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세대가 내 집 마련을 포기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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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기 위해 기성 세대의 바지자락을 잡는 청년 세대, 살기 위해 청년 세대의 목을 조르는 기성 세대


 일본에서 본업과 별개로 일을 하는 부업과 겸업을 하는 사람들의 수가 과거 최대인 744만 명에 달하고 있다고 한다. 이 통계는 프리랜서로 일하는 사람들의 실태를 조사한 중개소에서 올해 2월부터 전국에 일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수치다. 부업과 겸업을 하는 사람의 수가 실로 놀라운 수치다.


 한국에서도 낮에는 학원 강사를 하다가 밤에는 대리기사를 하는 등 본업과 함께 부업 혹은 겸업을 함께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물가는 계속해서 상승하는 반면에 임금은 제자리걸음을 할 때가 많고, 천정부지로 오르기만 하는 부동산 가격이나 자녀 양육비를 위해 본업 하나로 어렵기 때문이다.


 어느 기사에서 요즘 청년 세대는 집 사기를 포기하고 좋은 운동화를 사서 신는 새로운 흐름이 생겼다고 전하고 있었다. 청년 세대도 집을 포기하고 싶어서 포기한 게 아니다. 전세는 말할 것도 없이, 작은 오피스텔 혹은 아파트를 구매하는 데에도 돈이 너무 들어서 엄두도 내지 못해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안정적인 집이 있다는 ‘편안함’이라는 삶의 질을 포기하는 대신, 청년들은 삶의 질을 다른 방향으로 올리고자 방법을 찾고 있다. 그중 하나가 자신이 좋아하는 브랜드의 물건을 사거나 좋은 차를 몰거나 하는 효율적인 소비를 하는 거다. 아무리 발버둥 쳐도 청년 세대의 소득은 올라갈 여지가 없으니까.


 정부에서는 청년 보금자리 주택을 제공하면서 조금이나마 경제적 부담을 덜 수 있도록 정책을 강구하고 있지만, 이미 부동산을 두 세 개 이상 소유한 사람들은 청년 보금자리 주택을 ‘빈민가’라는 단어까지 써가며 반대하고 있다. 그들은 자신이 현재 소유한 이익을 위해 청년들의 목을 조르는 것과 같다.



 내가 재학 중인 대학 앞에서도 대학 기숙사 추가 건설에 대해 근처 원룸 건물을 가진 사람들이 집단으로 항의하는 일이 있었다. 그 사람들은 ‘우리가 조금 더 싸게 해줄 테니 기숙사 세우지 마라.’라고 말하며 반발했지만, 가격이 내리는 만큼 더 좁은 평수를 제공하려고 해 학생들의 공감을 얻지 못했다.


 후배 한 명은 지나가던 자신을 붙잡고 “학생도 기숙사 건립은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지?”라고 말하는 시민을 향해 주먹을 날릴 뻔했다고 한다. 그만큼 부동산 문제는 청년 세대와 기성 세대가 갈등을 겪을 수밖에 없다. 자그마한 원룸을 하나 얻어 사는 데에도 보증금과 월세가 계속 올라가고 있는 거다.


 원룸 하나로도 문제가 이런데, 아파트를 비롯해 주택을 마련하기 위한 자금과 결혼 혹은 자녀를 양육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비용이 들지 상상할 수 없다. ‘결혼하지 않겠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도무지 이 비용을 감당할 수 없는 거다. 그런데도 기성 세대는 오로지 청년 세대가 ‘나태하다’고 힐난한다.


 지금의 현황은 청년 세대가 나태한 게 아니라 기성 세대가 건물 몇 개로 청년들에게 빨대를 꽂아 쭉쭉 빨려는 그 행위가 더 나태한 것 같다. 제 자식과 똑같은 연령일 청년 세대에게 갑질을 하는 일을 비롯해 그동안 소비한 유지비용을 충당하고자 더욱 혈안이 되어 가격을 올리거나 청년들에게 빨대를 꽂는다.


 정부 정책으로 인해 부당한 부동산 수익을 올리며 약자들이 쫓겨나는 일을 막기 위해 문재인 대통령은 ‘토지공개념’을 헌법에 추가하고자 했다. 하지만 기성 세대의 열렬한 지지를 받는, 자신들 또한 부동산으로 한몫 두둑하게 챙기는 정치인들은 ‘빨갱이 법’이라며 피를 토하고 있다.



 이쯤 되면 이제 부동산을 사고팔 수 있는 사람은 재력을 가진 세대와 그 자식 세대만 남을 것이다. 어머니의 친구분 또한 노년 연금 겸으로 대출을 받아 오피스텔을 몇 채 샀다는 이야기를 어머니와 함께 차를 타고 있다가 우연히 들은 적 있다. 그런 사람들은 ‘대출’을 받은 만큼 또 가격을 올려 받는다.


 당연히 필요한 부동산 이외에 지나친 부동산을 소유하면 할수록 나가는 비용은 커지고, 그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서 더 높은 가격으로 전세와 월세를 받거나 매매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점점 거품만 커지면서 청년 세대는 감히 부동산 구매에 욕심을 품을 수가 없다. 30대를 넘어 40대가 되더라도 어렵다.


 이미 그때가 되면 그 부동산들은 부동산을 소유한 부모 세대가 자식 세대에게 그대로 물려주거나 빚만 떠안은 채로 가지고 있다가 법원 경매로 나올 확률이 높다. <한끼줍쇼>를 보면 서울 근처의 사립 주택에서는 몇 세대가 함께 모여 사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이 또한 그 사례 중 하나다.


 자식 세대가 집을 마련할 여유가 없으니 한집에서 함께 살 수밖에 없는 거다. 다행히 다가구 주택을 가진 사람들은 일부 세를 줘서 작은 이익을 얻기도 하고, 가족과 함께 살아갈 수 있으니 내 집 마련 부담을 덜 수 있다. 그런데 그런 사람들이 한국에서 과연 몇 가구나 될까? 절대 많지 않을 것이다.


 지금 이 글을 쓰는 나의 꿈은 30대가 되면 작은 아파트 혹은 오피스텔을 얻어서 독립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29살이 된 지금은 그 꿈이 얼마나 허황한 꿈인지 알고 있다. 대학 졸업장을 얻는 데에도 많은 비용이 들고, 꿈을 좇아 일하는 데에도 오랜 시간과 많은 비용을 사용하라 수밖에 없으니까.


 그렇게 나는 오늘날 청년 세대 중 한 명으로 살아가고 있다. 이미 전세를 얻거나 소형 아파트 같은 물건을 얻는 일은 포기했다. 그저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꿈’을 버리지 않고,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돈을 벌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 조금씩 착실히 쌓아가는 것만이 남은 유일한 길이다.


 부디 오늘도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는 사람들, 가족을 위해 부업과 겸업을 하며 자신을 죽여가고 있는 사람들의 건투를 빌고 싶다. 돌아가는 길에 괜히 로또 복권 한 장을 사서 가슴팍 주머니에 넣고, ’내일은 달라질 수 있을까?’라는 마음으로 내일을 맞이하는 사람들을 응원한다. 이 글을 쓰는 나에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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