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 래빗, 책을 읽다 깜짝 놀란 미스터리 소설

독자가 읽다가 놀란 만한 소설을 쓰고 싶었다던 이사카 코타로, 회심의 역작 '화이트 래빗'


 한국에서 유명한 일본인 작가는 무라카미 하루키다. 책을 잘 읽지 않는 사람도 ‘무라카미 하루키’라는 일본인 작가의 이름을 알지 않을까 싶다. 한국 작가의 이름도 잘 모르면서도 일본인 작가의 이름을 아는 게 조금 우습긴 하지만, ‘무라카미 하루키’는 한국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가 중 한 명이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는 한때 <순실의 시대>라는 패러디 이름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고, 지난 노벨 문학상 수상 후보로 꼽힌 유력한 아시아 작가이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화제와 달리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을 썩 좋아하지 않는다. 그의 몇 작품을 읽어보았지만, 나와 궁합이 썩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일본인 작가는 ‘이사카 코타로’다. 이사카 코타로는 미스터리 소설을 주로 쓰는 작가로, 고등학교 시절에 읽은 <마왕>이라는 소설을 통해 처음 이사카 코타로를 만났다. <마왕>과 <사신 치바>라는 한국에서도 유명한 소설을 계기로 나는 이사카 코타로의 많은 소설을 읽게 되었다.


 그중에서도 기억에 남는 것은 영화로도 만들어진 <명랑한 갱이 지구를 돌린다>, <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로커> 등의 작품이다. 이사카 코타로의 작품은 겉으로 드러나는 증거와 달리 반전이 숨어 있는 결말이 굉장히 재미있고, 작품 속에서 엿볼 수 있는 일본 사회에 대한 비판적인 묘사가 인상적이었다.


 소설 <화이트 래빗> 또한 그랬다. <화이트 래빗>의 서문에서 이사카 코타로가 10대 시절에 어느 작품을 읽는 도중 너무나 놀라서 “장난 아니네!”라고 흥분한 적이 있다고 말으며, 그때 이사카 코타로는 ‘언젠가는 나도 그렇게 독자가 읽다가 깜짝 놀랄 만한 소설을 쓰고 싶다’고 생각했었다고 말한다.


 <화이트 래빗>은 이사카 코타로가 그때의 마음으로 완성한 작품이라고 서문에서 전하고 있다. 이미 소설을 읽기 전부터 과연 이사카 코타로가 어떻게 독자가 책을 읽다가 깜짝 놀라게 해줄 것인지 무척 궁금했다. 그리고 <화이트 래빗>은 확실히 책의 독자를 깜짝 놀라게 하는 비밀이 숨어 있었다.



 소설 <화이트 래빗>에서 다루어지는 사건은 인질 농성 사건이다. 한 범인이 누군가의 흔적을 찾기 위해 침입한 가정에서 의도치 않게 인질극을 벌이게 된다. 범인 우시기타가 찾는 누군가는 자신이 일하는 조직의 돈을 빼돌린 인물이었고, 그 인물을 찾기 위해 조직의 보스가 우시기타를 이용하고 있었다.


 원래 사람이라는 것은 절박하지 않으면 당돌한 행동을 하지 못하는 법이다. 조직의 보스는 인간의 그런 부분을 잘 알고 있어 우시기타의 아내를 납치해 우시기타를 부추겼고, 우시기타는 아내를 되찾기 위해서 혈안이 되어 돈을 빼돌린 ‘오리오오리오’라는 별명을 지닌 인물을 찾다 묘한 상황에 놓였다.


 그게 바로 인질 농성 사건이다. 자신이 오리오오리오를 센다이 시에서 찾다가 우연히 마주쳐 그의 가방에 GPS 위치 발신기를 붙여 놓았는데, 그 발신기가 자신이 침입한 가정에 있었던 거다. 도대체, 왜 오리오오리오의 가방에 붙인 위치 발신기가 그 집에 있었을까. 비밀은 훨씬 더 앞의 사건에 있었다.


 그 사건을 하나씩 풀어나가는 동안 <화이트 래빗>은 인질극을 벌이는 우시기타, 우시기타를 협박하는 보스 이나바, 인질극의 인질이 된 유스케와 그의 엄마, 그리고 어쩌다 인질극에 얽힌 구로사와, 인질극 사건을 대처하는 경감 나쓰노메 등 다양한 인물의 시점으로 사건을 아주 입체적으로 그린다.


 얼마 전에 읽은 <틈만 나면 딴생각>이라는 카피라이터 정철의 에세이에서12가지 발상법에는 시선 옮기기, 시선 비틀기, 파고들기 등 다양한 발상법이 있었다. 이사카 코타로의 소설 <화이트 래빗>은 정철이 말한 12가지 발상법이 거짓 모두 사용되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굉장히 교묘했다.



 작가가 보여주는 대로 소설을 읽다 보면 ‘어? 왜 이렇게 되지?’라는 의문을 품는 부분을 만난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의문이 밝혀지는 지점에서는 또 다른 사건이 숨어 있었다. 그 사건들을 하나하나 종합해 나가면서 드디어 진상에 도달하게 되고, 마지막에는 또 미처 생각지 못한 결말에 웃음을 짓는다.


 <화이트 래빗>에서 다루어지는 별자리 ‘오리온자리’와 ‘레 미제라블’이라는 작품. 이 두 가지 소재를 이용해서 사건의 중심에 선 인물들의 심리를 풀어나간다. 덕분에 수시로 바뀌는 시점과 시간에도 전혀 머리 아픈 일 없이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책을 읽어나갈 수 있었다. “역시 이사카 코타로!”라고 할까?


 한 번 읽기 시작하면 절대 읽기를 멈출 수 없는 미스터리 소설 <화이트 래빗>. 다가오는 짧은 연휴를 맞아 실내에서 시간을 보낼 사람에게 적극적으로 추천하고 싶다. ‘이사카 코타로’라는 작가를 아는 사람들이라면 굳이 말하지 않아도 책을 읽을 것으로 생각한다. 괜히 ‘회심의 역작’이 아니었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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