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하면 괴물이 되는 아빠가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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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을 '즐긴다고 믿는' 사람들이 읽어줬으면 한다


 나는 술과 담배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이 나이를 먹고도 술과 담배를 하지 않는다고 말하면 놀라는 사람이 반, 요즘은 그럴 수도 있다고 말하는 사람이 반이다. 내가 술과 담배를 싫어하는 이유는 술과 담배는 사람을 괴물로 만드는 요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술과 담배에는 ‘중독’이 있으니까.


 중독이란 정말 무서운 거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무언가에 빠져 그곳에서 헤어나지 못하게 하고, 주변 사람과 관계를 엉망진창으로 만들어버린다. 그중에서도 술과 담배는 중독성이 너무나 강하고, 술과 담배를 좋아하는 사람은 자연스레 도박 같은 일에 흘러들어 인생을 망쳐버릴 확률이 높은 편이다.


 누군가는 이런 사고를 편견이라고 말할 수 있지만, 나는 그 과정을 몸소 체험했기 때문에 누가 뭐라고 하더라도 절대 이 주장을 굽히고 싶지 않다. 직접 내가 술과 담배에 빠져 도박을 한 게 아니다. 지금은 완전히 남이 되어 연락을 끊고 지내며 어떻게 사는지도 모르는 한때 ‘아버지’라는 사람이 그랬다.


 내가 기억하는 아버지는 가족만 아니라 자신의 삶 전체에 무책임한 사람이었다. 술과 도박에 빠져 지내면서 빚을 지고도 갚지 않았고, 중학교 시절 때까지 우리 집에는 몇 번이나 압류 딱지가 붙었다. 이 모든 걸 해결하기 위해서 어머니는 뼈를 깎는 고통을 겪으셔야 했고, 나라는 놈은 너무 무기력했다.


 어머니께 “아빠랑 이제라도 이혼해야 한다!”라고 완강히 주장하지 않았다면, 별거하고도 내가 20대 중반이 넘어가는 시기에도 아버지가 지고 다닌 빚 청구서가 집에 도착하지 않았다면, 오늘의 평화로움은 없었을 것이다. 혼자서 조금씩 경제와 법을 공부하며 나는 그나마 제대로 주장할 수 있었다.


 가족과 함께 보낸 어린 시절이 이렇게 엉망진창인 기억으로 물들어 있다는 건 슬픈 일이다. 어른이 되어서도 이 슬픈 기억은 끝까지 트라우마가 되어 남는다. ‘가족 붕괴를 겪은 아이는 학교에서 학교 폭력을 당할 확률도 높다. 당연히 그 학교 폭력도 겪은 나는 차마 말로 다 하기 어려운 아픔이었다.


 이번에 <취하면 괴물이 되는 아빠가 싫다>라는 책을 읽었다. 이 책은 가족과 삶에 무책임한 가장이 어떻게 한 가족을 망가뜨리고, 가족을 망가뜨리는 것만 아니라 자식의 삶까지 망가뜨리는지 보여주고 있다. 일본에서 책이 나왔을 때 압도적인 반향을 일으켰다고 말할 정도로 놀라운 책이다.




 <취하면 괴물이 되는 아빠가 싫다>의 주인공은 나와 무척 닮았다고 생각해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이 너무나 복잡해졌다. 울고 싶은데 울지도 못하고, 화를 내고 싶은데 화를 내지도 못하고, 그저 가슴을 주먹으로 치면서 해결할 수 없는 답답함을 뻥 뚫을 수가 없었다.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지금 또한 그렇다.


 책에 등장하는 아버지는 처음부터 알코올 중독자 수준의 사람이 아니었다. 그저 친구들과 함께 술을 마시는 일을 좋아하면서도 확실히 출근해서 일을 하는 사람이었다. 겉으론 너무나 평범해 보이는 가정을 꾸려가는 가장이었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절대 좋은 아버지라고 말할 수가 없었다.


 아버지는 어린아이가 함께 있는 집에서 친구들을 데리고 와서 밤새 마작을 치며 술을 마시는 날이 잦았고, 술에 취해 돌아오는 날에 아이들 앞에서 보이는 주사는 ‘꼴불견’이라는 말로도 부족했다. 그런 일이 반복되면서 어머니는 목을 매고 죽어버렸다. 어머니를 잃어버린 아이들의 심정은 과연 어땠을까.


 처음 한 달은 아버지가 술을 끊고 지낸 덕분에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한 주인공이지만, 한 달이 되어갈 때쯤 아버지는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다. 당시 중학교 2학년인 주인공은 취한 아버지를 보며 ‘나는 가정을 지키고 싶은데, 아빠는 그런 거 전혀 생각하지 않는구나. 이게 부모가 자식에게 지을 표정이야?’라고 생각한다.


 너무나 심각한 아버지의 주사도 힘든데, 끼리끼리 모이는 사람들은 주인공을 더욱 힘들게 했다. 그 후 주인공은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일당은 그 날에 노느라 다 쓰는 엉망진창인 하루를 보냈다. 그러다 아르바이트를 하다 친해진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다 ‘엄마가 되고 싶다’고 말한 친구에게 부쩍 놀란다.


 주인공은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이 사람들은 얼마나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거야?

아니! 방금 그 생각은 이상해. 자손을 남기고 싶은 건 생물이면 당연하잖아. 친구한테 무슨 생각을 한 거야?

하지만 자신을 닮은 아이를 낳고 싶다니 나르시시스트야? 이렇게 불행한 세상에 아기를 낳다니 무책힘해. 사랑받으리란 보장도 없는데. 자기 중심적이야. 생각이 없어.’



