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노보노의 인생 상담, 보노보노와 친구들에게 물었다

보노보노와 포로리에게 배우는 인생의 단순한 해답들


 우리가 삶을 살아간다는 것은 끊임없이 고민하는 일의 연속이다. 멀게 보면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라는 고민부터 시작하고, 짧게 보면 ‘오늘 저녁은 뭘 먹어야 할까? 다이어트도 해야 하는데.’라는 고민을 예로 들 수 있다. 아마 고민 없이 살아가는 사람은 우리 주변에 단 한 사람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모두 고민을 가지고 있더라도, 각자가 가진 고민을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는 사람마다 다르다. 고민 앞에서 한참을 망설이며 깊은 한숨만 쉬는 사람이 있는 반면, 고민 앞에서도 천진난만하게 웃는 사람이 있다. 이렇게 고민 앞에서 나누어지는 사람들의 차이는 어디서 생기는 걸까?


 어떤 사람은 두 사람이 가진 고민의 무게가 다르다고 말하고, 어떤 사람은 사람의 기질이 다르다고 말한다. 물론, 그 두 가지 모두 정답일 수도 있다. 그런데 두 사람의 가장 큰 차이점은 고민을 대하는 태도라고 생각한다. 살면서 맞닥뜨리는 고민을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데서 오는 차이다.


 나는 전자에 해당하는 사람이다. 가벼운 고민은 ‘피자가 먹고 싶은데, 먹어야 할까?’라는 고민부터 시작해서 ‘일본 취업을 생각해야 하나? 이렇게 글을 쓰면서 살아야 하나?’라는 무거운 고민을 가지고 있다. 평소 ‘글을 쓰며 살고 싶다.’고 말하더라도 우유부단한 태도 때문에 한참을 서성거리는 거다.


 이러한 고민에 누가 명쾌한 답을 내주면 좋겠다고 생각한 찰나, 나는 <보노보노의 인생 상담>이라는 책을 우연히 읽게 되었다. <보노보노>의 작가 ‘이가라시 미키오가 인터넷에서 사연을 모집해 보노보노와 친구들이 그 질문에 명쾌한 답을 해주는 <보노보노의 인생 상담>은 다양한 질문이 담겨 있다.



 책 <보노보노의 인생 상담>의 첫 장을 넘기면 누구나 가슴에 품고 있을 가장 전형적인 질문인 ‘되고 싶은 건 어떻게 찾아야 하나요?’라는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 머리를 맞대는 보노보노와 포로리 두 친구의 모습을 읽을 수 있다. 당신이라면 ‘되고 싶은 건 어떻게 찾아야 하나요?’라는 질문에 뭐라고 하겠는가?


 아마 쉽게 ‘~하면 된다.’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되고 싶은 것을 모르겠다고 말하는 사람에게 우리는 ‘좋아하는 걸 찾아서 해봐라.’라는 전형적인 대답을 해줄 수도 있지만, 왠지 모르게 이 대답은 조금 성의가 없거나 무책임한 대답인 것 같다. 왜냐하면, 그걸 모르기 때문에 고민이니까.


 어릴 때부터 어른이 묻는 장래희망 혹은 앞으로 진로에 대해 우리는 그때그때 아무 생각 없이 대답했지만, 어른이 된 지금 똑같은 질문을 받으면 너무 생각이 많아서 대답하지 못한다. 오히려 ‘꿈’에 대한 질문이 바보 같다고 여기면서 “꿈은 무슨, 오늘 먹고 살기도 힘들어.”라며 어두워지기 마련이다.


 우리가 어렸을 적에는 몰랐지만, 어른이 된 지금은 선택에는 대가와 책임이 따른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되고 싶은 것으로 여겼으면 충분했던 시절과 달라졌다. 그런 어른이 되었기 때문에 ‘되고 싶은 건 어떻게 찾아야 하나요?’라는 질문에 우리는 쉽게 답할 수가 없는 거다.


 그렇다면, <보노보노의 인생 상담>에서 보노보노와 포로리는 어떻게 말했을까?


보노보노 : 되고 싶은 게 있는 사람은 어떻게 그렇게 될 수 있을가를 고민하겠지만, 되고 싶은 게 없다면 고민 같은 거 안 해도 되는 거 아닌가.

