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뷰] 저는 세상에서 가장 멍청한 바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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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세상에서 가장 멍청한 바보입니다.


 정말 그 어떤 해보다 길게 느껴졌던 2013년도 마지막을 알리는 12월이 되었습니다. 올해 2013년은 다른 어떤 해보다 정말 다사다난한 해였고, 정말 어려운 한 해였습니다. 그리고 그 어려움은 '과거형'이 아니라 '현재진행형'입니다. 그래서 저는 2013년의 마지막이 다가왔다는 사실이 반가우면서도 한 편으로는 그렇게 반갑지가 않습니다. 이 어려움이 끝나고 새 출발을 할 수 있는 2014년이 될 수도 있겠지만, 이보다 더 어려운 2014년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사람들은 긍정적으로 생각하라며 항상 응원을 해주고, 격려해줍니다. 정말 감사한 사람들입니다. 하지만 저는 멍청한 바보라서 제 머릿속에는 긍정적인 사고방식이 도무지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습니다. 어떤 일을 하더라도 늘 걱정부터 앞서고, 잘 되거라는 확신보다 항상 최악의 상황만이 머리에 그려집니다. 그런 일보다 더 끔찍한 건 지난 과거에 보냈던 시간만큼 제 주변에 있는 모든 사람을 증오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머릿속에서, 가슴 속에서 도무지 지울 수가 없다는 사실입니다. 주변에 있는 좋은 사람을 상대로 이런 생각을 하는 제가 정말 싫습니다. 그래도 이 생각을 멈출 수 없는 저는 세상에서 가장 멍청한 바보입니다.



 제가 다음뷰에 블로그 글을 발행한 지도 벌써 5년이 되었습니다. 2009년에 블로그를 시작하여 2010년, 2011년, 2012년, 2013년까지 되었으니까요. 어떤 일 한 가지를 이토록 열정적으로 할 수 있었던 건 블로그를 통해 새로운 세계를 알게 되고, 새로운 사람을 알게 되고, 정말 어떻게 표현할 수 없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때때로 그 배움은 저에게 크고 작은 영광을 안겨주면서 '내 인생에서 가장 잘한 일은 블로그를 시작한 것이다'는 자부심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2012년까지 정말 열심히 블로그에 꿈과 비전을 가지고 최선을 다해 노력해왔습니다. 그 노력이 2013년에도 계속 이어져 더 강하게 반짝일 것이라는 믿음이 흔들린 적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제게 너무 큰 벽을 만들어주었습니다. 공익 근무를 시작한 7월에 2층에서 떨어지는 사고를 당해 저는 모든 것을 손에서 놓아야만 하는 시기를 만났습니다. 게다가 수술 후 회복 과정에 따라 '피부 이식술, 뼈 이식술을 해야 할지도 모르며 영영 오른쪽 다리를 못써 걷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말을 듣고 크게 동요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저는 세상이 너무 미웠습니다. 도대체 세상이 왜 이렇게 나를 괴롭히는지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24년 동안 정말 끊임없이 안팎으로 많은 다툼 속에서 아픔을 겪으며 살아야 했습니다. 애니메이션과 책을 통해 세상을 다시 보기 전까지 저는 삶을 산다는 것에 '희망'이라는 것을 가져본 적이 없었습니다. 어릴 때 '내 미래의 모습'이라는 주제로 자신의 미래의 모습을 그림으로 그리거나 글을 쓸 때마다 '20살, 혹은 30살 이후에 나는 살아있을 것이라는 자신을 할 수 없다.'라고 한 번도 변하지 않고 말했던 건 그 이유 때문입니다.


 하지만 애니메이션과 책을 통해 세상을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며 '모두가 미워하고, 살아있을 가치가 없다.'라고 말하는 저라도 세상에서 하고 싶은 일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살자'라는 희망을 품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노력이 이어져 블로그를 접하게 되었고, 블로그를 통해 많은 도전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제 제 인생을 이야기하는 데에 '애니메이션, 책, 블로그' 이 세 가지는 빠질 수 없는 요소가 되었죠. 제게는 무엇보다 소중한 것들입니다.


 그런데 2013년 7월에 닥친 사고는 제 인생의 모든 것을 탁한 검정으로 칠하는 최악의 그림을 그리는 듯했습니다. 그래도 신이라는 것이 마지막 살아갈 희망을 주셨는지 제 다리는 여러 복잡한 수술을 추가로 하지 않고도 천천히 회복되었습니다. 아니, 지금도 회복되어 가고 있다고 말하는 게 옳은 표현이겠죠. 여전히 후유증이 심하게 남을 것이고, 장애와 퇴행성 관절염의 위험이 커 늘 조심해야만 합니다. 4~5개월후 다시 한 번 더 수술을 해야 하죠.


 모든 것이 새까맣게 다시 변해가던 중에 빛이 다시 스며들기 시작했습니다. 블로그에도 다시 열심히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다시 살 힘을 지닐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은 절대 만만치 않았습니다. 제가 공익근무를 했던 근무처에서는 여러 가지로 어머니에게 많은 스트레스를 주었고, 돈 문제 때문에 힘들어하시는 어머니는 가끔 제게 폭언을 쏟으셨습니다. 그래도 저는 불똥을 삼키는 고통을 참으며 속으로 눈물을 흘리며 버틸 수밖에 없었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건 그것이 전부였으니까요.