 자신도 모르게 이런 생각을 하는 주인공은 자기 생각에 놀란다. 나는 이 부분을 읽으면서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했다. 나 또한 결혼하고 싶다고 말한 친구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 완전히 똑같이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도대체 지금, 이 상황에서 결혼해서 아이를 낳는다고? 생각이 있는 거야?’라고 말이다.


 이런 생각을 내가 먼저 한 이유는 자기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행복한 가정을, 평범히 지내는 가정을 제대로 경험해보지 못한 탓인지도 모른다. 학교 프로그램으로 일본에서 홈스테이를 할 때 만난 웃으며 지내는 가족을 만났을 때 마음 한쪽에서 느낀 어수선한 감정이 딱 그랬다.


 가까운 곳에 이렇게 평범한 가족이 있는데도 왜 우리 가족은 그러지 못했을까. 그렇게 생각해버리는 내가 또 싫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러한 감정을 느낄 때는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듣거나 오늘처럼 글을 쓴다. 그리고 사람들의 이야기를 빌려 내 이야기를 적으며 내 마음을 차곡차곡 정리한다.


 <취하면 괴물이 되는 아빠가 싫다>의 주인공은 자신이 그렇게 싫어하는 아버지와 비슷한 사람과 사귀게 된다. 주인공이 이렇게 무너져버린 이유는 도망칠 곳이 없는 주인공에게 사귀는 사람은 짧게라도 도망칠 수 있는 곳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주인공은 사귀는 방법을 잘 알지 못했다.


 주인공의 독백을 옮겨보면 다음과 같다.


지금까지 몇 명의 사람과 사귄 적은 있었다.

하지만 늘 금세 차였다.

‘사귄다는 건 뭘 하는 걸까? 용건도 없는데 전화를 하고 만나는 그러는 건가?’

사람들과의 거리감도 좋아하는 방법도 전혀 몰랐다.


 이 부분을 책으로 읽을 때는 뭐라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을 느꼈다. 나 또한 그렇기 때문이다. 애초에 나는 누군가를 좋아하는 방법을 알지 못하기 때문에 사귄 적이 없다. 애초에 누군가 를좋아한다는 감정을 제대로 알 수가 없었다. 가슴이 설렌 적은 있어도 어떻게 거리감을 좁혀야 할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그렇게 나는 누군가와 사귀는 일에 완전히 벽을 세운 이후 홀로 책을 읽으며 지내는 일을 더 선호하고 있다. 바깥으로는 애니메이션 미소녀 캐릭터를 좋아하는 덕후라고 말하지만, 사실 내 속에서는 사람을 대하는 방법을 모르는 거다. 사람과 사귀는 일이 서툴러서 더욱 가상의 캐릭터와 친구가 되어갔다.


 솔직히 지금도 나는 이게 별로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가끔은 남들처럼 연애도 해보고 싶다고 생각하면서도, 어차피 제대로 하지 못할 일이라 그냥 이대로 낫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짙다. 사람이란 본디 모험을 두려워한다고 말하지 않는가. 자기 자신조차 사랑하지 못하는 내게 그런 자격은 없었다.


 <취하면 괴물이 되는 아빠가 싫다>는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가 너무나 많았다. 그리고 책을 읽으면서 책의 띠지에 적힌 ‘술을 ‘즐긴다고 믿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읽어줬으면 한다.’는 말의 무게를 새삼스럽게 느낄 수 있었다. 술을 즐기면서 마신다는 건 오로지 자신의 착각에 불과하다는 걸 알았으면 한다.


 술은 사람을 너무나 쉽게 바꾸어버린다. 약주 한 두잔. 그 정도는 인정할 수 있다. 하지만 한 번이라도 의식을 잃을 정도로, 혹은 심각한 주사를 해버릴 정도로 술을 마신 적이 있다면 자신에게 ‘나는 즐기며 술을 마시는 게 아니야. 술이 나를 마시고 있는 거야.’라는 사실을 깨닫도록 해주는 일이 중요하다.



 술에 빠져 마지막까지 제대로 된 행복과 사랑을 주지 못한 한 아버지의 모습을 그린 <취하면 괴물이 되는 아빠가 싫다>. 책을 읽는 내내 읽을 수 있는 주인공의 심정이 너무나 안타까웠다. 그냥 주인공과 비슷한 시기를 보낸, 지금도 20대의 주인공과 똑같은 생각을 가진 20대의 내가 어찌할 수 없는 감정이었다.


 아직도 나는 삶의 여유를 가지는 일이 어렵다고 생각한다. 내가 오늘 하루 아무것도 하지 않고 보내는 날은 내가 그렇게 싫어한 아버지와 똑같이 산 날이라고 생각해 나 자신을 질책한다. 그리고 그런 일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매일 같이 플래너에 오늘 할 일과 해야 할 일 리스트를 적어 실천하고자 한다.


 그렇게 악착같이 열심히 살지 않으면 다른 누구보다 싫어한 자신의 인생에 무책임한 아버지처럼 될 것 같았다. 이런 일들이 새겨진 내 유전자와 환경을 물려줄 바에 혼자 사는 게 낫다고 생각했고, 누군가를 어떻게 좋아해야 할지도 알 수 없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오늘을 열심히 사는 일밖에 없었다.


 너무나 많은 생각을 하게 해준 <취하면 괴물이 되는 아빠가 싫다>. 술을 즐긴다고 믿고 있는 사람들에게, 부모가 될 준비를 하는 사람들에게, 결혼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나는 이 책을 다른 어떤 책보다 먼저 읽어보라고 말하고 싶다. 부모가 된다는 건, 결코 가볍게 해서는 안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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