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추천 드라마 돌풍으로 보는 민주주의와 오늘의 정치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오리지널 드라마 <돌풍>을 오랜 시간에 들여 천천히 감상했다. 드라마 <돌풍>은 이름 그래도 정치판에서 돌풍을 일으켜 위정자들을 모두 한꺼번에 청소하기 위해 움직이는 박동호(역 설경구)가 국무총리에서 대통령이 되고, 대통령이 되어 썩어 빠진 권력층과 맞서는 이야기를 12화를 통해 흥미롭게 그리고 있다.
며칠 동안 우리는 거센 장맛비와 바람의 영향으로 해안가에 많은 쓰레기가 겹겹이 쌓였다는 소식을 뉴스를 통해 들을 수 있었다. <돌풍>의 박동호가 되고자 했던 건 바로 그 돌풍이다. 돌풍이 되어 바다를 오염시키는 쓰레기들을 한 되 모아서 그 쓰레기들을 소각시키기 위해서 그는 최선을 다해서 자신과 주변의 모든 것을 철저히 이용했다.
이야기의 시작은 박동호와 함께 같은 꿈을 꾸었던 장일준(역 김홍파) 대통령을 심장 마비로 의식을 잃게 한 이후 국무총리로 권한 대행을 역임하는 모습이다. 장일준 대통령과 박동호, 그리고 정수진은 모두 함께 민주주의를 외치면서 살았던 시기가 있었고, 모두 함께 불의한 자들로부터 약자를 지키고자 맹세했던 가족 같은 그런 동료였다.
하지만 사람은 자리에 따라 자신도 모르게 조금씩 변하기 마련이다. 과거 독재 타도를 외치면서 물고문까지 받아 가면서도 민주주의를 열망했던 정수진은 재벌의 사냥개가 되어 더욱 큰 권력을 손에 쥐고자 했다. 썩은 와인 한 잔만 마시자던 장일준 대통령은 그 썩은 와인 한 잔을 마셨다가 몸과 정신이 썩어갈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다.
이 모든 것을 용납할 수 없었던 박동진은 자신이 권한 대행이 되어 검찰을 장악하고, 국회를 장악하고… 순서대로 일을 진행하여 한국의 정치에 깊이 뿌리내린 썩은 뿌리를 통째로 뽑아내고자 했다. 하지만 오랜 시간에 걸쳐 공고히 자신을 지킬 흙을 다져 놓은 썩은 뿌리는 쉽게 뽑히지 않았다. 아무리 권한 대행이라고 해도 힘이 들었다.
그렇게 <돌풍>은 박동진 국무총리가 권한 대행으로서 일을 끝내지 못하자 그가 대통령에 출마하는 이야기로 옮겨 간다. 권한 대행으로서 할 수 있는 일에 한계가 있고, 시간적 제약이 있다면… 시간을 늘려서 할 수 있는 일을 하면 되는 일이었다. 대통령 선거에서도 드라마 <돌풍>은 오늘날 정치사에서 볼 수 있는 모습을 잘 보여주었다.
아마 정치적 색깔이 자칭 우측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넷플릭스 드라마 <돌풍>이 썩 달갑지만은 않을 것이다. 우측이 아니라 좌측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보더라도 쓴웃음을 짓게 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그런 반응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그만큼 드라마 <돌풍>이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정치 현실을 잘 반영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맑은 물이었다고 해도 고인 물이 되면 점차 썩게 되고, 썩은 물은 자신이 썩은 물이 아니라고 주장하면서 더러운 냄새를 풀풀 풍긴다. 드라마 <돌풍>을 통해 볼 수 있는 좌우 정치인들의 모습은 오늘날 현실에서 볼 수 있는 모습과 전혀 다른 게 없었다. 박동진 정부의 국무총리가 된 정수진도 오늘날 좌파 정치인과 똑같았다.
