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학교와 교육

아이들 꿈이 하느님보다 위대한 건물주라네요.

노지 2016. 3. 2.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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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이 뭐니?'라는 질문에 '하느님보다 위대한 건물주가 되는 거예요.'라고 대답합니다.


 대학 복학을 준비하면서 어머니와 가장 많이 상의한 문제가 '원룸을 얻어서 부산에서 다닐 것인가, 긴 시간을 오가는 통학을 할 것인가'는 문제였다. 통학을 하더라도 월 25만 원에 가까운 비용이 교통비로 사용해야 하고, 원룸을 얻어서 생활해도 월 35만 원에 가까운 비용이 추가로 발생했다.


 이래저래 따져 보더라도 그냥 몸이 조금 더 고생하고, 절약할 수 있는 교통비 25만 원을 선택하기로 하면서 김해에서 부산까지 통학하기로 했다. 월세 35만 원을 낼 수 있다고 해도 임대를 하게 되면 추가로 들어가는 비용이 발생하고, 보증금도 커서 오히려 그게 더 부담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대학 개강을 앞두고 잘 곳을 찾아 떠도는 대학생들의 이야기를 뉴스를 통해서 보았다. 그 뉴스를 보면서 많은 사람이 '역시 다른 사람에게 임대할 수 있는 건물이 있으면, 조금 편하게 먹고살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건물주는 언제가 갑이고, 빌려야 하는 우리는 언제나 을이다.


 대학가만 아니라 직장 생활을 하는 직장인도 마찬가지고, 결혼 생활을 하는 부부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모두 두 발 쭉 펴고 잘 곳이 없어 늘 초조하다. 이런 상황에서 건물을 가진 건물주가 자연스럽게 '이상적인 직업'으로 여겨지는 일은 어쩔 수 없는 일인 것 같다. 우리는 이를 부정할 수가 없다.


하느님보다 더 위대한 건물주, ⓒjtbc 뉴스


 요즘 아이들의 장래희망은 우리가 오래전에 꾸었던 것처럼 상상력에서 나오지 않는다. 아이들의 꿈은 영향을 받기 쉬운 텔레비전, 인터넷, 그리고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부모님의 모습에서 꿈이 만들어지게 된다. 쉽게 말하자면, 어른들의 꿈으로 포장한 욕심을 아이들은 '꿈'이라고 말한다.


 공무원이 아이들의 장래희망 순위에서 1순위를 차지하는 이유는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고, 연금을 받기 때문이라고 한다. 아이들이 벌써 연금을 말하는 것부터가 마냥 웃을 수 없는 일인데, 아이들이 말하는 장래희망 2순위가 건물주라는 사실을 뉴스를 통해 보았을 때 나는 탄식이 저절로 나왔다.


 건물주가 되고 싶은 이유로 어떤 아이는 "하느님보다 더 위대한 건물주님이기 때문이다."이라는 이유를 말했다. 참, 저절로 쓴웃음이 지어지는 현실적인 대답이라 우리는 가슴이 아프다. 실제로 초등학생들 사이에서는 임대 아파트 아이들 차별[각주:1]하는 일이 많아 이런 경향을 부추긴 것이 아닌가 싶다.


 임대 아파트[각주:2]와 그렇지 않은 아파트 간의 차별. 어른들이 만든 편견과 차별 속에서 아이들은 마음이 다치는 경쟁으로 내몰리고, 그렇게 건물주를 하느님보다 더 위대하게 말하며 꿈으로 건물주가 되는 것을 바란다. 도대체 우리는 이 일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우리 아이들을 볼 낯이 없다고 생각한다.


경쟁에 내몰려 분노에 찬 아이들, ⓒ비정상회담


 지난 월요일에 방송된 <비정상회담>에는 게스트로 배우 권오중 씨가 출연했다. 권오중 씨는 '아이를 외국에서 아이를 키우고 싶은 나, 비정상인가요?'를 안건으로 이야기했는데, 다른 비정상회담 출연진의 이야기와 함께 권오중 씨가 말한 우리나라에서 자라는 아이들의 이야기가 크게 공감이 갔다.


 권오중 씨는 우리 사회에서 볼 수 있는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지나치게 경쟁에 내몰려 마치 화가 쌓여있는 것 같다고 말했는데, 자기 아들도 왕따와 학교 폭력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는 애들 키우다가 이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을 때가 바로 큰 사고가 났을 때라고 한다.


