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독서와 기록 노지 2017. 8. 29. 07:30
여름을 떠나보내기에 너무나 안성맞춤인 밤의 소설 해가 떠 있을 때 보는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거리의 풍경은 어두운 밤이 되면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한다. 마치 에 나오는 도시처럼, 낮에는 볼 수 없었던 사람들이 밤거리에 나와 또 다른 소리의 세상을 만들어낸다. 밤거리 풍경이 유독 낯설게 느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나는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밤늦게 어디를 돌아다닌 적이 거의 없다. 서울과 김해를 오갈 때가 아니면, 내가 밤 8시 이후로 밖으로 나가는 경우는 손에 꼽을 정도였다. 나는 밤에 밖으로 나가기보다 늘 집에서 책을 읽거나 애니메이션을 보았다. 밤의 풍경은 아직도 나에게 너무나 낯선 풍경이다. 하지만 딱 한 번 밤의 풍경을 본 적이 있다. 재수를 마치고 대학에 들어오고 나서 우연히 만난 친구의 생일..
문화/독서와 기록 노지 2017. 8. 5. 07:30
아름다운 음악과 짧지만 가장 깊었던 사랑을 그린 장편 소설 지금까지 나는 제법 많은 책을 읽었다고 자부할 수 있지만, 막상 그 모든 책을 다 기억하고 있느냐고 묻는다면 살짝 고개를 들 수가 없다. 분명히 내 손때를 탄 책들은 열의 아홉은 최소 한 장면이라도 기억에 남아 있다. 하지만 이미 지나가 버린 시간 속에서 먼지처럼 사라진 책들도 있을 것이다. 사실, 우리의 삶에서 영원이라는 건 존재하지 않는다. 아무리 감동하면서 읽은 이야기라도 시간이 지나면 기억이 나지 않기 마련이고, 아무리 울면서 다시는 그런 실수를 하지 않겠다고 다짐한 일도 우리는 실수를 반복하기 마련이다. 사람은 그렇게 과거를 통해 미래를 보면서도 미래에서 과거를 본다. 오늘 소개하고 싶은 소설 는 마치 오늘을 통해 미래를 보는 것 같지만..
문화/독서와 기록 노지 2016. 1. 5. 07:30
, 적적한 삶에 따뜻한 위로를 해주는 단팥 인생 이야기 책을 읽는 일은 나에게 의무이기도 하고, 나를 위해서 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일이기도 하다. 요즘에는 피아노를 연주하며 그냥 울고 싶은 마음을 담을 때도 종종 있지만, 과거에는 항상 책을 읽거나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울고 싶은 기분을 달랬다. 마른 뺨을 타고 흐르는 눈물은 쉽게 멈추지 않았으니까. 나이 한 살을 더 먹은 지금도 크게 변하지 않았다. 좋아하는 사람도 생기지 않았고, 애초에 사람에 대한 의심은 여전히 가지고 있다. 하지만 요즘에는 조금 더 용기를 가지고 삶을 마주하며 살아가게 되었다.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일을 통해서 생각을 정리하고, 마음을 정리한다. 비록 많은 돈을 벌어서 떵떵거리지 못하고, 언제나 '책값이 부족해.' '뭘 먹고 싶은..
문화/독서와 기록 노지 2015. 10. 10. 07:30
역시 그의 작품은 평범하면서도 평범하지 않은 매력이 있다 이사카 코타로의 소설을 읽을 때마다 나는 그가 소설을 구성하는 방식에 즐거운 웃음을 짓곤 한다. 그의 소설은 항상 사건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구성이 아니라 다른 사건을 뒤섞어놓고, 마지막에 원점으로 돌아오는 구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항상 여러 생각과 상상을 하며 읽게 된다. 이번에 읽은 그의 또 다른 장편 소설 또한 마찬가지였다. 에서 읽은 첫 번째 이야기 '남은 날은 전부 휴가'에서는 미조구치와 오카다의 인물이 소개되고, 그와 전혀 관련이 없는 가족이 소개되면서 오카다와 그 가족이 만나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결말을 보여주지 않는 짧은 결말을 보여주고, 두 번째 이야기 '어른의 성가신 오지랖'에서는 오카다가 또 전혀 모르는 한 소년을 ..
문화/독서와 기록 노지 2015. 9. 28. 07:30
표백 세대로 살아가는 우리의 이야기를 예리하게 난도질한 이야기, 소설가 장강명의 를 읽으면서 큰 공감을 했다. 그리고 나는 그의 다른 작품이 읽고 싶어졌다. 그래서 인터넷 서점에서 검색을 통해서 그의 또 다른 소설 과 을 주문했다. 소설 은 다른 책과 같이 주문을 해서 아직 도착하지 않았지만, 은 금방 도착했다. 소설 을 펼쳐서 읽는 동안 나는 소설이 나에게 들려준 이야기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놀랍도록 정교하면서도 놀랍도록 도발적인, 그리고 외면할 수 없는 우리 사회의 부조리를 고발하는 듯한 소설 은 책을 펼치고 읽어나가면서 점점 이야기에 몰입할 수밖에 없는 마력을 가졌다. 보다 먼저 읽은 소설 도 우리가 사는 한국 사회의 모습을 상당히 우회적으로 비판했지만, 이 소설은 완전히 우리 사회의 모습을 마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