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뚱한 곳에 보낸 메시지에 온 답장 덕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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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가스 검침 숫자를 엉뚱한 곳으로 보내버렸다


 매달 1~2일이면 도시가스 검침을 해야 한다. 아파트 복도 게시판과 엘리베이터 안 게시판에 항상 ‘매달 1~2일은 도시가스 검침일입니다.’이라는 공지가 붙어있다. 공지를 볼 때마다 ‘아, 벌써 검침일이구나. 집에 가서 바로 해야 하겠다.’하고 생각하지만, 막상 집에 들어오면 그 일을 새까맣게 잊어버리곤 한다.


 다시 기억해내서 제때 도시가스 숫자를 현관문 옆 작은 메모 게시판에 적어두면 다행이지만, 며칠 동안 검침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잊고 지닐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항상 검침일이 지나 ‘도시가스 검침 전화 또는 문자요청’이라는 문구가 적힌 포스트잇이 붙여져 있다. 나는 이 포스트잇을 볼 때마다 참 죄송했다.


 내가 실수로 깜빡한 일 때문에 한 번 이상을 다시 집 앞을 왔다가 가야 하는 담당자님의 수고에 폐를 끼쳤기 때문이다. 포스트잇이 붙은 걸 보고 바로 적어두면 다행인데, 어떤 때는 아예 붙어 있는 포스트잇을 보지 못할 때도 있다. 다음날에 2~3장의 같은 포스트잇이 붙여져 있으면 대략 난감하다.


 이번에도 현관문 앞에 무려 포스트잇이 2장이나 붙어 있었는데, 나는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가스계량기의 숫자를 확인하고 담당자의 연락처로 메시지를 보냈다. 포스트잇이 2장이나 붙을 정도로 내가 알지 못했던 건 며칠 동안 문밖을 나서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검침을 완전히 잊고 있었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답장이 왔다. 첫 메시지는 ‘죄송할 것까지야 ^^’라는 메시지라 대단히 밝은 분인가 싶었는데, 뒤에 도착한 메시지는 ‘잘못 보내신 것 같은데 ㅎ’라는 메시지였다. 이 메시지를 본 이후 나는 놀라서 다시 번호를 확인했는데, 마지막 숫자 ‘2’를 내가 ‘7’로 착각하고 보낸 거였다.



 번호가 적힌 도장이 마지막에 살짝 연하게 되어 ‘2’의 끝부분이 가려져 있어 대충 본 탓에 ‘7’로 착각해서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당황한 나는 다시 번호를 확인한 이후 ‘2’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나는 사과의 뜻을 전한 이후 곧바로 올바른 번호로 도시가스 사용량 숫자를 기한 내에 보낼 수 있었다.


 처음 잘못된 번호로 메시지를 보냈을 때 그분이 ‘뭐야? 문자 잘못 보낸 것 같은데.’라며 그냥 넘겼으면, 나는 정말 마지막까지 메시지를 잘못 보냈다는 걸 알지 못했을 거다. 내가 잘못 보낸 메시지를 받고 ‘잘못 보내신 것 같은데’라는 메시지를 보내주신 덕분에 문제를 일찌감치 바로 잡을 수 있었다.


 살다 보면 가끔 이렇게 메시지를 잘못 보내는 일이 생기곤 한다. 어떤 때는 이미 새로운 사용자가 생긴 줄도 모르고, 죽은 자식을 그리워하며 보낸 한 부모님의 눈물 젖은 메시지에 새로운 사용자가 답을 하며 훈훈한 감동을 준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잘못 온 문자’라고 그냥 넘겼으면 없었을 이야기다.


 때때로 사람은 이렇게 잘못 보낸 메시지로 뜻하지 않은 답장을 받을 때가 있다. 그 답장 하나가 누군가의 실수를 바로 잡을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하고, 그 답장 하나가 구멍 뚫린 상처에 새살이 돋게 해주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어쩌면 오늘 당신에게도 잘못 보낸 메시지가 도착할지도 모른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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