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줄어드는 카카오의 블로그 카테고리
티스토리 블로그를 버리지 않는다고 했던 그 말, 전 아직 기억하고 있어요.
처음 내가 블로그를 본격적으로 운영하기 시작했던 2009년도는 '다음뷰'라는 카테고리가 있었다. 블로그에 발행하는 글을 다음에서 만들어 놓은 블로그 뉴스 시스템 '다음뷰'에 송고하고, '베스트'글로 선정이 되면 메인 다음 PC 화면 메인 노출과 함께 다음뷰 페이지에서 노출되었다.
다음뷰 시스템과 함께 PC 화면과 모바일 화면에서 제법 눈에 띄는 위치에 자리한 블로그 카테고리는 메인에 걸리는 블로거에게 아주 많은 트랙픽을 주었다. 블로거는 일반 인터넷 신문과 마찬가지로 트랙픽이 먹여 살려준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트랙픽 확보가 필수적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다음뷰가 없어진다는 공지사항이 떴을 때, 많은 블로거가 '헐? 앞으로 어떻게 되는 거야?'이라며 많은 걱정을 했다. 비록 다음뷰는 우왕좌왕하는 사이에 사라져버렸지만, 여전히 다음 PC 메인화면과 모바일 메인에서 블로그 카테고리는 존재했기에 좋은 글을 쓰는 사람은 자주 글이 걸렸다.
나의 첫 베스트 글, ⓒ노지
그런데 다음이 카카오와 합병을 하고, 다음 카카오에서 본격적으로 카카오로 바뀌면서 다음 메인 화면과 모바일 화면에서도 대폭적인 수정이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블로그 카테고리는 점점 PC 메인화면에서 아래로 밀렸고, 모바일 화면에서는 한참 뒤로 자리가 밀린 것이다.
구석이 있더라도 메인에 걸리면 어느 정도 글이 노출되고, 트랙픽이 늘어나는 모습을 보여주었기에 안도와 아쉬움이 섞인 반응이 자주 나왔다. 하지만 그렇게 못내 아쉬운 웃음이 지어지고 있을 때, 또 한 번 카카오 다음 모바일 화면이 수정되면서 '블로그 카테고리'는 자취를 감춰버렸다.
아예 사라지지는 않았다. 이전과 마찬가지로 '라이프' 카테고리에서 한 번 더 슬라이드를 하면, 블로그 글 4개가 노출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개편 전과 달리 사진을 이용하는 블로그 글 딱 '4개' 만 노출이 되고, PC 메인 화면 블로그 카테고리 글이 전부 노출이 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블로그 카테고리가 있었던 모바일 화면, ⓒ노지
작년 구글 코리아 사무실에서 있었던 간담회를 할 때, 많은 사람이 카카오에서 티스토리 블로그를 담당하는 분께 "티스토리 포기합니까? 블로그 사업 접나요?" 등의 걱정 섞인 질문을 했다. 담당자분께서는 "절대 접지 않습니다."고 확답을 주셨는데, 지금 이런 모습을 보면 다시 의문이 든다.
매년 다음 측에서 선택했던 올해의 우수 블로거는 현재 투표 형식으로 바뀌었고, PC 메인 화면과 함께 모바일 메인 화면에서 '블로그' 카테고리는 점점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절대 접지 않는다고 말했지만, 이렇게 서서히 블로그가 가진 힘을 약화하는 것은 걱정될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은가?
블로그는 한때 다음을 지탱한 커다란 기둥 중 하나다. 블로그 뉴스 시절부터 시작해서(나는 그때 운영하지 않았지만) 다음뷰까지 좋은 글을 쓰는 많은 블로거가 발굴되었다. 자유롭게 꾸밀 수 있는 티스토리 블로그는 국내의 절대적 포털 네이버에 대항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무기였다고 생각한다.
영향력이 컸던 블로그, ⓒ노지
그런데 지금은 너무 블로그를 운영하는 사람의 힘을 다 빼고 있다. 단순히 글을 쓰는 게 좋아서 글을 쓴다고 하지만, 기존부터 지원하는 그 모습이 퇴색되어가는 현재에 많은 사람이 실망하고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도대체 왜 이렇게 블로거의 영향력을 줄이는 개편을 하는 걸까?
아마 거기에는 한낱 개인 블로거에 불과한 내가 알지 못하는 기업의 중요한 사안이 있을 것이다. 어쨌든, 회사는 수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개선할 수밖에 없으니 '이제 더는 끌어낼 잠재력이 없다.'는 평가를 블로그 시장에 했다면, 솔직히 할 말이 없다. 나는 카카오의 경영진도, 직원도 아니니까.
이전에도 블로그 카테고리가 자취를 감춘 때가 있었는데, 그때는 많은 블로거가 항의하면서 다음 PC 화면과 모바일 화면에서 블로그 카테고리는 다시 복구되었다. 지금 PC 화면에 아래에 자리 잡고 있는 블로그 카테고리는 언제까지 저 자리를 지킬 수 있을까? 심히 걱정된다. 정말로!
|
나는 카카오가 멜론을 인수할 때, 혹시 모르는 기대를 하기도 했다. 아프리카TV가 인기 BJ를 지원하는 것처럼, 블로그에 새로운 투자가 이루어질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했다. 우수한 몇 명의 블로그를 선발하여 운영을 지원해주거나 활동할 수 있는 분야를 넓혀주는 그런 모습을 말이다.
하지만 그것은 나의 지나친 욕심인 것 같다. 지금 상태는 PC 메인 화면에서 볼 수 있는 블로그 카테고리가 없어지지 않는 것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모바일 화면에서는 뒤로 밀리다 못 해서 이제는 어떤 게 블로그 글인지 알 수도 없게 되었고, 노출되는 양도 너무나 적어졌다.
네이버를 따라서 개편을 하고, 네이버를 따라잡으려는 시도는 좋다. 하지만 다음이 가진 고유 콘텐츠의 힘을 잃어버리는 개편은 과연 앞으로 얼마나 미래에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작은 블로그를 운영하는 내가 이런 말을 하는 게 웃기지만, 오랫동안 티스토리에서 블로그를 운영한 블로거로써 불만은 표하고 싶었다.
나는 블로그를 통해서 상당히 많은 혜택을 받은 사람 중 한 명이다. 블로그를 통해서 글쓰기에 재미를 두었고, 책을 읽고 소개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평소 내가 가진 사회와 정치 문제를 보는 시각을 적으며, 다른 블로거도 만나며 비로소 진짜 사람을 알게 되었다. 옛날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다음뷰 황금펜 선정과 티스토리 우수 블로거 선정, 다음뷰 대상 후보까지.)
카카오 다음 경영진과 운영팀이 시대의 변화에 따라가지 못해 도태된다고 판단했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블로그는 간단히 먹는 스낵 콘텐츠에 치우친 요즘 시대에서 다시금 주목받을 수 있는 항목이라고 난 생각한다. 부디 블로그에 대한 투자가 지금보다 더 적어지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