포로리 : 그러게. 되고 싶은 게 있는 사람이 대단한 것도 아니고.

보노보노 : 되고 싶은 게 있는 사람이 더 멋있는 걸까?

포로리 : 그럼 우리들은 안 멋있어?

보노보노 : 안 멋있다고 해도 뭐.

포로리 : 맞아. 아무도 그런 말 안 했어.

보노보노 : 응응. 아무도 그런 말 안 했어. 그러니까 괜찮지 않아? 되고 싶은 게 없어도 말야.

포로리 : 맞아 맞아. (본문 13)


 ‘되고 싶은 게 있는 사람이 대단한 것도 아니고.’라는 말에서 나는 무릎을 '탁' 쳤다. 우리가 ‘되고 싶은 것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목표를 세워서 꿈을 이뤄나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래, 꿈이 있어야 사람이 뭐라도 할 수 있지!’라는 생각을 부자연스럽게 머리에 새긴 탓이 아닐까?


 사실 알고 보면 어떤 꿈을 이룬 사람들도 처음에는 자신의 꿈이 뭔지 몰랐다. 자신이 되고 싶은 게 뭔지 몰랐기 때문에 그들은 꿈을 이룰 수 있었던 거다. 굉장히 모순적인 말이지만, 되고 싶은 게 있는 사람도 우연한 계기로 되고 싶은 것, 즉, 하고 꿈을 찾은 거다. 고민만 한다고 해서 답이 나오진 않는다.


 일단 매일매일 열심히 해야 할 일을 하면서, 하고 싶은 일을 생겨서 그 일을 건드리다 보면 우연히 우리는 ‘아, 이 일을 하고 싶다.’라며 되고 싶은 무언가를 발견하게 된다. 지금 당장 내가 되고 싶은 것이 모른다고 해서 초조하게 찾을 필요가 없다. 되고 싶은 게 있는 사람이 더 멋진 것도 아니니까.


 어떻게 보면 단순한 말장난 같기도 하지만, 보노보노와 포로리 두 사람이 내린 결론은 고민하는 사람의 답답한 가슴을 뻥 뚫을 수 있는 해답이었다. 고민에 대한 답을 고민하느라 또 고민을 늘려가는 것보다 단순한 해답을 통해 일단 뭐라도 할 수 있으면 된다. 그게 바로 고민을 해결하는 길이 아닐까?



 <보노보노의 인생상담>은 다양한 고민을 다루고 있다. 그중에서는 장난기가 살짝 느껴지는 ‘고양이 똥 냄새가 심해요.’, ‘본때를 보여주는 방법 없을까요?’, ‘취업은 왜 하는 건가요?’ 등의 질문을 포함해서 ‘어떻게 하면 누군가를 좋아하게 될까요?’, ‘어른이 된다는 건 어떤 건가요?’ 같은 질문도 있었다.


 개인적으로 나는 ‘어떻게 하면 자신감이 생길까요?’라는 질문과 ‘어떻게 하면 긍정적인 생각을 할 수 있나요?’, ‘어떻게 하면 누군가를 좋아하게 될까요?’ 세 질문에 대한 답을 면밀히 읽었다. 이 세 가지의 질문은 살아오면서 나 나름의 답을 찾았지만, 지금도 여전히 확답을 내리지 못한 고민이었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면 자신감이 생길까요?’와 ‘어떻게 하면 긍정적인 생각을 할 수 있나요?’라는 두 질문은 닮은 질문이다. 자신감이 있다는 것은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이고,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는 것은 평소 자신감이 넘친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감이 없으면 부정적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다.


 나는 삶을 살면서 가장 어려운 일이 자신감을 가지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을 남 앞에서 당당히 내보일 수 있는 사람은 그렇지 못한 사람보다 백 발은 더 앞서 걸어 나간다. 하지만 자신감이 없는 사람은 ‘나는 하지 못할 거야.’ ‘고작 나 따위가 감히’라며 부정적으로 생각하며 멈추거나 뒷걸음질을 치니까.



