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 2일 시즌4 매너남 실험은 논란일까 예능일까
지난 일요일(6일)을 맞아 방영된 <1박 2일 시즌4 244회>에서는 육각형 남자 테스트 후반편의 이야기가 방영되었다. 평범해 보이는 미션을 소화하는 도중에 멤버들이 촬영 중에 히든 미션으로 받았던 결과를 두고 작지 않은 논란이 일어나고 있다. 그 논란은 소위 말하는 '레이디 퍼스트'와 '남녀평등'의 가치가 부딪힌 논란이었다.
<1박 2일 시즌4> 제작진이 준비했던 히든 미션은 무거운 짐(수박 2통 외)을 들고 옮기는 막내 작가를 멤버들이 만났을 때 그녀를 도와주는 지의 유무였다. 이 히든 미션이 공개되기 전까지 남자의 센스를 테스트하는 여러 미션을 소화하면서 상당히 기고만장해 있던 멤버들은 순간적으로 히든 미션 결과에 모두 쓴웃음을 지었다.
왜냐하면, 위 사진에서 볼 수 있는 자막에 들어간 '과연 종민은 무거운 짐을 들어줄까?'라는 질문에 '짐을 들어주었다.'라고 대답할 수 있는 행동을 한 멤버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문세윤 한 사람을 제외하고 1박 2일 나머지 멤버들은 무거운 짐을 낑낑거리며 옮기던 막내 작가를 보고도 손을 내밀어 도와주지 않았던 거다.
선호 같은 경우에는 도와줄지 말지 망설이다가 "지금 들어주기엔 너무 늦었죠?"라며 미안해하며 자리를 떴지만, 다른 멤버들은 처음부터 도와주려고 하는 듯 모습 자체가 보이지 않았다. 유일하게 문세윤만이 수박을 덥석 들어서 이동해야 하는 곳까지 수박을 대신 들어주었을 뿐만 아니라 그녀를 배려하는 사소한 말 한마디도 덧붙였다.
비록 직전 미션에서 연애 센스가 없는 남자로 꼴찌를 하기는 했어도 문세윤은 '배려'라는 상냥함을 갖춘 인물이었다. 최근 결혼을 한 조세호를 제외한다면 유일하게 결혼을 한 멤버가 문세윤이었는데, 이 모습을 통해 우리는 왜 다른 멤버는 결혼을 못하고 문세윤만 결혼을 할 수 있었는지 알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는 매너 있는 남자였다.
김종민은 방송에서 "자기 먹으려고! 저거 훔치는 거야! 저거!"라며 괜히 장난이 섞인 목소리를 내기도 했지만, 유일한 매너남으로 테스트를 통과했던 문세윤은 6점을 획득하면서 마지막 대역전으로 한우 한 상을 먹을 수 있는 상남자에 뽑혔다. 어떻게 본다면 크게 논란이 될 수 없는 장면으로 보이지만 이 장면이 굉장히 논란이 되었다.
그 이유는 남녀평등 가치관을 외치는 시대에서 무거운 짐을 여자가 들고 있다고 해서 남자가 들어주는 것이 매너라는 평가는 시대착오적이라는 비판이 많았기 때문이다. 과거 어떤 연애 프로그램을 보더라도 남자들이 무거운 캐리어를 들고 오는 여성 출연진을 도와주지 않으면서 "평등해야 하니까요."라고 인터뷰를 했던 장면이 있었다.
당시에도 남성 출연진의 행동이 옳다, 잘못됐다 논란이 작게 일어났었는데, 국민 프로그램이라고 말할 수 있는 <1박 2일>에서 이처럼 논란의 불씨가 될 수 있는 장면이 나오는 건 더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사실, 이 장면에는 '그렇게 해야 한다'라는 정답은 없다고 생각해도 더 좋은 선택지는 있었다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다.
항상 여성을 먼저 배려해야 하는 문화는 일부 상황에서는 옳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일부 상황에서는 분명히 그러한 매너 문화의 정착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문세윤은 오늘날 논란이 되는 남녀 가치관을 따지기 전에 그냥 무거운 짐을 들고 혼자 힘겹게 나르고 있으니 도와줬을 뿐이다. 이런 것이 바로 신사의 조건이자 매너라고 생각한다.
과거 <인턴>이라는 영화를 보았을 때 주인공 벤은 손수건을 남성이 챙겨야 하는 이유는 눈물을 흘리는 여성에게 빌려주기 위함이라고 말한다. 딱 그 정도의 매너 있는 행동에서 나오는 배려와 상냥함이 그 사람을 더욱 돋보이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문세윤이 일찍 결혼을 할 수 있었던 건 자신의 능력과 함께 그런 배려 덕분이지 않을까?
사람은 흔히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자신이 진짜 모습이 드러나기 마련이라고 한다. 아무리 누군가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고, 관심을 끌고 싶은 사람이 생겨서 그 사람 앞에서만 신사인 척 행동하는 사람들은 은연중에 자신의 진짜 모습이 드러나기 마련이다. 이건 남성만 아니라 여성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연애는 늘 밀당의 대결이라고 한다.
그 밀당에서 상대방의 진짜 모습을 파악할 수 있는지의 유무가 결혼을 했을 때의 결과로 나타난다고 생각한다. 일찍이 상대방의 진짜 모습을 파악해서 결혼을 하지 않는다는 선택을 할 수도 있고, 그래도 결혼을 한다고 했을 때는 어느 정도 그런 부분을 안고 간다는 선택을 했을 것이다. 그런데도 파국이 나는 건 서로 너무 달랐기 때문이다.
현재 KT에서 야구 선수로 활약하는 황재균과 티아라 멤버 지연이 불과 2년 만에 합의 이혼에 이른 것도 비슷한 맥락이라고 볼 수 있다. 연애를 할 때는 서로 좋아해도 아직 타인이니 어느 정도 배려를 할 수 있었지만, 결혼을 한 이후에는 타인이 아니라 가족처럼 가까운 사이가 되다 보니 자연스레 의도적인 배려가 점점 사라진 게 아닐까?
그러다 보니 서로가 서로를 이기적이라고 생각하고, 마찰을 겪는 일이 발생하면서 결혼 2년 만에 황재균과 지연은 파국에 이르게 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물론, 어디까지 나의 추측에 불과한 이야기이니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만 하자. 어쨌든, 이번 <1박 2일> 논란은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논란이어도 심각한 논란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페이스북에서 타임라인을 보니 어느 한 페친이 "페미니즘이 주장하는 레이디 퍼스트와 남녀평등은 공존할 수 없습니다."라고 <1박 2일 시즌4>에서 비롯된 논란을 정리해 놓았다. 어쩌면 그 말이 맞을지도 모른다. 내가 상대방에게 배려를 받고 싶다면 나도 상대방을 배려해줘야 한다. 배려라는 건 절대 일방통행이 아님을 명심해야 한다.
오늘 여러분은 위와 같은 실험에 나도 모르게 동원되었을 때 어떤 행동을 하였을 것 같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