 그런 시간이 지나 퇴원을 한 후, 얼마 전에 공익 근무처에서 요구했던 대로 수술을 한 진단서와 함께 다시 정신과에서 재심리검사와 함께 경남 병무청에 재신체검사를 하기 위해 찾아갔었습니다. 그곳은 여전히 세상의 모든 불순함은 다 모여있는 듯한 분위기를 풍겼고, 저는 또 한 번 더 한겨울 추위 속의 찬바람을 맞고 돌아와야만 했었습니다. 폭탄이라도 있으면 폭파해버리고 싶은 기분이었지만, 저는 어쩔 수 없었습니다. 그냥 모든 것을 꾸역꾸역 삼킬 수밖에 없었습니다. 여기저기서 시키는 대로 행동했지만, 결국 최대의 바보가 된 건 저 자신이었습니다. 정말이지… 저는 세상에서 가장 멍청한 바보입니다.



 저는 다시 12월 11일부터 2015년 12월까지 다시 공익 근무를 시작해야만 합니다. 한 번은 제 삶을 무한한 어둠 속으로 집어삼킬 뻔했던 그 사고를 겪었던 곳에서 다시 시작해야만 합니다. 솔직히 무섭습니다. 다시 그 근무처로 돌아갔을 때 사람들이 저를 보는 눈이 어떨 것인지 짐작할 수 있기에 너무 무섭습니다. 그래도 할 수밖에 없습니다. 저는 세상에서 가장 멍청한 바보이니까요. 세상은 저 같은 바보에게 절대 힘을 보태어 주지 않습니다. 넘어지더라도, 죽을 고통을 맛보더라도 저는 저 스스로 모든 것을 털고 일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도 제게 희망이 있는 건 여전히 블로그를 할 수 있다는 단 하나의 조건이겠지요. 블로그를 통해 간접적으로 만날 수 있는 사람들, 블로그를 통해 읽을 수 있는 책들, 블로그를 통해 만날 수 있는 배움. 그게 지금 제가 이 삶을 연명해나가는 데에 희망이 있는 이유가 아닐까 싶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멍청한 바보가 쓴 글이라도 누군가가 읽어주고 함께 이야기해준다는 건 너무 행복한 일이니까요.


 삶에서 내리막이 있으면, 오르막도 있다고 합니다. 아파서 울 수밖에 없었던 날이 있었다면, 행복해서 웃을 수밖에 없는 날도 온다고 합니다. 누군가는 바보 같은 말이라고 말할지도 모르겠지만, 저는 그 말을 믿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세상에서 가장 멍청한 바보이니까요.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여기서 다시 시작하자는 마음으로 모든 것을 시작하려고 합니다. 잘 될까요?


 그 답은 누구도 알 수 없을 것입니다. 세상은 원래 그런 것이니까요. 특히 저 같은 세상에서 가장 멍청한 바보에게는 더 냉정하게 칼을 휘두르겠지요. 하지만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겁니다. '삶'이라는 제목의 이 애니메이션 속에서 주인공은 오로지 저 한 명뿐이니까요. 저는 절대 지지 않을 겁니다. 앞으로 다시 시작할 생활이 너무도 잔인하겠지만, 그래도 이 악물고 악으로 깡으로 버틸 겁니다. 어차피 제가 선택한 길이기에, 세상이 제게 던진 시련이기에 견딜 수밖에 없겠죠.



 곧 다시 시작될 공익근무, 그리고 다가올 2014년. 이 모든 것이 제게 어떻게 작용할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아무것도 모르는 세상에서 가장 멍청한 바보이니까요. 그래도 저는 우직하게 제가 하고 싶은 일을, 제가 하는 일을 밀고 나가려고 합니다. 그 끝에 기다리고 있는 건 조소일지 최고의 갈채일지… 한번 가보고 싶습니다. 블로그를 통해 시작하고, 그 막을 내릴 도전이라는 전쟁. 이제부터 다시 시작입니다.


위험은 어디에나 있다. 언제나 적대적인 사람들과 파괴적인 관계들이 있다. 부정적인 동력을 깨는 유일한 길은 그것을 대면하는 것이다. 분노를 억누르고, 당신을 위협하는 사람을 회피하며, 언제나 타협점을 찾으려 하는 식의 무난한 전략은 파멸을 부른다. 충돌을 회피하는 것은 버릇이 되며 당신은 전투에 흥미를 잃게 된다. 죄책감을 느끼는 것은 부질없는 짓이다. 당신에게 적이 있는 것은 당신 탓이 아니다. 부당한 취급을 받았거나 자신이 희생양이 되었다는 느낌도 똑같이 부질없는 감정이다. 두 경우 모두에서 당신은 내면을 바라보며 자기 자신과 자신의 감정에 집중한다. 나쁜 상황을 내면화하는 대신, 그것을 외면화하여 당신의 적과 대면하라. 탈출구는 그것 하나뿐이다.


《전쟁의 기술》, p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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