 한국은 사고만 터지면, 언제나 책임회피를 하느라 피해자에 대한 보상과 대책은 뒷전이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그는 선진국에서 살고 싶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아마 글을 읽는 우리도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어른들의 책임 회피는 사회만 아니라 교육에도 깊숙이 들어와 있다.


 학교 폭력을 당해도 많은 선생님이 장난치다 보면 그럴 수도 있다고 말하고, 가해 학생과 부모는 피해 학생에게도 부족한 부분이 있어서 맞았다고 말한다. 제 자식이 귀하면, 다른 집 자식도 귀한 줄 알아야 하는데 '경쟁'이 모든 것을 차지하는 교육 사회에서는 존중과 배려가 사라졌기 때문이 아닐까.


임대 차별하는 아이들, ⓒjtbc


 꿈을 잃어버린 아이, 이민을 꿈꾸는 청년, 아이를 해외에서 기르고 싶은 부모. 다른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의 이야기다. 이런 모습이 우리 사회에서 아주 흔한 사례가 되어버린 이유는 경쟁과 차별이 만연하는 한국에서 살아가는 데에 지쳤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오늘 당신은 어떤가?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산전수전을 다 겪는다. 부모님이 맞벌이하느라 서로 아이와 부모 사이에서 소통하는 시간도 줄었고, 부모는 아이를 자신의 욕심대로 하려고 해서 갈등이 빈번하다. 아이들은 지옥 같은 그곳에서 탈출하거나 화를 풀기 위해서 엇나간 행동을 하고, 엉망진창으로 망가진다.


 어른들이 만들었던 차별과 경쟁은 아이들의 세상 속에도 그대로 있다. 어른들이 보여주는 추잡한 행동도 아이들의 사회에도 그대로 있다. 아무렇지도 않게 차별을 하고, 성추행과 각종 범죄를 장난으로 여기는 아이들이 성인이 되어서 또 그것을 반복한다. 건대 OT 사건, 인턴 왕따 자살 사건….


 이미 우리 사회에서는 그렇게 절망으로 무너져 엇나간 사람들의 모습이 당연한 시대가 되었다. 일본에서 사토리 세대로 불리는 욕구가 사라진 시대로 접어들면서 마약과 폭력이 급속도로 번지고, 아직도 교육부와 정부는 역사 교과서를 가지고 장난치거나 예산으로 골프를 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나라에서 꿈을 공무원, 건물주라고 말하지 않는 게 이상하다. 돈 잘 벌고, 살기 편한 삶을 추구하지 않는 게 이상하다. 극심한 취업난과 불안정한 고용과 낮은 소득으로 시민들이 고생해도 대통령이라는 사람은 해고가 쉬운 비정규직 확대를 좋은 노동 개혁이라 말하고 있으니 어찌 책상을 내려치지 않을 수 있을까.


 이 슬픈 시대의 20대로 살아가는 나는 지금 이 사회를 정면으로 부딪치고 있다. 일주일에 한 번은 '너도 공무원 시험공부 해라'는 말을 듣고, '졸업해도 취업 못할 텐데.'라며 혀를 차는 말을 듣는다. 그래서 더 악으로 많은 20대가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고, 어릴 때부터 공무원이 꿈이 되는 건지도 모르겠다.


 먹고사는 걱정에서 남에게 어떻게 보일지 경쟁하는 한국. 지나친 경쟁 속에서 우리는 나를 잃어버렸다. 아이들 또한 나를 잃어버렸다. 우리가 꾸는 꿈은 경쟁에서 뒤처지니 않는 공무원과 건물주다. 땅덩어리는 좁고, 자본은 재벌이 80%를 차지하고 있는 데다 남은 20%도 가지려고 안달인 나라이니까.


 하느님보다 위대한 건물주. 우리 어른의 무거운 삶이 아이들의 삶에 그대로 이어져 꿈이 되어버린 것 같아 착잡하다. 어느 누가 '돈도 잘 벌고, 살기 편한 건물주가 되고 싶어요.'라고 말하는 아이를 나무랄 수 있겠는가. 우리 어른은 시민을 위한 정치를 물러주지 못한 자신을 탓할 수밖에 없다….



  1. SBS 카드뉴스 임대 아파트 산다고 따똘림, '휴거' 쓸쓸한 신조어 : http://goo.gl/tgTSdc [본문으로]
  2. 남보다 조금 더 있다고 갑질하는 어른에게 물드는 아이들 : http://nohji.com/2723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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