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학교와 교육

피해자 원성 때문에 가해자의 꿈도 무너져? 장난하나

노지 2021. 2. 16.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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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한국 배구계에서 일어난 학교 폭력 사건이 다시 한번 한국 체육계의 고질병인 폭력 사건을 집중 조명하고 있다. 매번 이러한 폭력 사건은 문제가 커지면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시정해야 한다."라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여전히 관행으로 자리 잡고 있는 이러한 잘못된 관습은 좀처럼 고쳐지지 못하고 있다는 게 한국의 현실이다.

 

 한국의 체육은 모두 알다시피 전형적으로 엘리트 전형으로 이루어져 있다. 체육계 대학을 노리거나 프로를 노리는 사람들은 어릴 때부터 모든 과정을 체육 중심으로 받는다. 학교 공부와 인성 공부보다는 일단 대회에 나가서 자신이 속한 종목에서 좋은 실적을 거두는 것이 최우선이기 때문에 교육 당국과 체육 당국은 결과에 연연한다.

 

 그렇다 보니 좋은 결과를 만들기 위해서 그 나이 때 받아야 하는 제대로 된 교육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공부를 못해도 운동만 잘해서 괜찮은 게 아니다. 공부를 못하더라도 최소한 사람으로서 가져야 할 바른 인성과 생각을 가지지 못한다면 그건 절대 옳지 못하다. 그런데 한국 사회에서는 이런 문제를 지적하면 "너나 잘해."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그래서 한국의 체육계가 지닌 고질병인 폭력 문제는 좀처럼 고쳐지지 못한다. 아니, 못하는 게 아니라 아예 고치려는 의지 자체가 없다. 현재 체육계의 높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사람들도 모두 같은 과정을 거쳤기 때문에 무엇이 잘못되었고, 무엇이 문제인지 정확히 알지 못하는 거다. 그걸 모르니까 매번 사태 수습에만 급급해 하고 있다.

 

 어쩌다가 논란이 되면 일부 논란이 된 선수들의 자격 정지 혹은 박탈로 사건을 마무리한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사람들 사이에서 관심이 멀어지면 슬그머니 논란이 된 선수들이 연맹 소속 위원으로 복귀를 하거나 코치 등의 활동을 하면서 사건의 피해자를 비웃기라고 하듯이 잘 살아간다. 그게 오늘날 한국의 체육계가 보여주는 모습이다.

 

 

 이것은 비단 체육계의 문제만 아니다. 한국 사회의 전반적인 부분이 그렇다. 공부만 잘 하면 된다, 결과만 좋으면 된다는 인식이 팽배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학교 폭력 같은 문제가 발생했을 때 피해자가 어리숙한 것을 탓하며 가해자는 잠깐의 일탈로 실수했다고 평가한다. 물론, 학생들에게 다시 기회를 주는 것은 나도 반대하지 않는다.

 

 문제는 다시 기회를 주기 전에 먼저 제대로 '무엇을 잘못했으며, 그것이 왜 잘못인지' 마땅히 가르쳐주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학교 폭력을 여전히 '친구들 간의 장난'으로 치부하는 어른들이 있으며, 자신의 자식이 학교 폭력을 저질렀을 때 "사춘기이니까 그럴 수도 있지!"라며 감싸는 어른들이 무엇보다 가장 큰 걸림돌이다.

 

 오죽하면 이번 배구계에서 터진 폭력 사건을 두고 모 인터넷 기사에서 '가해자의 꿈도 산산조각'이라고 헤드라인을 뽑으면서 피해자가 아니라 가해자를 걱정하겠는가. 가해자가 쌓아온 업적이 아무리 중요하다고 해도, 그 업적이 정당하지 못한 방법으로 누군가의 꿈을 짓밟으면서 이루어진 것이라면 그것은 재평가받아야만 마땅하다.

 

 가해가만 아니라 피해자 또한 같은 꿈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입장이 달랐다면 피해자 또한 가해자와 똑같은 행동을 했을지도 모른다. 모든 것은 경우의 문제이자 확률의 문제라고 말할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체육계에서 관행으로 여겨지고 있는 폭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엘리트 교육 방침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이제는 엘리트 체육이 아니라 생활 체육으로 방향을 수정해야 한다. 초·중·고등학교 시절부터 체육에 몸 담는 체육계 아이들이 학교 시험에서 최소한의 시험 성적을 거둘 수 있도록 하고, 운동에 투자하는 시간의 3할은 인성 교육과 함께 또래 아이들과 제대로 어울리는 시간을 주면서 '한 사람의 바른 인간'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만 한국 체육계에서 빈번하게 일어나는 폭력 사건과 성추행 사건 같은 불미스러운 일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비단 체육계만 아니라 교육의 전반적인 문제이기도 하며, 한국 정치와 사회가 앞으로 바라보고 실천해야 할 문제이기도 하다. 과연 한국은 결과 지상주의에서 벗어나 사람에 집중할 수 있을까?

 

 솔직히 말해 이 글을 쓰는 나도 그렇게 되는 데에는 시간이 걸릴 뿐만 아니라 전망이 어두울 것 같아 답답하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지 의견이 궁금하다. 당신은 한국이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아니면 바뀔 수 없다고 생각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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