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한 변호인을 만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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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감상 후기] 어느 날, 한 변호인을 우연히 만났습니다.


 어느 날, 홀로 쓸쓸히 길을 걷다 한 변호인을 우연히 만났습니다.

 그 변호인은 상고를 나와서 대학에 가지 않고도 오로지 '포기하지 말자'는 의지의 힘으로 사법고시를 합격했습니다.

 처음에는 사법고시에 합격하여 판사가 되었지만, 그는 돈을 벌고 싶어 변호인이 되었습니다.

 다른 변호인들이 보지도 않던 등기소 일을 시작하며 나이트 클럽 삐끼처럼 명함을 돌리며 일을 시작했습니다.

 그는 돈을 벌기 시작하면서 현실에 안주하기 시작했습니다.

 돈은 그에게 행복을 가져다 주었고, 명예를 가져다 주었고, 지위를 가져다 주었고, 부의 열쇠를 가져다 주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문득 한 국밥 집의 아주머니와 청년을 만났습니다.

 그 변호인은 '데모로 바뀔 만큼 세상은 말랑말랑 하지 않다'고 외치며 그들을 비난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우연히 보이지 않는 어둠에서 일어나는 일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는 분노했습니다. 그동안 자신이 배운 것에 대해 분노하고, 공권력이 약자를 매도하는 것에 분노했습니다.

 다른 누가 쉽게 선택하지 못하는 길을 선택했고, 쭉 부유하게 살 수 있는 길을 과감히 버렸습니다.

 그는 단신으로 전장에 뛰어들었습니다.

 세상은 그를 '바보'라고 부르고, '빨갱이'라고 불렀습니다. 그럼에도 그는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언제나 약자들의 말을 대변했던 그의 한 재판에서는 부산 변호인 149명 중 99명의 변호인이 참여하였습니다.

 

 그는… 어느 날, 제가 우연히 만난 한 변호인이었습니다.



영화 변호인, ⓒ영화 변호인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은 그 변호인의 이름을 부르는 것을 용납하지 않습니다.

 세상의 약자 편에서 목소리를 뜨겁게 외쳤던 그 변호인은 이제 이 세상에 없습니다.

 영화 변호인을 보고 돌아오는 길은 유난히 추웠습니다.

 괜시레 눈에 먼지가 들어간 듯 하였습니다.

 

 영화 변호인은 우리에게 어떤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우리나라가 과거에 겪었던 한 가지 일에 대해 보여주었습니다.

 그저 '바보'라고 불렀던 한 변호인의 바보 같은 일을 보여주었습니다.

 현실과 이상 두 선택지 중에서 이상을 선택한, 부와 명예를 버리고 가슴을 선택한 바보 같은 일을 보여주었습니다.

 

 지금 2013년의 마지막을 보내고 있는 우리는 그런 바보 같은 짓을 할 수 있을까요.

 저는 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말로는 '할 수 있다'고 할지 몰라도, 저는 손에 쥔 것을 포기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아마 저만이 아니라 많은 사람이 그렇지 않을까요.

 그래서 우리는 2013년 12월, 지금은 어디에도 없는 한 변호인을 영화관에서 만납니다.

 그래서일까요… 올해 겨울은 유난히 추운 듯 싶습니다.


 

 저는…

 어느 날, 한 변호인을 만났습니다.

 그는 정말 바보였습니다.

 그래서 눈물이 납니다.

 아아, 젠장. 세상 참 살기 힘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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