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 한중일 세계사 2권으로 보는 19세기 동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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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태평 천국 운동은 어떻게 해서 일어난 걸까?


 살갗을 태우는 듯한 강렬한 햇빛에 저항하기 위해 선크림을 바르기도 하고, 시원한 에어컨이 틀어진 곳을 찾아 헤매는 여름이 되었다. 여름을 맞아 야외 활동을 즐기는 사람도 있겠지만, 야외 활동을 최대한 자제하며 실내 활동을 즐기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오늘 이 글을 읽는 당신은 전자와 후자 중 어느 쪽인가?


 오늘은 후자에 해당하는 사람을 위해서 실내에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데다, 역사 상식도 쌓을 수 있는 책 <본격 한중일 세계사 2권>을 소개하고자 한다. <본격 한중일 세계사> 시리즈는 한중일 세 나라의 역사를 만화로 쉽게 그리고 있다. 평소 한반도를 둘러싼 역사에 흥미가 있으면 더 재밌게 읽을 수 있다.


 <본격 한중일 세계사 2권>은 한중일 세 나라에 격동기가 찾아온 시기인 19세기를 무대로 하고 있다. 평소 한국의 역사만 아니라 중국과 일본의 역사에 흥미가 없더라도 학교에서 한 번쯤 들어본 기억이 있는 ‘아편 전쟁’ 이후에 청나라에서 일어난 ‘태평 천국 운동’을 한 편의 만화로 재미있게 그렸다.


 태평천국 운동. 분명히 고등학교 시절에 세계사를 배우면서 아편 전쟁에 패배한 중국 내부에서 부국강병을 위한 운동으로 나는 기억하고 있었다. 당시에는 ‘이런 운동이 있었다.’라는 걸 외웠을 뿐이라서 아편 전쟁이 중국 내부에 무슨 일을 일으켰는지, 태평천국 운동의 행방이 어떻게 되었는지 몰랐다.





 당시 태평천국 운동이 발발한 광서성은 한족 토박이와 외지에서 온 사람들이 부딪히며 갈등을 빚고 있었다. 이 두 세력의 싸움에 ‘천지회’라는 이름의 조직까지 가담해 혼란이 더해졌다. 당시 중국은 아편 무역과 전쟁 배상금 납부로 인해 은 부족 사태를 겪으면서 심각한 디플레이션이 경제를 강타했다.


 세금 1은원을 내기 위해서 쌀 한 가마를 팔면 되던 일이 쌀 두 가마를 팔아야 했고, 사업체들도 대출금 1은원을 갚기 위해 물건 100개를 팔면 되던 일이 200개를 팔아야 했다. 도무지 생활할 수 없는 사람들은 너도나도 할 것없이 광서성으로 모여들며 여러 출신의 사람들의 뒤섞여 혼란을 겪고 있었다.


 그러던 와중 권세양언(최초의 중국인 목사 양아발이 간행한 기독교 선교 팸플릿)을 읽은 홍인곤이 자신을 가리켜 예수님 동생이라 말하며 사람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홍인곤은 이름도 홍수전으로 개명한 이후 광서성에서 교세를 확장해나간다. 1만여 명의 훈련한 군사를 모아 관병을 격퇴하기도 한다.


 여기에 자신이 붙은 홍수전 세력에 그동안 세금에 힘겨워하던 사람들이 동참하며 더욱 세력을 키웠다. 마침내 홍수전 세력은 금전촌 전투에서 승리를 축하하며 ‘태평천국’이라는 이름으로 건국을 선언했다. 설마 태평천국 운동의 ‘태평천국’이라는 말이 예수의 동생을 자처한 인물의 반란이었을 줄이야.


 이 태평천국 운동을 통해 우리는 중국 내부에 싹을 틔운 기독교가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는지 알 수 있다. 아편 전쟁 패배 이후 몰락의 길을 걷던 청나라는 내부에서 일어난 내란을 제압하는 일도 쉽지 않았다. 그런데 중국이 기독교의 나라가 아닌 이유는 태평천국 운동이 마지막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난징과 베이징 등 우리가 이름은 알고 있는 지역을 집어삼키기 위해 세력을 확장한 태평천국은 반봉건주의를 바란 사람들의 바람을 져버렸다. 태평천국의 수장은 사실상 왕 노릇을 하고, 홍수전을 보좌하는 사람들은 귀족이 되어 청나라의 사람들보다 더한 사치를 누렸다. 당연히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



 <본격 한중일 세계사 2권>의 메인 사건은 태평천국 운동이지만, 이 운동이 일어나던 당시의 조선과 일본의 모습도 엿볼 수 있다. 당시 일본은 쇄국 정책을 펼치고 있었다. 하지만 중국이 영국과 벌인 아편 전쟁에서 패배한 소식을 들은 막부는 이국선 타격령을 폐지하고, 조심스럽게 교류를 이어갔다.


 중국만 아니라 일본에서도 미국과 독일의 선교사를 통해 기독교 교리가 전파되고 있었다. 아편 전쟁 소식을 듣기 전에는 강경한 난학 박해를 하고 있었는데, 아편 전쟁의 소식을 접한 이후 일본은 태도를 바꾸며 난학과 어학 인재들을 기용하며 훗날을 준비했다. 이는 일본의 빠른 근대화에 기여했다.


 당시 조선에서도 프랑스 신부가 퍼뜨리는 카톨릭교를 탄압하며 기해박해 같은 사건이 일어나고 있었다. 결국 한중일 세계사를 골고루 보면, 한중일이 근대로 넘어오며 겪은 격동기는 서양의 세력 중 특히 종교 세력의 영향이 컸다는 걸 알 수 있다. 종교를 통해 봉건주의 사회를 뒤집는 씨앗이 뿌려진 거다.


 그 씨앗은 중국 내부의 태평천국 운동이 되었고, 일본이 더욱 빨리 서양 문물과 기술을 받아들여 네덜란드만 외의 서양 열강과 교류하며 조선 지배를 위한 기틀을 다지는 계기가 되었다. 한중일 역사를 하나하나 따로 볼 때보다 세 개를 교차해서 보면 ‘역사의 시대적 배경’을 이해하며 더 많을 걸 알 수 있다.


 과거의 한중일 역사가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말하는 건 무리겠지만, 적지 않은 영향을 받고 있다는 건 분명하다. 당시 서양에 밀리기만 했던 아시아 세력은 서양 세력과 견줄 정도로, 아니, 이제는 서양 세력을 삼킬 수 있을 정도로 성장했다. 특히 한반도 정세를 둘러싼 갈등은 현재진행형이다.


 바깥에서 활동하는 것 자체가 어쩌면 고역인 여름. 시원한 카페 혹은 집에서 만화 <본격 한중일 세계사 2권>을 재미있게 읽으면서 한중일 역사를 알아가는 건 어떨까. 대학생만 아니라 중고등학생, 그리고 부모님이 어린 자녀와 함께 읽기에도 부족함이 없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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