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자가 끝나면 전력질주를 했어야 했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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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시절, 야자가 끝나면 전력질주를 했어야 했던 이유


 아마 고등학교 시절에 야자를 하지 않은 사람도 있을터이지만, 대부분의 사람이 야자를 했을 것으로 생각한다. 나도 고등학교 1학년 때에는 고등학교 시스템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잘 몰랐었기 때문에, 야자를 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 생각하면 잘도 그러한 시스템에 '왜 해야되지?'라는 의문을 가지지 못한 채, 바보 같이 열심히 했다고 생각한다.


 오늘, 내가 갑자기 야자에 관하여 이야기하는 것은 율학습(강제지만 이름은 자율.)에 대한 또 한 번더 비판을 하려는 목적이 아니다. 매번 그런 글만 자꾸 쓰게 되면, 왠지 자꾸 모든 것이 부정적으로 보이는 것 같으니까. 나는 오늘 이 글에서는 야자를 했어야만 했을 때, 한 가지의 얽힌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이 글의 제목을 '야자가 끝나면 전력질주를 했어야 했던 이유'로 작성하였었는데, 제목에 그 이야기가 담겨있다. 왜 전력질주를 했어야 했느냐고? 


 한 번 생각해보자. 보통 학교에서 하는 야자가 끝나면, 오후 10시라는 늦은 시간이 가까워 진다. 내가 다녔던 고등학교는 내가 사는 곳에서 꽤 멀리 떨어진 곳이라 직통으로 가는 버스가 한 대 밖에 없었는데, 야자를 마치면 탈 수 있는 버스가 막차와 막차 바로 직전의 버스 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적은 수의 아이들이 타는 것도 아니고, 많은 수의 아이들이 탄다. 즉, 버스를 타기 위한 전쟁이 벌어진다는 말이다.


ⓒ구글


 게다가 더욱 가관인 것은 내가 다니는 고등학교만이 아니라 바로 옆에 있는 여고도 비슷한 시간에 야자가 마치기 때문에, 버스 좌석확보와  만원 버스가 되어 놓치지 않기 위한 전투가 상당히 심하다. 상황이 이 정도로 묘사가 되면, '왜 내가 전력질주를 하였을까?'하는 의문점에 대한 답이 어느 정도 나왔을 것으로 생각한다.


 나는 야자가 끝나자 마자 바로 학교 앞에 있는 버스 정류장이 아닌, 한 단계 더 올라갔다. 학교 앞에 버스가 서기 전에 한 차례 앞에서 서는 정류장을 향해서 말이다. 그 거리가 약 250m정도 떨어져 있었다고 생각한다. 매번 그 거리를 그렇게 전력질주를 하여야만 편안하게 앉아서 갈 수 있는 좌석확보가 가능했었다.


 근데 문제는 그것이 끝이 아니였다. 만약 불운이 겹쳐 시간이 애매해지면, 뛰어서 이전 정류장을 향해 가고 있는 도중에 올라오는 버스를 맞닿뜨릴 때가 있다. 그럴 때는 다시 전력질주를 하여 학교를 향해서 뛰어갔어야만 했다. 한 번 상상해보라. 버스를 타기 위해서 밑으로 내려가고 있는데, 갑자기 코앞에서 버스가 올라오는 그 순간을 말이다. 그 순간 바로 '멘붕'이 일어나버린다. "안 돼!!!#@$#!$&*#$&"라고 소리치며 다시 학교를 향해 뛰어야 하는 그 순간을….


 사실, 진짜 멘붕이 일어나는 순간은 바로 토요일 학교의 일과가 끝났을 때였다. 토요일은 특히 일찍마치는 시간이고, 가까이 있던 중학교도 겹치는 바람에 버스 자리경쟁은 정말이지 상상을 초월했었다. 이 때는 두 정거장을 먼저 가 있지 않으면, 학교 앞에서는 결코 탈 수가 없었다. 그래서 학교 앞에 있던 아이들은 대부분 버스를 놓치고 다음 차를 탔어야 했던 경험이 일상다반사였다.


 또한, 정말 조금 여유가 있는 버스임에도 그냥 보냈어야만 하는 경우도 있었다. 내가 앞서 말했듯이 내가 다녔던 남고 옆에는 바로 여고가 있어서 시간이 조금 빗나가면 버스는 여고생들로 가득차게 된다. (여고는 보통 남고보다 10분 정도 더 빨리 마쳤던 걸로 암.) 버스가 와서 타려고 버스 안을 보니, 버스 안에는 여고생들만 가득 타고 있는 상태에서 도저히 남학생들은 탈 수가 없었다. 타는 순간 '변태'로 낙인이 찍혀버릴 수도 있기 때문에, 눈물을 머금고 그 버스를 보내고 30분을 기다린 뒤에 다음 버스를 탔어야만 했다. 



 그렇게 고등학교 1학년과 2학년 때 그런 생활을 계속 반복하면서 본의 아니게 체력도 상당히 좋아졌었고, 운동도 되었었다. 하지만 무식하게 오르막과 내리막을 뛰어다는 바람에 안 좋던 허리에는 무리가 왔었고, 평소에 몸이 안 좋던 나는 달린 후에 심하게 악화되어 1분간은 숨도 제대로 못 쉴 정도였었다. (극심한 다리경련과 불이 나는 발은 항상 덤이었다.) 그저 '서서 가면 죽는다.'라는 생각 하나만으로 열심히 뛰어다녔었다. (내가 내리는 역은 마지막 역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하나의 즐거운 추억이다. 하지만 역시 강제로 이루어지는 야간자율학습은 조속히 폐지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쓸데없는 강제성 때문에, 많은 학생들이 피해를 보고 있으니까. 좋게 말해서 추억이지, 이 버스 경쟁 때문에 싸움도 많이 일어났었었다. 내가 희생이 되지 않은 것은 버스 시간을 다 외워서 황금 타이밍을 맞추었기 때문이였고. 하하하. (가끔 미스도 있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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