과거에 독재에 맞서 열심히 민주주의를 부르짖었다고 해도 안정된 자리에서 많은 권력과 돈을 유지하다 보니 점점 썩어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 줄 아는 듯이 자신은 과거 민주주의를 위해 일했던 사람이라고 변명하면서 손에 쥔 것을 다음 세대를 위해서, 새로운 정치를 위해서 포기할 수 없게 되어버렸다.
자칭 보수주의자이자 애국주의자라고 말하는 우파도 다르지 않다. 그들은 과거 일제강점기부터 넣은 권력을 가지고 독재를 거쳐 더욱 단단히 자신의 세력을 지키면서 썩다 못해 방사능 오염수에 가까운 존재들이 되어버렸다. 오늘날 윤석열 정부만 보더라도 김건희 여사의 사건을 두고 썩은 정치인들과 썩은 검찰들이 얼마나 줄을 서고 있는가.
그들이 원하는 것은 진정으로 이 나라가 강국이 되는 것이 아니라 멍청한 시민들 위에서 영겁에 가까운 시간 동안 군림하는 것이다. 5년마다 대통령이 바뀌고, 4년마다 국회의원이 바뀐다고 해도 그들은 그 선거에서 지지 않기 위해서 무엇이라도 하는 사람들이다. 법인카드 500만 원 남용은 괜찮고, 10만 원은 검찰이 그렇게 압박 수사를 했다.
이미 한두 사람의 노력으로 바뀔 수 없는 이 나라의 정치판을 뒤흔드는 주인공 박동호의 이야기를 그린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돌풍>은 많은 것을 느끼게 했다. 박동호는 "박동호가 만든 세상이 오면 그 자리에 박동호는 없을 거야."라고 말하는데, 아마 이 대사를 통해서 많은 사람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치 철학을 떠올리지 않았을까?
노무현의 시대가 왔을 때 노무현은 없었다. 노무현 대통령이 대통령으로 재임하는 동안 한국의 정치는 그 어떤 시대보다 민주주의의 꽃이 활짝 피었던 시대였지만, 그만큼 노무현 대통령은 <돌풍>의 박동진과 마찬가지로 검찰과 기업, 언론만 아니라 국회 내부에서도 많은 적과 상대해야 했다. 그리고 우리는 끝내 그를 잃고 말았다.
2024년 한국 정치는 현재 민주주의의 큰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현직 대통령을 통해 한사코 자유주의, 민주주의라는 단어가 나와도 그 말은 무게가 전혀 없었다. 그 대통령과 그 대통령을 지지하는 세력이 말하는 자유주의와 민주주의는 자신의 사리사욕을 지키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 도대체 특검법을 얼마나 거부할 작정인가!
특검을 거부하는 자가 범인이라는 말이 있다. 드라마 <돌풍>을 본다면 거짓을 이기는 건 진실이 아니라 더 큰 거짓이라는 말이 있다. 부디, 박동진 같은 대통령이나 정치적 인물이 나와 우리 정치판에 커다란 돌풍을 일으켜 쓰레기를 청소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런 바람을 간절히 품게 해 주었던 드라마 <돌풍>이었다.
마지막으로 넷플릭스 드라마 <돌풍>을 통해 들을 수 있었던 박동진 대통령의 대사를 남기면서 이 글을 마치고 싶다.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 나라에 빛은 없습니다.
어둠이 더 짙은 어둠에 맞서며 스스로 빛을 참칭하고 있을 뿐입니다.
저는 왼쪽의 어둠을 걷어내고, 오른쪽의 어둠을 부수고 새로운 빛을 만들겠습니다.
나는 단 한 번도 국민을 위해 정치를 한 적이 없다.
나를 위해서 했지.
추악한 세상을 견딜 수 없는 나를 위해서.
불의한 자들의 지배를 받을 수 없는 나를 위해서.
저 박동호는 이 세상의 오물들과 함께 역사의 무대에서 사라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