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기업을 만나고, 인터뷰하고, 이야기하다
- 문화/독서와 기록
- 2014. 1. 25. 07:30
우리에게는 또 다른 영토가 있다, 남들과 다른 길을 걷는 사회적 기업과 사람들
2013년이 가고 새로운 2014년 도래하였지만, 여전히 많은 청춘이 현실 속에서 숨 가쁘게 살아가고 있다. 많은 대학생이 대학 등록금 마련을 위해서 몇 개나 되는 지옥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고, 학교와 사회가 요구하는 결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오늘도 경쟁하고 있다. 지금의 학생들에게 친구라는 건 그저 함께 밥을 먹고 이야기하는 존재일 뿐, 그들에게는 또 하나의 경쟁 상대에 지나지 않는다. 그들에게 그렇게 가르친 건 바로 미쳤다고 말할 수 있는 이 사회다. 이런 사회 속에서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점점 미쳐가고 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지 않을까.
그러나 이런 미친 사회 속에서도 새로운 '대안'을 생각해내고, 실천하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는 이들을 가리켜 '혁신가'라고 말하지만, 학교와 사회가 우리에게 강요한 시스템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해가는 사람들을 '자유인'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우리나라에서 조금씩 자라나고 있는 '대안 학교'와 '사회적 기업'을 그 예로 들 수 있다. 아마 이 글을 읽는 사람 중에서도 우리 사회 시스템에서 쉽게 할 수 없는 일을 시도해서 훌륭히 발전시켜나가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한 번쯤은 들어보았을 것으로 생각한다.
나는 블로그에 한국의 구글이라고 불리는 '핸드 스튜디오'라는 기업을 소개한 적이 있었다. 이 기업은 사회적 기업이라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한국에서 볼 수 있는 전형적인 기업 시스템에서 벗어나 기업에서 일하는 직원 모두가 함께 꿈을 꾸고 이룰 수 있는 그런 기업이었다. '핸드 스튜디오' 안준희 대표는 강연100도씨를 비롯한 여러 강연장에서 '핸드 스튜디오'를 소개하며 자신이 가진 비전 '함께 이루는 꿈'에 대해 이야기를 지금도 계속 하고 있다. 안준희 대표의 강연을 들었던 사람들은 '나도 저런 기업에 입사하고 싶다.'는 목마름을 느끼지 않았을까. 더욱이 '입사하고 싶다'는 목마름이 아니라 '나도 저런 기업을 만들고 싶다'는 꿈을 품은 사람도 적지 않았을 것이다. 안준희 대표의 이야기는 우리 사회에 보이지 않는 영향을 정말 많이 미쳤지 않았을까 싶다.
오늘 여기서 나는 우리 사회의 병폐적인 문화와 시스템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어가고 있는 '사회적 기업'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책 한 권을 소개하고자 한다. 이 책은 단순히 '사회적 기업'에 대한 이야기만이 아니라 그 기업을 만든 사람들의 이야기를 깊게 읽어볼 수 있는데, 아마 우리 대한민국에서 익숙한 영토에 뿌리내리지 않은 이 이야기는 많은 사람에게 새로운 흥미를 느끼게 해줄 수 있다고 확신한다. 그 책의 이름은, 바로, 《우리에게는 또 다른 영토가 있다》이다.
우리에게는 또 다른 영토가 있다, ⓒ노지
우리가 이 책을 통해 읽을 수 있는 건 '이런 식으로 하면 당신도 사회적 기업을 운영하는 한국의 사회 혁신가가 될 수 있다'는 단순한 자기 자랑이 아니다. 뭐, 어떻게 보면 그렇게 해석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책이 우리에게 궁극적으로 전하고자 하는 건 어떤 하나의 비전이다. 우리는 책에서 '사회적 기업을 운영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그 기업을 만들게 되었는가, 그들이 가진 비전은 무엇인가, 지금 그들은 무엇을 위해 이 일을 하고 있는가?' 등의 이야기를 읽어볼 수 있다. 이 이야기들은 우리에게 저마다 하나의 비전을 품게 해준다.
