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만 나면 딴생각하는 카피라이터 정철의 12가지 발상법

아무것도 아닌 소재에서 무엇이든 이야기를 끌어내는 12가지 발상법


 작가라는 직업은 창조성이 굉장히 중요한 직업이다. 하나의 평범한 소재를 통해서 다른 사람은 미처 생각지 못한 이야기를 만들기도 하고, 아주 평범한 에피소드 하나를 통해서도 놀라운 메시지를 덧붙여 의미를 만들기도 한다. 프로 작가들의 눈에는 일상의 모든 것이 ‘작품의 소재’로 보이지 않을까?


 과거 <1박 2일 더위 땡처리 영상제>에서 평론가 이동진과 칼럼니스트 김태훈이 등장해서 1박 2일 멤버가 만든 영상에 놀라운 해석을 보여준 적이 있다. 두 평론가는 평범한 시청자가 보기에는 1박 2일 멤버들이 진지함보다 반장난으로 만든 영상을 두 작가를 통해서 다양한 기법이 사용된 예술 작품으로 해석했다.


 그만큼 똑같은 영상 하나에서도 누군가는 ‘장난 같은 재미있는 영상’이라는 후기가 나오지만, 누군가는 알지 못하는 전문 용어와 표현 기법을 하나하나 설명하며 ‘훌륭히 잘 만든 영상’이라는 후기가 나온다. 그야말로 창조성 혹은 창의성이라는 말이 아깝지 않다. 도대체 그들은 어떻게 생각하는 걸까?


 오늘 읽은 <틈만 나면 딴생각>이라는 책은 카피라이터 정철이 평소 일상 속의 소재를 가지고 자신이 어떻게 딴 생각을 했는지 정리한 에세이다. 책의 띠지에 ‘말이 되고 글이 되는 12가지 발상법’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는데, ‘12가지 발상법’의 ‘12가지’ 숫자는 책 속에 나누어진 소제목 숫자이기도 하다.


 12가지 소제목 언저리에 적힌 정철이 하는 행동은 ‘시선 옮기기, 시선 비틀기, 파고들기, 도둑질하기, 국어사전 펼치기, 잘라 보기, 그림 그리기, 입장 들어보기, 가까이에서 찾기, 질문하기, 발걸음 옮기기, 온도 높이기’ 총 이렇게 12가지였다. 이 12가지를 활용한 정철의 생각을 책에서 읽어볼 수 있었다.



 <틈만 나면 딴생각> 첫 시작은 ‘시선 옮기기’에서 노을을 소재로 한 글이다. 흔히 노을을 보면 사람들은 굉장히 감성적으로 변한다고 말한다. 어느 사람은 ‘붉은 노을’이라는 노래 제목을 떠올리고, 어떤 사람은 추억에 젖기도 하고, 나 같은 사람은 <노을빛으로 물드는 언덕>이라는 애니메이션을 떠올린다.


 그야말로 ‘노을’ 하나만 두고도 어떤 사람이 보는지에 따라 이렇게 다양한 소재가 나온다. 노을을 보면서 할 수 있는 이야기는 사람의 수만큼 있는 거다. 그렇다면, 정철은 ‘노을’을 보면서 어떤 생각을 했을까? 정철은 ‘노을’이라는 소재로 ‘노을의 승리’라는 제목으로 아래와 같은 글을 적어 두었다.


노을의 승리


낙엽이 멋진 낙하와 황홀한 착지에 성공하는 모습을 보며 우리는 이렇게 말하지. 낙엽이 진다. 노을이 황홀한 색으로 서쪽 하늘을 제압하는 모습을 보며 우리는 또 이렇게 말하지. 노을이 진다.


하지난 우리는 알지.

진다는 말의 진짜 의미를 알지.


떠나야 할 때를 알고 조용히 내려오는 낙엽 네가 이겼어.

