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즈미야 하루히의 경악 후기
- 문화/독서와 기록
- 2011. 5. 29. 06:48
스즈미야 하루히의 경악을 읽어보니
내가 군대에서 귀가조치를 명령받고 돌아와서 부모님께 말씀을 전하고, 가장 먼저 무엇을 했을까? 그것은 바로 스즈미야 하루히의 경악을 읽는 일이였다. 내가 버스 터미널에서 집으로 걸어와 경비실에 택배 도착 유무를 물어보니, 때마침 택배가 조금 전에 도착했다고 하여 책을 받아볼 수가 있었다. 그 책은 내가 그토록 기다렸던 스즈미야 하루히의 제 10시리즈인 스즈미야 하루히의 경악. 이래저래 귀가조치를 받고 온 터라서 많은 생각을 했었지만, 일단은 우선 이 책을 읽기로 했었다.
스즈미야 하루히의 경악은 전편과 후편으로 나뉘어지며, 10권과 11권으로 구성되어있다. 한정판으로 2권을 함께 구매할 시에는 한정 사은품인 일본에서 발매된 스즈미야 하루히 시리즈의 전 권 책 표지를 받아볼 수가 있었다. 나는 집으로 오자마자 당장 스즈미야 하루히의 경악을 펼치고 읽기 시작했었다. 나는 정말 대만족을 했다. 정말 재밌었다. 칙칙했던 모든 기분을 잠시나마 전부 날려버리게 해주었다.
스즈미야 하루히의 경악, ⓒ노지
자세한 내용은 언급하지 않겠다. 왜냐하면, 그렇게 되면 그것은 이 재미있는 스즈미야 하루히의 경악을 읽지 않은 사람들에게 큰 실례가 되는 일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내가 언급할 것은 몇 개의 캐릭터와 그 이야기이다. 위 이미지를 보면 알 수가 있겠지만, 이번 경악에서는 스즈미야 하루히와 사사키가 주가 되는 편이다. (사사키는 스즈미야 하루히의 분열에서 등장한 주인공 쿈의 소꿉친구(?) 비슷한 존재이다.) 사실 나는 이번 경악편을 읽으면서, 왠지 사사키라는 캐릭터에 나를 겹칠 수가 있었다. 겉모습이 아니라 내부의 속성을 말이다. 조금의 자세한 이해를 위해서 사사키와 쿈의 대화의 일부분을 적어보면 아래에 적어보았다.
그렇게 사사키의 얼굴을 바라보는 사이에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네 존재 의의는 뭐냐?"
이 갑작스러운 질문을 예측하고 있었다는 듯이 즉시 답을 했다.
"인류의 일원으로 말하자면 당연히 내 유전자를 남기는 것밖에 없겠지. 자손을 이뤄 자신의 구성요소를 후세에 전한다. 이건 생명체의 본질이야. 적어도 이 지구상의 모든 생물은 그렇게 되어 있지."
그런 진화론적인 걸 물어본 게 아니야. 우리 입장에서 보자면 유전자를 남기는 법은 알고 있지만 그게 뭐가 어떻다는 거냐잖아. 당분간 상관없는 일일 테니까.
"이런. 인간은 왜 사는가. 무엇을 위해 사는가라는 설문은 선문답의 범주일 뿐이야. 관념적인 의미가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아무 의미도 없지. 하지만 그걸 염두에 두고서 말하자면 내 존재의의는 첫째 '사고하는 것' 이고 둘째로 '사고를 계속하는 것' 이라는 대답밖에 못 하겠다. 생각하는 것을 그만두는 때는 내가 죽었을 때뿐이고, 역설적으로 생각하는 것을 그만둔다면 죽은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어. 나라는 개체는 사라지고 동물적인 생만이 남게 되겠지."
큭큭큭. 사사키가 낮게 웃는다.
"나는 계속 생각하고 싶어. 이 세계의 삼라만상에 대해, 죽는 그 순간까지."
사고의 종착지에 뭐가 남는다는 거지? 아니, 자손을 만드는 것 말고 말이야.