물론, 그냥 책을 수동적으로 읽는다고 해서 그 비전을 알 수 있는 건 아니다. 앞에서 이야기한 책이 우리에게 궁극적으로 전하고자 하는 '어떤 하나의 비전'은 우리가 책을 읽으면서 '그들은 지금 이런 비전을 가지고 행동하고 있다. 지금 나는 여기서 무엇을 하고 싶은 걸까?'는 질문을 던져보며 책을 읽어야만 알 수 있는 비전이다. 어디까지나 내 개인적인 감상이기에 다른 사람은 이 책이 가진 목표와 비전을 다르게 해석할 수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우리가 책에서 얻을 수 있는 건 단순한 '지식'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더욱이 《우리에게는 또 다른 영토가 있다》는 인터뷰 형식으로 이야기를 읽어볼 수 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인터뷰를 통해 그들이 말하는 이야기는 우리가 마냥 오랜 시간 동안 읽어도 지치지 않을 것이다. 혹, 책을 한 번에 읽는 것이 힘들다면, 한 사람의 인터뷰만 읽어보는 것으로 매일 꾸준히 책을 읽어볼 수도 있다. 필자와 사회적 기업을 경영하는 사람들과의 인터뷰 속에는 '기업 경영'에 대한 이야기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문제나 우리 청춘이 안고 있는 문제에 대해서도 읽어볼 수 있었다.
강성태 대학이란 곳이 어떤 곳인지 제대로 알려주는 사람도 없었고, 저도 알려는 노력을 안 했던 거 같아요. 대학교 캠퍼스도 원서 낼 때 처음 가봤으니 말다했죠. 전공도 친한 친구 따라 선택한 거예요. 지금 생각하면 황당한 일이죠. 이렇게 공부만 열심히 했지 꿈이나 진로에 대해서는 막연한 상태로 대학에 진학하니 자연스레 공부에 흥미도 잃고 수업에 들어가기 싫었어요. 결국 학사 경고도 두 번이나 받았죠. 이대로 가면 학교에서 잘릴 수도 있는데도 도저히 못하겠더라고요.
그렇다고 공부 안하는 시간 동안 어떤 삶을 살아야 할지 고민한 것도 아니에요. "꿈이 없으면 다른 사람 꿈을 위해 살아가게 된다."라는 말이 있잖아요. 제가 딱 그랬어요. (p44)
조한혜정 등록금이 점점 비싸지면서 돈의 올가미 속에 청년들이 갇힌 꼴이 된 거죠. 청춘이라면 계산 없이 자기 뜻대로 한번 해보아야 할 터인데 그런 실험의 간극이 거의 없어졌고. 아까 말햇듯이 형 누나들이 노는 것, 혹은 새로운 것을 시도해 보는 태도에 대해서 안 좋은 시각으로 접근하는 세대가 나타난 거죠. 삶을 살아가면서 던지는 질문 자체가 달라지는 것 같아요. 어머니 말을 잘 들으면서 자기 생존을 최우선적인 가치로 살아야 하는 방어적인 세대가 탄생한 거예요.
'잉여질'을 하는 것이 젊은인데, 그 구도가 바뀌어버렸어요. 이전에는 청년들이 상당히 우회적인 방식으로 많은 실험을 해봤어요. 사회에서 '이 짓은' 하지 말라고 하면 '이 짓'만 뺀 모든 '딴'짓을 우회적으로 다 해보았는데, 지금은 '이 짓만' 해야 돼 이러면 정말 시킨 '그 짓'만 하는 세대죠. 그 이외의 세상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게 되는 거죠. 근시안적이고, 굉장히 자기 방어적이고, 자기 합리화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졌죠.
『감정 자본주의』를 쓴 에바 일루즈라는 사회학자는 이런 세대를 초이성적 바보라고 표현해요. 앉아서 들은 것은 많기 때문에 계속 머리로만 계산을 해보는 게 특징이죠. 무엇이든 새로운 일을 한다는 것은 눈앞에 손해 볼 가능성, 그리고 위험성을 감수하겠다는 건데, 계산만 하고 직접 해보진 않지요. '이걸 해봐라'라고 새로운 도전 과제를 제시까지 해주어도 우선 그걸 하지 않을 이유부터 수백 가지를 먼저 생각해 내요. 그런데 이렇게 생각만 하다 보니 정작 뭘 해야 되는지는 전혀 모르는 거죠. (p232)
위에서 읽을 수 있는 이야기는 우리가 모두 한 번쯤은 겪어보았을, 지금 이 순간에도 열심히 땀 흘리고 있을 청춘이 안고 있는 문제가 아닐까. 지금 당장 그 질문 대상을 나로 바꾸어보자. 나는 과연 지금 어떤 삶을 사는 걸까…. 이 질문에 바로 답할 수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어정쩡하게 침묵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이 책이 가진 장점이자 이 책을 읽는 방법이다. 우리는 책을 읽으면서 문제를 정면에서 마주 볼 수 있고, 자신에게도 질문을 던져보면서 고민해볼 수도 있다. 생각하는 독서는 분명히 이 책의 가치를 더 높여주지 않을까.