 예전의 나와 비교하면 나는 다소 자신감을 가지게 되었다고 생각하지만, 여전히 어떤 일을 하는 데에 있어 ‘내가 할 수 있을까?’ ‘괜히 내가 민폐를 끼치는 게 아닐까?’ ‘내가 할 수 있을 리가 없어.’라는 두려움에 쉽게 실천하지 못할 때가 많다. 당연히 이러한 고민은 누군가를 좋아하는 데에도 이어진다.


 자신이 없으니 감히 누군가를 좋아할 수도 없는 거다. 내가 좋아하는 마음을 품는다고 하더라도 절대 승낙을 받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이런 나 자신을 좋아해 줄 사람은 없다고 생각해서 누군가를 좋아하는 법을 모르게 된다. 그렇게 점점 부정적인 순환이 반복되며 나 자신을 좋아할 수도 없게 되어버린다.


 <보노보노의 인생 상담>에서 보노보노와 친구들은 ‘어떻게 하면 자신감이 생길까요?’라는 두 질문에 이렇게 이야기를 나눈다.


포로리 : 뭔가를 하는 거랑 자신감이 생기는 거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랑 비슷해. 뭐가 먼저인지 모르는 걸.

오소리 : 뭔가는 하는 게 먼저지.

포로리 : 응?

보노보노 : 그렇구나. 뭔가를 해서 잘 되면 자신감이 생기니까. 역시 뭔가를 하는 게 먼저구나

오소리 : 아니야. 그냥 하면 돼.

포로리 : 하면 돼?

오소리 : 하고 싶으면 하면 되지.

포로리 : 그건 그렇지만…….

(중략)

보노보노 : 역시 하고 싶은 마음이 중요한 것 아닐까?

오소리 : 하고 싶어서 하니까 재미있는 거잖아.

보노보노 : 응. 맞아.

오소리 : 자신감이 있어서 하더라도 재미는 없잖아.

포로리 : 응응.

오소리 : 자신감이 있어서 하는 녀석은 그저 보여주고 싶을 뿐이잖아.

포로리 : 아, 그럴지도 모르겠네. 역시, 하고 싶으면 하면 돼.

보노보노 : 그리고 실패하면?

오소리 : 관두면 돼.

포로리 : 응응. 잘 되면 자신감이 생길 테고.

보노보노 : 맞아. (본문 37)


포로리 : 아무도 자기를 칭찬해주지 않을 때는 스스로 자기를 칭찬하는 거야. 그러면 조금씩 자신이 생겨.

보노보노 : 겁쟁이에다 우유부단하고 여린 데다 서툴기만 하면 불안하겠지.

포로리 : 불안해지지 않는 사람 따윈 없어. 다들 자기만 불안해한다고 생각할 뿐이지.

보노보노 : 나도 불안해.

포로리 : 뭐가 불안해?

보노보노 : 제대로 나이를 먹고 있는지가 불안해.

포로리 : 아, 제대로 나이를 먹고 있는지?

보노보노 : 응응.

포로리 : 제대로 어른이 될 수 있을지 불안한 거야?

보노보노 : 맞아 맞아.

포로리 : 다들 나이 드는 건 처음이니까.

보노보노 : 다들 사는 게 처음이니까, 처음인 것 투성이야.

포로리 : 그래서 다들 불안한 거야. (본문 72)


 어떤 일을 하기 전에 자신감이 없다는 이유로 우두커니 고민만 한다면, 평생 결과를 알지 못한 상태로 끝나버린다. 하지만 일단 해보면 실패, 혹은 성공 두 개 중 하나의 결과를 알 수 있다. 성공하면 자신감을 가질 수 있고, 실패하면 쿨하게 관두면 되는 거다. 어떤 일을 하기 전에 불안한 건 마찬가지니까.


 우리는 모두 인생을 사는 게 처음이라서 서투를 수밖에 없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열심히 배우는 것도 처음이라 서투를 수밖에 없는 걸 최대한 조절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처음 없이는 다음으로 나아갈 수도 없다. 처음은 힘들지도 모르지만, 반복하다 보면 또 익숙해지는 게 세상의 법칙이다.


