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중고상점이 전하는 선한 거짓말
내가 소설을 즐겨 읽기 시작한 건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과 <셜록홈스> 두 시리즈가 계기이다 보니 판타지와 미스터리는 제법 좋아하는 편이다. 하지만 미스터리 소설 중에서도 너무 이야기가 무거운 건 썩 내 취향이 아니었는데, 오늘 읽은 <수상한 중고상점>이라는 이름의 소설이 그리는 미스터리는 아주 내 취향에 알맞았다.
소설 <수상한 중고상점>이 우리 독자에게 들려주는 미스터리는 어떤 중대 범죄자를 잡기 위한 가가와 형사의 노력을 엿볼 수 있는 미스터리가 아니다. 이 책은 작품의 제목 그대로 '중고 상점'을 찾아온 중고 물품과 관련된 사람들의 비밀을 그리고 있다. '중고 물품'이라고 한다면 이름부터 사연이 많아 보이는 느낌이라 딱 어울렸다.
하지만 <수상한 중고상점>은 중고 물품에 얽힌 사람들의 사연은 자신이 알지 못했던 추억이 깃들어 있는 것을 주인공이 밝히는 이야기가 아니다. 확실히 중고 물품에 얽힌 애틋한 이야기도 읽어볼 수 있었지만, 대체로 중고 물품에 얽힌 밝히고 싶지 않은 비밀을 알게 된 주인공 히구라시가 선의의 거짓말로 덮는 이야기가 그려졌다.
책은 봄, 여름, 가을, 겨울 총 네 개의 장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모두 이야기가 이어지는 게 아니라 다른 사연을 다루고 있다. 나는 <수상한 중고상점>을 스마트 도서관 김해 이마트점에서 그냥 작품의 제목에 이끌려서 대출을 한 것에 불과했기 때문에 이 작품이 미스터리 소설이라는 건 첫 장 '봄, 까치로 만든 다리'를 읽으면서 알 수 있었다.
첫 장 '봄, 까치로 만든 다리'는 새 청동상과 얽힌 사람들의 이야기가 그려졌는데, 새 청동상이 품고 있는 사연은 그렇게 좋은 이야기는 아니었다. 하지만 진실을 알게 된 히구라시는 그것을 굳이 밝힐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 모두가 상처받지 않는 결말로 사건을 매듭짓는다. 여기에는 히구라시와 함께 일하는 동업자 가사사기의 역할이 컸다.
가사사기 중고상점의 사장인 가사사기는 마치 추리를 할 수 있다는 듯이 앞으로 나서서 사건의 진상을 추리하지만, 가사사기의 추리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헛다리를 짚었다. 하지만 히구라시는 가사사기의 엉터리 추리에 맞춰 사건을 위조해 상처받는 사람이 없도록 선의의 거짓말, 역자가 말하는 하얀 거짓말을 통해 사건의 진상을 덮는다.
처음에는 가사사기의 분별없는 행동에 살짝 눈살이 찌푸려지기도 했지만, 그런 가사사기이기 때문에 히구라시의 행동이 더 의미 있게 다가왔다고 생각한다. 항상 진실을 밝히는 게 아니라 때로는 선의의 거짓말이 누군가에게는 위로가 될 뿐만 아니라 작은 희망이 될 수 있다는 걸 책을 통해 읽어볼 수 있었다. 히구라시는 참 좋은 사람이었다.
자세한 건 직접 소설 <수상한 중고상점>을 읽어볼 수 있도록 하자. 평소 미스터리 장르를 좋아해도 무거운 사건이 아니라 우리 일상 속에서 접할 수 있을 듯한 사연이 담긴 사람들의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이 책은 대단히 매력적인 책이 될 것이다. 역시 사람의 마음이 담긴 이야기는 불현듯 우리에게 다가와 위로가 되어주는 법이었다.
개인적으로 <수상한 중고상점>을 읽으면서 항상 가사사기에게 맞추고 있던 나미는 어쩌면 히구라시가 하는 일을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괜히 웃음이 지어지기도 했다. 어쩌면 이것도 나미가 가사사기와 히구라시 두 사람을 위해 한 선의의 거짓말일지도 모른다. 이 판단은 히구라시와 독자의 몫이겠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