단순히 이렇게 질문을 던지는 이야기만이 아니라 사회적 기업을 만든 사회 혁신가들이 자신의 삶에서 찾은 답을 읽어볼 수도 있기에 머리가 엉망인 채로 고민만 하는 사람들에게도 유익한 책이다. 학교와 사회가 가진 시스템은 우리가 그냥 시키는 대로 하라는 것만 하면서 시스템을 이루는 하나의 부속품이 되기를 바란다. 그러나 우리가 가슴에 품고 있는 건 새장 속에서 푸른 하늘을 동경만 하는 새가 아닐 것이다. 우리는 푸른 하늘을 자유롭게 비상할 수 있는 새가 되고 싶어 한다. (다른 사람은 모르겠지만, 나는 그렇다.) 책에서는 자신도 외면하고 있었을지도 모를 그 당연한 진실을 다시 한 번 더 우리가 직면할 수 있도록 해주기도 한다.
한상엽 궁금한 것이 있거나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찾아가세요. 저는 강연이 끝나면 일단 무조건 연락처를 받았어요. 그리고 무조건 찾아갔어요. 안 만나줄 거 같죠? 다 만나줘요. 그리고 물어보세요. 진짜 궁금한 것을요. 강연에서 만났으면 강연에서 한 이야기가 정말 현실과 맞는 이야기냐, 돈이 많이 들었을 것 같은데 어떻게 돈을 마련하셨나 등등. 이런 민감한 것들도 물어보세요. 공식적인 자리는 기록이 남기 때문에 말하지 못하는 것들이 있어요. 따로 만나서 묻지 않으면 얻을 수 없는 것들이 정말 많아요. 그래서 저는 비공식적인 만남, 오프라인 만남을 정말 좋아해요. 요즘은 모든 걸 너무 쉽게 얻으려고 하는 거 같아요. 더 적극적으로 찾아가고 두드렸으면 좋겠어요. (p103)
김종휘 일을 하다 보면 하고 싶은 것을 모르겠다는 상담을 많이 받게 돼요. 모든 요인들이 골고루 양호한 상태에서 성장한 사람이라면 하고 싶은 것을 찾기도 쉬울 겁니다. 그러나 어느 한 부분이 결핍된 상태에서 그것을 자각하며 성장하다 보니 그 결핍이 내가 하고 싶은 것의 원천이자 재료가 되기도 하죠. 그런데 대부분 그 중간 정도에 섞여 있는 상황에 처해 있다고 스스로를 자평하기 때문에 '하고 싶은 게 뭔지 모른다'는 말이 많이 나오는 것 같아요.
'내가 오늘 행복한가'라고 물어보면 행복하지 않다고 말하는 경향이 많아지는 법이에요. 반대로 '내가 오늘 불행한가'라고 물어보면 그렇게 불행하지 않다고 말하는 경향이 많아지죠.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를 골몰히 생각하기보다는, 하기 싫은 게 무엇인지, 회피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를 더욱 솔직하게 대면하다 보면 자기가 좀 정리가 되면서 '이게 내가 하고 싶어 하는 게 아닐까'하고 자신과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달라질 겁니다. 잔뜩 헝클어진 방에서는 지금 당장 급하게 찾는 물건이 어딘가에 쏙 나타나주길 바라지만 뒤지고 찾을수록 더 헝클어지기만 하죠. 반대로 헝클어진 방에서 안 쓰는 물건, 구석에 처박힌 물건들부터 찾아서 정리하다 보면 원하는 물건을 찾기가 쉬워지죠. 이것과 마찬가지입니다. (p136)
나는 이 책을 통해 좀 더 많은 사람이 미친 사회가 강요하고 있는 시스템 일부가 되기보다 자신만의 시스템을 만들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 일은 분명히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그게 바로 우리가 진짜 우리 자신의 삶을 산다는 것이 아닐까. 지금 내가 운영하는 블로그도 분명, 새로운 시스템을 만드는 하나의 일이다. 미친 사회가 마련한 썩은 영토가 아니라 새로운 비옥한 영토에 뿌리내리고 있는 한 그루의 나무라고 생각한다. 기존의 가치에 자신만의 이야기를 가지고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것. 그것이 바로 혁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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