 자전거를 탈 때 처음부터 잘 타는 사람이 없고, 피겨여왕 김연아도 처음부터 피겨 스케이트를 잘 하지 않았고, 스켈레톤의 윤성빈도 처음부터 스켈레톤의 왕자가 아니었다. 너무나 두려웠던, 자신이 없었던 처음을 이겨낸 이후 연습을 통해서 잘할 수 있게 되었고, 자신을 가질 수 있게 되는 과정을 거쳤다.


 자신감을 가지는 데에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서두르는 거다. 서두르면서 연습을 소홀히 하면 아무리 연습을 하더라도 잘할 수가 없다. 반복된 실패 속에서 ‘나는 할 수 없다.’라는 부정적인 생각에 사로잡혀 자신감을 잃어버리는 단계로 들어가면 끝장이다. 그러니 하고 싶은 게 있으면 천천히 하면 된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일도 마찬가지였다. <보노노의 인생 상담>을 읽어보면 아래와 같이 말한다.


작은곰 엄마 :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건 동화 같은 거야.

보노보노 : 동화요?

포로리 : 누군가를 좋아하는 건 옛날이야기 같은 거구나.

작은곰 엄마 : 으흠, 좀 다를지도 몰라.

포로리 : 다루다구요?!

작은곰 엄마 : 하지만 옛날이야기를 믿기 위해서는 여유가 필요하지. 아니, 여유가 있으니까 옛날이야기를 믿게 되는 건가? (중략)

좋아하는 건 조금이면 되는 거야. 너무 좋아하는 동안은 옛날이야기인 거지.

(중략)

보노보노 : 좋아한다고 다 잘되는 건 아니잖아요.

작은곰 엄마 : 잘 안 되면 뭐 어때. 잘 되는 게 어떤 건데?

보노보노 : 서로 좋아하는 거 아닐까요?

작은곰 엄마 : 서로 좋아하고 난 다음에는?

보노보노 : 같이 놀아요.

작은곰 엄마 : 그 다음에는?

보노보노 : 행복하게 살아요.

작은곰 엄마 : 그거야말로 옛날이야기잖아. 절대 그렇게 안 된다니까. 좋아하기만 하면 그걸로 된 거야.

보노보노 : 그렇구나. 좋아하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거구나.

포로리 : 하지만 좋아해서 괴로워지기도 하잖아?

작은곰 엄마 : 있잖아. 괴롭지 않으면 사랑이 아냐.

보노보노 : 작은곰 엄마도 괴로웠어요?

작은곰 엄마 : 응. 어엄청 괴로웠어. 아하하하하하하.

포로리 : 괴로웠다면서 웃고 있잖아요! (본문 113)


 누군가를 좋아하지 못한다는 건 여유가 없기 때문일 수도 있다. 솔직히 오늘날 우리 세대가 쉽게 사랑할 수 있는 시대라고 말할 수는 없다. 누군가를 좋아하기 위해서는 좋아하는 감정을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 그 조건을 채우는 일이 어려워 우리는 진작 좋아하는 감정을 포기해버린다.


 그런 사람 중 일부는 나처럼 ‘누군가를 좋아하는 게 도대체 어떤 거야?’라는 질문을 할 정도의 수준에 이르러 연인만 아니라 친구 자체를 사귀기도 힘들 때도 있다. 어깨에서 힘을 살짝 빼고, 여유를 가지고 사람을 대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 어차피 사람이 사는 사회에서 갈등은 당연한 거니까.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가?


 <보노보노의 인생 상담>은 질문에 대해 우리가 ‘멋지다!’라고 생각하는 답을 주지 않는다. 때때로 너무 단순해서 ‘장난치는 거야?’라고 생각해버릴 정도의 답을 내리기도 한다. 우리가 인생을 산다는 것은 그런 게 아닐까? 인생은 복잡하게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복잡하지만, 단순하게 생각하면 단순하다.


 오늘, 어쩌면 단순한 대답을 찾지 못해 복잡하게 고민하는 당신에게 <보노보노의 인생 상담>을 추천해주고 싶다. 한국판 보노보노 오프닝에는 ‘이따금은~ 지름길로 가고파. 그럼~ 안 될까? 고생은 싫어 그치만, 음음~ 어쩔 수 없지 뭐.’라는 가사가 있다. 딱 그 가사가 무척 잘 어울리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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