"뛰어난 질문이야, 쿈. 참으로, 정말이지 인간다운 문제다. 유전자 이외에 내가 이 시대에 살아 있었다는 증거가 후세에 남는다면 아미노산으로 이루어진 이중나선에 집착할 필요가 없을 거야. 유사 이래, 우리 인류는 다양한 것을 지구상에 남겨왔다. 쓸데없는 짓이라고밖에 안 보이는 거창한 유적에서 작지만 획기적인 도구의 발명, 당시에는 최첨단이었을 선진기술, 문화적인 국가적 예술작품, 전혀 새로운 기술 체계와 미래로 이어지는 이론... ."
사사키의 표정을 보니 그녀의 사고는 시대를 초월한 뇌내 시간여행을 떠나려 하고 있었다.
"세계사에서 배우는 역사상의 위인들은 위인다운 행위, 그걸로 역사에 이름을 남겼어. 내 몸과 마음은 왜소하고 미력하기만 하지. 하지만 내 사고를 시작으로 해서 미래에까지 이어지는 새로운 개념이 생겨나지 말라는 법은 없잖아. 아니, 솔직하게 내가 산출해 키운 뭔가를 후세에 남기고 싶어. DNA 이외에 말이야."
장대한 야망이구나.
"남기는 건 이름이든 개념이든 상관없긴 하지만, 야망이라면 그게 내 유일한 야망이야. 다만 나는 혼자 힘으로 해내길 지향할거야. 이계인이나 미래인, 초능력자의 힘은 빌리지 않을 거다. 내 사고는 오직 나 혼자의 것이고 다른 어떤 사람도 개입하길 원하지 않으니까. 결론은 스스로의 손으로 이끌어내고 싶어. 나는 내 존재의의를 그런 것이라 정의하고 있지. 누구의 간섭도, 영향도 받지 않고 내 안에서 솟아나는 독창적인 말과 개념을 만들어내고 싶어.
위에서 굵게 표시한 것은 전적으로 내가 생각했었고, 동의하는 내용이다. 사실, 이것을 누가보면 허황된 망상이라고 말할 지도 모르겠다. 왜냐하면, 소설에서 나오는 내용을 가지고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을 보니 사람들이 말하는 '미친놈'이라는 생각이 들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인간이라면, 어쩌면 이 무한할지도 유한할지도 모르는 이 세계에서 제한된 시간내에서 살아가는 인간이라면, 그렇게 깊게 한번 생각을 해보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이 사사키라는 캐릭터의 내적 속성과 나의 내적 속성을 겹쳐서 재미있게 관찰할 수가 있었다.
스즈미야 하루히의 경악, ⓒ노지
만약 나에게 이 스즈미야 하루히의 경악의 평점을 매기라면, 당연히 10점 만점에 10점 만점을 줄 것이다. 4년동안 기다린 보람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군 강제 귀가 명령을 받고, 이 책을 읽고 조금 더 많은 생각을 할 수 있게 된 시점이, 어쩌면 로또보다 더 낮은 운의 확률이 아닐까? 그렇다면 이 모든 것에 나는 그 의미가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조금 책의 후기와는 조금 관련은 있지만, 개인적인 생각을 이 글에 더 많이 담은 것 같다. 주관적인 내용을 빼고, 객곽적으로 판단을 하더라도 이 책은 정말 10점 만점에 10점을 주고 싶은 정도의 구성으로 이루어졌다. 스즈미야 하루히의 시리즈 팬이자 타니가와 나가루 작가의 팬이라면, 꼭 읽어보기를 바란다.
전개뿐만 아니라 일러스트의 작화도 정말 예술이라고 나는 말하겠다. 스즈미야 하루히의 팬이라면, 하루히의 어떤 정말 모에한 표정이 담긴 일러스트와 내용이 있으니, 기대해도 좋다. 나는 이번 10번째 시리즈인 스즈미야 하루히의 경악을 통해서 사사키의 팬들도 늘어나질 않을까싶다. 정말, 일러스트의 작화가 예술이다. 이 일러스트를 그린 사람에게 다이아몬드라도 있으면 주고 싶다. 큭큭큭.
스즈미야 하루히의 경악, ⓒ노지
마지막으로, 사사키와 쿈의 동생, 고양이 샤미센이 함께 나오는 이미지를 함께 올린다. 4년만에 한국에 발간된 스즈미야 하루히의 새 시리즈. 스즈미야 하루히의 경악. 정말 최고다. 정말 재미있다. 풀메탈 패닉도 좋았지만, 역시 스즈미야 하루히의 시리즈는 내가 본 라이트 노벨 시리즈 중 가히 최고라고 평점을 매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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