어둠에게 하늘을 양보할 줄 아는 노을 네가 이겼어. 낙엽과 노을은 늘 이기려고만 하는 우리에게 지는 것이 이기는 것보다 아름다울 수 있음을 가르쳐주지. (본문 25)


 정철은 흔히 ‘노을이 물든다’ 혹은 ‘노을이 진다’는 표현에서 아주 살짝만 시선을 옮겨서 ‘노을의 승리’라는 제목을 적었다. 그리고 ‘어둠에게 하늘을 양보할 줄 아는 노을 네가 이겼어.’라고 말하며 ‘지는 것이 이기는 것보다 아름다울 수 있음을 가르쳐주지.’라면서 색다른 의미를 부여하며 공감을 시도한다.


 같은 현상을 바라보면서도 단어 하나를 바꿔서 생각해보는 것만으로도 전혀 다른 의미를 떠올릴 수가 있는 거다. 평소 카피라이터는 짧은 문장으로 소비자가 한순간에 ‘앗’ 하면서 생각할 수 있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노을이 지는 현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살짝 옮겨 의미를 더한 것처럼.



 나 또한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때때로 일상 속에서 만나는 일들을 소재로 ‘이건 이렇게 이야기를 적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할 때가 많다. 하지만 그때그때 떠올린 생각을 하나의 글로 쓰는 일은 쉽지 않았다. 만약 그때마다 조금 길게 생각을 하거나 메모로 남겨둔 걸 계속 글로 적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그저 가정법 ‘만약 그때 ~ 했다면’이라고 말하면서 실천하지 못하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우리가 가정법에 사로잡혀 실천하지 못하는 데에도 다양한 이유가 있다. 여러 이유 중 대표적인 이유는 ‘내가 가정한 대로 결과가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라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실패를 두려워하니까.


 하지만 실패를 두려워해서는 새로운 발상을 떠올릴 수가 없다. 실패를 두려워해서는 도전을 할 수가 없다. 우리가 읽은 많은 책, 우리가 만난 많은 명사, 우리가 들은 많은 강의에서 한결같이 이야기하는 주제다. <멈추지 마, 다시 꿈부터 써봐>의 저자 김수영은 책을 통해서 이렇게 말하기도 한다.


살다 보면 순간적으로 창피해서 망설이다 못하는 일이 얼마나 많은가. 창피함은 순간이지만 후회는 평생이다. 크게 손해 볼 일이 아니라면 수줍어하지 말고 용기 내서 질러보는 편이 안 하고 후회하는 것보다 낫다는 게 내 지론이다. 괜히 용감한 자가 미인을 얻겠는가? (본문 159)


 순간적으로 창피해서 망설이다 못 하는 일은 지금까지도 있었고, 앞으로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그때 차마 용기가 나지 않는다면, <틈만 나면 딴생각>에서 정철이 말하는 12가지 발상법을 이용해서 다르게 생각해보자. 시선을 옮겨보고, 시선을 비틀어보면, ‘두려움’이 ‘자신감’이 될지도 모른다. (웃음)



 <틈만 나면 딴생각>에서 정철이 말하는 12가지 방법 중 마지막 방법은 ‘온도 높이기’다. 마지막 장에서 읽은 글 중 아주 인상적인 글을 하나 소개하고 싶다.


나, 고맙습니다


가끔은 내 이름,

내 이름 뒤에, 고맙습니다.


마음 내키면 내가 나에게 선물도 하나.

아주 비싼 걸로. (본문 328)


 매일 같이 고객 혹은 누군가를 향해 “죄송합니다.”, “어서 오세요.”, “감사합니다.”라고 말해야 했다면, 오늘은 ‘누군가’였던 그 이름에 내 이름을 넣어서 말해보자. “나, 죄송합니다.”라면서 나를 돌볼 수 없었던 나에게 사과를 하고, 집으로 돌아온 나에게 “어서 오세요”라고 인사를 짧게 인사를 건네는 거다.


 “나,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하며 오늘 하루를 열심히 보낸 나를 치하해보자. 오늘의 힘겨웠던 시간을 잊기 위해 알코올에 의존하는 것보다 훨씬 더 오늘 하루를 이겨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가 바라보는 일상을 조금만 다르게 들여다보자. 우리는 조금 더 긍정적으로 ‘오늘’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나도 지금 바로 여기서 실천하고자 한다.

 ‘나, 고맙습니다. 내일은 특별히 맛있는 음식을 먹자. 이번 한 주도 수고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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