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현준의 인문 건축 기행을 통해 읽은 루브르 박물관
나는 건축이나 부동산에 크게 관심을 갖고 있지 않지만, <톡파원 25시>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어느 지역의 건축물과 그 건축물에 담긴 역사를 공부하는 건 좋아하는 편이다. 그리고 과거 시사 교양 프로그램을 통해 만난 적이 있던 유현준 교수님의 건축 이야기는 유튜브 채널을 구독하고 꾸준히 시청할 정도로 매력적이었다.
그러다 유현준 교수님이 집필한 새 책 <유현준의 인문 건축 기행>을 알게 되었는데, 처음 책이 출간된다는 소식을 유튜브 채널을 통해 알렸을 때부터 구매해서 읽어보고 싶었다. 하지만 책 한 권의 가격이 비싼 데다가 읽을 책이 많이 쌓여 있다 보니 욕심을 부리지는 않았다. 애초에 유튜브 채널만 보더라도 만족할 수 있었다.
그랬었는데 이번에 중고서점을 둘러보다 <유현준의 인문 건축 기행>을 본 이후 잠깐 망설이다가 책을 중고로 구매해서 읽어보기로 했다. 책은 무려 485페이지로 구성되어 있을 정도로 분량이 방대했고, 카테고리는 크게 유럽과 북아메리카와 아시아 세 개로 나누어서 나라별로 흥미로운 건축가와 건축물을 소개하고 있다.
이 책은 한 번에 읽으려는 욕심을 부리기보다 매일 조금씩 책을 읽어 보면서 지적인 호기심을 채우는 데에 매력적인 책이라고 생각한다. 보통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모두 저마다 '유달리 좋아하는 책'이 있기 마련이다. 나 같은 경우에는 만화와 라이트 노벨을 좋아하는 편이라 무거운 책을 읽는 일은 한 달에 한두 번 정도에 불과했다.
무거운 책도 그냥 재미없는 책이 아니라 내가 '관심 있는 책'에 한해서 읽고 있는데, <유현준의 인문 건축 기행>은 그렇게 관심 있는 책에 해당하는 책이었다. 유현준 교수님의 유튜브 영상을 통해서 보았던 건축가의 이름과 건축물을 사진과 글로 읽어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개인적으로 지금 시점에서 흥미로웠던 건 루브르 박물관이다.
프랑스의 루브르 박물관은 프랑스 건축가가 세운 게 아니라 '이오밍 페이, 줄여서 I.M. 페이'라는 이름의 중국계 미국인 건축가가 지은 건물이었다. 그는 루브르 박물관의 증축 공모전에서 '유리로 만들어진 피라미드 계획안'을 제출하여 당선이 되었고, 이집트의 상징인 피라미드를 세우는 것에 반대 의견이 있어도 모두를 인정하게 했다.
아마 건축물이나 세계사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루브르 박물관'이라는 이름은 알고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루브르 박물관은 <톡파원 25시> 같은 시사 교양 프로그램을 통해 자주 볼 수 있는 건물인데, 사실 박물관의 역사에 대해 자주 들었어도 잘 모르는 게 루브르 박물관이었다. 루브르 박물관의 피라미드는 무엇을 상징하고 있을까?
<유현준의 인문 건축 기행>을 읽어 본다면 페이가 세운 피라미드는 눈으로 보이는 크고 작은 유리 피라미드 두 개만이 아니라 지하에 작은 피라미드가 한 개 더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 피라미드의 의미는 다음과 같다.
이 음의 유리 피라미드에서 또 하나 흥미로운 것은 거꾸로 만들어진 피라미드 아래에 돌로 만들어진 양각의 작은 피라미드가 놓여 있다는 점이다. 이 두 피라미드는 꼭짓점이 닿을 듯 말 듯하게 배치되어 있다. 크기로 치면 '유리로 만든 양의 피라미드'가 제일 크고, 그다음이 '유리로 만든 음의 피라미드', 가장 작은 것이 '돌로 만든 양의 피라미드'다. '음의 피라미드'의 투명한 유리와는 대조적으로 작은 '양의 피라미드'는 묵직하고 불투명한 돌로 만들어져 있다. 이 작은 '피라미드'를 왜 이렇게 놓았을까? 호기심을 유발하는 흥미로운 배치다. 아마도 계속해서 진행되는 음양의 순환을 보여 주기 위해서가 아닐까 추리해 본다. (본문 61)
정확한 의미는 알 수 없지만 음양의 순환을 보여주기 위한 목적으로 보인다는 것이 유현준 교수님의 추측이었다. 이렇듯 우리는 책을 통해서 우리가 시사 교양 프로그램이나 여행 프로그램을 통해 종종 보더라도 내력을 알지 못하는 여러 건축물의 역사와 건축가의 이야기를 꼬리에 꼬리를 무는 형태로 읽어볼 수 있어서 무척 재밌었다.
자세한 건 직접 <유현준의 인문 건축 기행>을 읽어보도록 하자. 만약 책이 부담스럽다면 유튜브에서 '셜록현준'을 검색해서 유현준 교수님의 유튜브 영상을 시청하는 걸 추천하고 싶다. 책은 아침저녁으로 곁에 두고 30분씩 소주제 한 장씩 읽어보는 데에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책을 읽으면서 지적 호기심을 채우는 시간이 좋았다.
역시 사람은 공자의 말대로 배우고 때때로 익히면 즐거운 법이다.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