 검은 시스템이 순백의 시스템과 맞물려 오늘도 이렇게 돌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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