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 함무라비, 성범죄 인식에 따끔한 일침을 가하다

드라마 미스 함무라비, 성범죄는 '피해자'를 생각해야 한다는 걸 보여주다


 지난 월요일에 방송된 드라마 <미스 함무라비>에는 직장 내 성희롱 사건을 다루었다. 직장 내 상사가 인턴사원에게 야한 농담과 보기만 해도 눈살이 찌푸려지는 사진과 메시지를 보낸 혐의를 받고 있었다. 당연히 일반적으로 생각하면 그 직장 상사는 해고와 함께 처벌을 받아야 마땅했다.


 이러한 문제는 우리 사회에서도 너무나 쉽게 볼 수 있는 문제다. 그런데 항상 문제가 초기에는 대중의 관심을 받으면서 가해자에 대해 강한 처벌을 요구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어느 사이에 가해자는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이 얼굴을 뻣뻣이 들고 다닌다. 오히려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꼭꼭 숨기고 다녀야 한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걸까?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성추행 같은 범죄에서 피해자보다 가해자를 먼저 생각하는 경향이 짙기 때문이다.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없는 ‘성적 수치심’을 개인의 재량으로 여기는 사회적 분위기는 피해자가 과잉 반응한 것으로 몰고, 가해자의 행동은 악의 없는 농담 혹은 장난으로 치부한다.


 드라마 <미스 함무라비>에서도 가해자인 원고의 해고가 부당성을 주장한 변호사의 논리가 그랬다. 피해자가 직장 내에서 적응하지 못했고, 내성적인 성격이라 농담을 웃어넘기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정말 드라마를 보는 동안 ‘무슨 미친 소리를 하고 있어!?’라며 고함칠 정도로 화가 치밀어 올랐다.



 해당 장면을 보면서 많은 사람이 속으로 부글부글 끓고 있는 걸 느끼지 않았을까. 성추행 문제는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우리의 문제다. 우리의 가족이 똑같은 상황에 놓일 수 있다고 생각하면, 성범죄자에게 강한 처벌을 요구하는 건 당연하다. 그런데 대중적인 공분이 있어도 가해자 처벌은 미미했다.


 드라마 <미스 함무라비>에서 볼 수 있었던 광고계 회사 또한 마찬가지였다. SNS상에서 해당 사건이 논란이 되자 일단 급한 불을 끄는 심정으로 가해자를 해고했다. 그리고 자신들은 마땅한 조치를 취했다는 모습을 보여준 이후 해고 부당 소송에서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피해자를 보호하지 않았다.


 이 모습에 화가 난 임바른 판사와 박차오름 판사, 한세상 판사는 판결을 미루고 증인에게 직접 질문하면서 숨겨진 비밀을 끌어냈다. 드라마 <미스 함무라비> 속에서 비친 이 모습은 ‘진실은 깊이 들여다보아야 알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해주었다. 만약 세 판사가 아니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당연히 피고의 미온적인 태도에 가해자는 손쉽게 재판에서 승리했을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피해자는 회사를 그만두겠지만, 가해자는 회사로 돌아와 아무런 일 없었다는 듯 고개를 빳빳이 들고 살면서 또 같은 일을 반복했을 것이다. 상상만 해도 화가 치밀어 오를 이 일은 사실 허구의 일이 아니다.


 실제로 우리 사회에서 보도된 몇 성희롱 혹은 성추행과 관련된 범죄 보도를 살펴보면, 피해자는 학교를 그만두거나 직장을 그만두어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가해자는 떳떳이 복직을 하여 잘 지내는 경우가 많았다. 그 사실이 전해지면 사람들은 분노했지만, 어디까지 그것은 ‘분노’에 그칠 수밖에 없었다.



 드라마 <미스 함무라비>가 그리는 것은 보통 법정 드라마의 긴장감을 높이기 위해서 추구하는 형사 사건이 아니다. 우리가 살다 보면 일상에서 한두 번쯤 우연히 겪을 수 있는 민사 사건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드라마 <미스 함무라비>는 더 많은 공감을 얻고, 속 시원하게 일침을 가할 수도 있다.


 <미스 함무라비 3회>에서 보여준 에피소드는 단순히 성추행 사건의 가해자에게 일침을 가하는 것이 아닌, 그동안 성범죄와 관련해서 피해자를 향해 ‘피해자도 유혹하거나 뭔가 잘못을 하지 않았느냐?’는 잘못된 인식에 일침을 가하며, 사실관계는 보이지 않는 것을 보아야 알 수 있다는 걸 보여주었다.


 우리가 살면서 겪는 사회적 갈등이 모두 그렇다. 항상 겉으로 보기에 피해자와 가해자는 너무나 손쉽게 정해진다. 그런데 막상 진실을 파헤쳐보면 가해자와 피해자가 반대인 경우도 있고, 둘 다 잘못했을 경우도 있고, 정말 몰라서 실수로 한 경우도 있다. 드라마 <미스 함무라비>는 바로 그렇게 사는 우리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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