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다음 PC 홈 화면 개편에 부정적인 이유
가독성은 떨어지고, 모바일 유저와 PC 유저를 오해한 다음 PC 홈 화면 개편
얼마 전에 다음 PC 홈 화면이 바뀌었다. 카카오 측은 조금 더 모바일에 최적화하고, 이용자의 수요를 맞춘 변화라고 말한다. 하지만 2009년부터 다음 티스토리 블로그를 통해 꾸준히 이용한 사용자인 내가 보기에는 과연 이것을 이용자의 수요를 제대로 반영하여 개편한 것인지 의심스럽다.
현재 국내 포털 사이트 점유율은 네이버가 압도적으로 앞서고 있다. 과거에는 다음과 네이버 두 포털 사이트가 반반 정도에 해당했다면, 지금은 좋게 말해도 6:4 혹은 7:3 정도의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네이버에 압도적으로 많은 사람이 모이는 이유는 역시 가독성과 검색의 편리성이 아닐까?
다음은 포털 사이트 점유 시장에서 뒤처지는 걸 극복하기 위해서 다양한 시도를 했다. 'PC 메인 화면'은 몇 번이나 고치기도 했고, 모바일 메인 화면도 몇 번이나 바꾸면서 변화를 시도했다. 카카오와 합병한 이유 또한 빠르게 변화하는 모바일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선택이었다.
하지만 번번이 유저들의 실망감만 안기면서 깊은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카카오 합병 이후 점차 바뀐 블로그 카테고리를 비롯하여 서비스 종료와 새로운 서비스 오픈은 '도대체 왜 하는 거야?' 이라는 불만을 품을 수밖에 없게 했다. 일절 유저와 소통 없이 하는 모습이 아쉬웠다.
이번 다음 PC 메인 화면 변경에 많은 유저가 실망한 기색을 드러내고 있다. 마치 PC 메인 화면을 모바일로 바꿔놓은 것 같다. 한눈에 보면 가독성이 좋아졌다고 말하기보다 복잡해져서 가독성이 오히려 떨어졌다고 생각한다. 메인 뉴스 톱 화면은 그렇다고 쳐도, 그 아래 화면 구성이 최악이다.
카카오가 다음 TV팟을 없애고 시작한 카카오TV가 나와 있지만, 이것은 어디까지 모바일로 접속하는 사람들이 보는 스낵형 콘텐츠에 불과하다. 더욱이 그 옆에 있는 멜론은 지난번에 인수한 이후 큰 소식이 없었던 콘텐츠다. 다시 이 두 개에 투자하여 조금 더 살려보겠다는 그런 뜻인 걸까?
카카오 TV와 멜론 카테고리 아래에는 카카오스토리, 티스토리, 브런치, 1boon, 스토리펀딩 등의 카테고리가 있다. 어떻게 보면 뉴스 카테고리를 제외하면, 가장 많은 유저가 PC 화면을 통해 읽을 수 있는 콘텐츠를 상당히 협소한 공간에서 그것도 각각 4개씩의 콘텐츠만 노출되게 해두었다.
화면을 켜놓고 있으면 카카오스토리에서 티스토리, 브런치, 1boon 카테고리 순으로 빠르게 돌아가는 걸 알 수 있었다. 이렇게 콘텐츠 관심에 대한 순환율을 높이려는 의도는 알 수 있었지만, 전문적인 콘텐츠로 꼽히는 티스토리가 모바일 스낵 콘텐츠에 밀린 데다가 노출 수가 적다는 게 아쉽다.
다음이 네이버 이상으로 큰 가치 평가를 받았던 건 과거 다음 블로그 뉴스 시스템, 다음 뷰 시스템을 통한 좋은 콘텐츠의 발행이었다. 아무리 블로그 시장에 대한 투자가 줄어들었다고 해도 아직 많은 유저가 블로그 콘텐츠를 검색하거나 관심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지금 상황은 너무나 개차반이다.
카카오가 따라 하는(부정할지도 모르지만) 네이버 PC 홈 화면만 보더라도 제일 상단에 메일, 카페, 블로그, 지식인 등의 순으로 자사가 중심으로 하는 콘텐츠 메뉴가 있다. 그 아래에는 뉴스 스탠드를 배치하였고, 그 아래에는 주제별로 포털을 방문자가 쉽게 원하는 카테고리에 접근할 수 있게 되어있다.
그리고 그 카테고리에 접속하면 보이는 화면 또한 너무나 차이가 난다. 네이버의 경우 블로그 홈으로 진입하면 블로그의 다양한 카테고리 글과 주제를 한눈에 볼 수 있다. 그러다 다음 화면의 경우 브런치, 티스토리, 다음 블로그 등의 카테고리가 섞인 데다가 좋은 콘텐츠 노출이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모습을 볼 때마다 과거 블로그 뉴스 시스템이나 다음뷰 시스템이 그리워질 수밖에 없다. 아마도 여기에는 내가 알지 못하는 자본의 논리가 있을 것이다. 콘텐츠 시장의 돈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한낱 소박한 블로거에 불과한 나는 알 도리가 없다.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이렇게 글을 쓰는 것뿐이니까.
모방하려고 한다면 좀 제대로 모방을 했으면 좋았을 텐데, 모방하면서 색을 다르게 입히려다가 오히려 아무것도 안 남은 것 같다. 모바일 메뉴를 PC 홈 화면으로 가져와서 더 많은 콘텐츠가 소비될 수 있다고 예측한 것 같지만, 모바일 주제 카테고리 또한 가독성이 좋지 않은 곳에 있었다.
그 아래에는 '오늘의 포토'가 떡 하니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데 도대체 어떤 의도인지 알 수 없다. 홈 화면의 가독성은 떨어지고, 더 많은 고정적인 방문자를 확보할 수 있는 콘텐츠를 뒤로 밀렸다. 완벽하게 다음의 색을 지우고 카카오의 색을 입히고 싶어 하는 듯한데, 지금 상태로는 죽도 밥도 안 된 것 같다.
내가 지나치게 부정적으로 보는 건지도 모른다. 하지만 가독성을 신경 쓰면서 여러 사이트를 보고 고민한 초보가 보기에도 이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광고를 통해 돈을 벌 수 있는 스낵 콘텐츠와 가식 거리는 위로 올리고, 잠재력이 있는 콘텐츠는 아래로 내려버린 건 과연 잘한 선택일까?
이미 저질러버린 일이니 어쩔 수가 없다. 이미 예전으로 되돌리기는 어렵다. 지금이라도 몇 카테고리 수정을 통해서 위치를 재배열하고, 홈 화면을 부분적으로 수정하기를 기대해본다. 다음의 절대적으로 콘텐츠에 힘을 실어줬던 아고라, 블로그 등의 홀대와 몰락은 앞으로 카카오의 미래가 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