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드라마 THE 8 SHOW가 담은 인간미에 경악하고 감탄했다
지난 며칠 동안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드라마 <THE 8 SHOW(더 에이트 쇼)>를 하루에 1~2편씩 감상했다. 이 작품이 그리는 것은 빚더미에 허덕이던 사람들이 어떤 쇼에 초대를 받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로, 사람들이 말하는 <오징어 게임>의 스핀오프 같은 느낌의 작품이었기 때문에 우리에게 작품이 그렇게 낯설지는 않았다.
하지만 <THE 8 SHOW>는 <오징어 게임>보다 인간적인 모습을 갖고 있으면서도 비인간적인 모습을 갖고 있기도 했다. <오징어 게임>에서 게임에 참여한 이들은 목숨을 걸고 게임에 참여하면서 우승 상금을 높여갔지만, <THE 8 SHOW>는 그들이 갇힌 폐쇄 공간에서 오랜 시간을 버티면 버틸수록 상금이 계속 높아졌다.
폐쇄 공간이라고 해도 같은 공간에 있는 8명의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자유롭게 시간을 보낼 수 있었고, 목숨이 걸린 게임을 하면서 매일 같이 생사의 갈림길에 서지 않아도 되었다. 어떻게 본다면 놀고먹으면서 평소 자신이 손에 넣을 수 없는 막대한 돈을 손에 넣을 수 있는 기회이다 보니 대단히 매력적인 게임으로만 보였다.
문제가 있다고 한다면 그들이 1분당 적립되는 상금을 최대한 많이 적립하기 위해서는 그 쇼에 참여하는 시간을 늘려야 했다. 그들이 함께 있는 폐쇄 공간의 공유 공간에는 커다란 시계가 쇼의 남은 시간을 표시하고 있었는데, 쇼에 참가한 사람들은 그 시간을 늘리기 위해서 다양한 형태로 이 쇼를 연 주최자에게 '재미'를 주어야 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1층부터 8층까지 층마다 자신의 방을 가진 인물들이 1분당 적립되는 금액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된다. 8층 같은 경우에는 1분에 34만 원이 적립되었고, 1층은 1분에 1만 원이 적립되었다. 단순히 1분 단위로 비교해도 말도 안 되는 금액 차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데, 그 금액을 1시간, 하루, 한 달로 치면 더욱 컸다.
더욱이 <THE 8 SHOW>에 숨겨져 있는 여러 요소는 높은 층에 살면서 적립되는 상금이 많은 사람이 이 쇼에서 유리한 힘을 갖고 있었다. 만약 사람들이 모두 사이좋게 의기투합한다면 아무런 문제도 없이 각자 상금을 챙겨서 밖으로 나갈 수 있겠지만, 사람이라는 것은 작은 차이가 생기면 그 차이를 계기로 갈등이 생기기 마련이다.
<THE 8 SHOW>에서 벌어진 갈등의 시작은 8층을 차지한 인물의 만행과 그 만행 속에서 학대를 당하는 아래층 사람들의 고통이다. 자신과 벌이의 규모가 다른 이들을 시기질투하는 게 아니라 벌이가 적은 사람을 벌이가 많은 사람이 착취하기 시자하면서 우리 사회에서는 많은 문제가 발생한다. 이 특이한 쇼의 참가자들도 딱 그랬다.
그래서 이 작품은 대단히 인간적인 작품이면서도 대단히 비인간적인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모두 같은 입장이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이 하나의 우연을 계기로 손에 넣을 수 있는 부의 규모가 달랐고, 그 부는 경제력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권력으로 이어지면서 사회에서 갖은 악행을 저지르는 계기가 되었다. 우리의 현실도 크게 다르지 않다.
처음부터 돈 많은 집에서 태어난 사람들은 학비 걱정 없이 원하는 공부를 하고, 원하는 취미 생활을 하면서 살다가 부모님의 튼튼한 재력을 바탕으로 도전을 하면서 소소한 성공을 거둔다. 비록 도전하고 성공하지 않더라로 그들은 부모님의 재력과 권력을 그대로 물려받고, 자신의 자식들도 똑같은 위치에서 똑같은 혜택을 물려주게 된다.
시작은 모두 공평하게 보였으나 알고 보니 대단히 공평하지 않았고, 누군가는 그 공평하지 않는 기회를 발판으로 다른 사람을 괴롭히고 착취하면서 자신의 즐거움을 채우기 위해서 시간을 보냈다. 다행히 우리 사회에 희망이라는 건 있다는 것을 보여주듯이 그렇게 많은 경제력을 바탕으로 권력을 손에 쥘 수 있어도 선한 사람이 있었다.
<THE 8 SHOW>에서는 그 인물을 기준점으로 여러 반전이 일어나게 된다. 그리고 때때로 선한 사람의 선행은 "바보 같은 짓이다."라는 평가를 받는 우리 사회의 모습도 볼 수 있는 사건이 벌어지기도 한다. 덕분에 이 드라마를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흥미진진하면서도 짜증이 나고, 짜증이 나면서도 반전을 기대하면서 계속 보게 되었다.
<THE 8 SHOW>의 결말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직접 넷플릭스를 통해 확인할 수 있도록 하자. 우리는 이 드라마를 보면서 '만약 내가 위층이라면 절대 저렇게 하지 않을 거다.'라고 생각하겠지만,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있듯이 우리도 어떻게 될지 모른다. 경제력과 권력을 가진 사람들은 놀고먹으면서 유희를 즐기고 싶어 하니까.
로마의 콜로세움이 그랬고, <THE 8 SHOW>에서 참가자들을 초대한 부자들도 그랬고, 오늘날 사회에서 볼 수 있는 부와 권력을 세습한 이들의 모습이 그랬다. 철저히 인간적인 모습을 담으면서 비인간적인 모습을 적나라하게 잘 보여준 넷플릭스 드라마 <THE 8 SHOW>는 호불호가 나누어질 수 있어도 한 번은 볼만한 작품이었다.
만약 <THE 8 SHOW>를 재미없게 보았다면 경제력이 있을 뿐만 아니라 사회적 직위도 있는 사람일 가능성이 높고, <THE 8 SHOW>을 재미있게 보았다면 나처럼 매일 같이 빚에 허덕이면서 사는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우리 서민이 위로 올라가고 싶어도 올라가지 못하는 절망에 희망을 주는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위 사진에서 첨부한 카드 결제 예상 금액을 본다면 돈을 충분히 쓰고 사는 것 같지만, 위 사진에서 볼 수 있는 건 모두 빚이다. 어머니의 사업이 불황을 겪으면서 카드사에서 받을 수 있는 장기 대출과 현금 서비스를 모두 받은 탓에 오는 6월을 맞아 막대한 돈을 갚아야 하는 상황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만큼의 돈이 순환되지 않는다는 거다.
그래서 나는 개인 파산 신청을 염두에 두고 있다. 현실에서 우리는 <THE 8 SHOW> 같은 게임에 참여해 아무리 비인간적인 일을 당하더라도 절망 속에 한줄기 빛 같은 희망을 손에 넣을 수가 없다 보니, 그저 오늘 하루하루 일해서 번 돈으로 로또 복권과 즉석 복권 스피또 등을 구매하면서 아주 낮은 확률의 행운을 기대할 수밖에 없다.
부디, 부디, 제발, 오늘 구매한 로또 제1122회 복권이 1등에 당첨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니, 꼭 1등이 아니라 2등이어도 상관없다. 2등에 당첨이 된다면 적어도 내가 껴안은 빚은 모두 해결할 수 있으니까. 하, 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