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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나를 버린 날에 켄스케를 만났다

노지 2025. 9. 6. 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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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나를 버린 날 표지

 34년이라는 인생을 사면서 이제 곧 있으면 35년 째의 인생을 맞이하게 되는 나는 아직까지도 살고 싶다고 생각하는 날보다 죽고 싶다고 생각하는 날이 더 많다.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을 돌아보면 살아서 즐거웠던 순간보다 살아서 괴로웠던 순간이 더 많았다. 그런데도 내가 살아가는 이유는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라 사랑하는 책이 있기 때문이다.

 

 나는 어릴 때부터 혼자 지내면서 많은 책을 읽었다. 책을 읽는 그 순간만큼은 현실 속의 괴로움을 잊을 수 있었고, 나는 책을 읽으면서 모험을 하거나 마음의 위로를 얻기도 했다. 책을 읽으면서 몇 번이나 감정을 주체하지 못해서 울음을 터트린 적도 있고, 책을 읽으면서 나를 믿고 도전해 보고자 용기를 발휘한 적도 있다. 책은 곧 나의 인생이었다.

 

 그러다 우연히 만난 <내가 나를 버린 날>이라는 책은 마치 내 이야기를 읽는 것 같아서 놀라웠다. 무엇보다 내가 어릴 때부터 하고 싶었던 일을 실천한 켄스케의 모습이나 켄스케의 도움을 받아 다시 갈아가는 준키의 모습이 놀라웠다. 오늘은 우연히 도서관에서 눈이 맞아 빌려서 읽게 된 일본 장편 소설인 <내가 나를 버린 날>를 소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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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나를 버린 날의 줄거리

ⓒ내가 나를 버린 날 중에서

 책의 표지 뒷면에서 볼 수 있는 소제목을 본다면 '자살 직전, 나를 붙잡은 수상한 제안! "내 이름을 줄게. 나 대신 나로 살아줘."라고 적힌 것을 알 수 있다. 이 소제목이 곧 <내가 나를 버린 날>의 이야기가 시작되는 최초의 시발점이라고 말할 수 있다. 살아가는 것에 절망한 준키가 자살을 하려고 했을 때 그를 붙잡은 인물이 바로, 켄스케다.

 

 켄스케는 "죽을 바에야 나 대신 나로 살아줘."라며 준키가 자신의 건강보험증으로 병원에 가거나 자신의 학생증으로 아르바이트를 해도 된다면서 자신을 대신해서 대학에 다니면서 켄스케로 살아달라고 부탁한다. 뭔가 수상한 느낌의 부탁이기는 해도 준키는 지금의 절망적인 상황을 벗어날 수 있는 데다 켄스케가 제안에 끌리게 되었다.

 

 그렇게 준키는 켄스케로서 삶을 살아가면서 집에서는 그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면서 소설을 쓰기도 했다. 하지만 어느 날 켄스케가 자취를 감추었을 뿐만 아니라 켄스케로서 살아왔던 준키는 켄스케가 살인 용의자로 의심을 받게 된다. 자신의 은인이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준키는 켄스케를 알기 위해서 그의 발걸음을 뒤쫓게 된다.

 

켄스케는 진짜 살인을 저질렀을까?

ⓒ절망한 사람

 그 과정에서 우리가 읽어볼 수 있는 이야기는 소설 <내가 나를 버린 날>를 구축하고 있는 진짜 이야기다. 이 과정에서는 생각지 못한 비극과 절망이 있었고, 아이를 낳는다고 해서 부모가 부모의 자격을 획득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무엇보다 준키와 켄스케 두 사람의 아버지 상은 나의 아버지와도 유사해서 감정이 크게 술렁이기도 했다.

 

 놀라운 비밀이 하나둘씩 밝혀지는 과정에서 나는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이 계속 복잡해졌다. 확실하게 켄스케는 살인을 저지르기는 했어도 우리는 그를 절대 비판할 수 없었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그를 두둔하면서 그를 보호하지 못한 세상을 향해서 비판을 가하는 것이 더 정당해 보였다. 이것은 내가 편파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모든 상황이 딱 그랬다.

 

 <내가 나를 버린 날> 마지막에 이르러 읽어볼 수 있는 한 장면을 옮겨 보면 다음과 같다.

 

켄스케가 걸음을 멈추고 돌아보았다.

"너를 구하고 싶었어."

"나를?"

"우리 아버지가 퍼뜨린 악과 가난이라는 바이러스와 싸우고 싶었어. 아버지가 어머니를 괴롭혔기 때문에 어머니는 사카에다를, 사카에다는 타테이 토시로를 고통스럽게 했지. 그 끝에 있는 피해자를 단 한 명이라도 구하고 싶었어. 더 많은 악의 연쇄가 일어나기 전에 막고 싶었어. 세상이 잊어가는 영혼을 구하고 싶었어."

겨우겨우 찾아낸 네가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했을 때는 정말 당황했어,라고 켄스케는 자조하듯 중얼거렸다.

"나는 만족스러워. 네 명을 죽인 살인마가 그 결말로 누군가를 구했다면, 충분하고도 남을 해피엔딩이야." (본문 254)

 

 자세한 이야기는 여러분이 직접 <내가 나를 버린 날>을 읽어보도록 하자. 비록 2022년에 발매된 소설이라고 해도 가히 전격소설 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한 작가의 작품답게 몰입도가 굉장히 높았다. 무엇보다 나는 이 책의 켄스케와 준키 두 사람과 비슷한 환경에서 자랐을 뿐만 아니라 아직 희망을 찾지 못한 절망 속에서 살아가다 보니 참 착잡했다.

 

 부디 아직도 절망적인 삶을 반복해서 살아가는 나에게, 그리고 나와 같은 사람들에게, 켄스케와 준키 같은 사람들에게 희망이 나타나기를 간절히 바라고 싶다. 마지막으로 책에서 읽어본 켄스케가 적은 소설의 한 장면을 남기면서 이 글을 마무리하고 싶다. 아래의 글이 <내가 나를 버린 날>이라는 소설이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를 잘 담고 있었다.

 

스마트폰을 꽉 쥐었다. 스마트폰이 없으면 살 수가 없다. 내가 입은 옷은 저가 브랜드에서 대량으로 찍어낸 제품. 싸지만 깔끔하다. 신발은 오래 신었지만, 구멍이 나지는 않았다. 머리는 단정해 보이도록 짧게 잘랐다.

알아챌 리가 없다. 우리의 궁핍한 생활을.

섞여 들고 녹아들어서 보이지 않는 것이다. 우리의 존재 따위는.

하지만 그래도 발견해 주기를…. 우리를 잊지 말아 주기를….

마음이 무너지는 날에는 기도했고, 그리고 매달렸다.

제발 누가 우리를 구해주세요…. (본문 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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