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를 기다리는 그녀, 미스터리 그 이상의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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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코미조 세이시 미스터리 대상 수상작 <무지개를 기다리는 그녀>, 몰아치는 전개 끝에 도달하는 충격적인 결말이 인상적인 소설


 이세돌과 구글 알파고 시합이 있고 나서 벌써 많은 시간이 지났다. 과거에는 아무리 인공지능이 발전한다고 하더라도 사람의 수를 읽지 못할 거라는 많이 나왔다. 하지만 알파고가 이세돌에게 압도적인 승리를 거둔 이후 인공지능에 대한 전 세계의 생각은 바뀌었다. 인공지능은 놀라운 발전을 하고 있었다.


 이세돌은 알파고에 유일하게 1승을 거둔 바둑기사가 되었고, 알파고는 그 이후 중국의 커제를 비롯해 이름 있는 바둑기사와 겨뤄 단 한 번의 패배도 없었다. 그리고 알파고의 등장은 ‘인공지능 시대 우리는 어떻게 준비해야 하나?’라는 주제를 가지고 끊임없이 질문이 나왔고, 어떤 사람은 인공지능에 두려움을 품었다.


 전문가들은 인공지능이 기계적인 작업에서는 최적의 역할을 맡고 있지만, 감정적인 부분에서는 절대 사람을 따라올 수 없다고 말한다. 그런데 만약 인공지능이 모종의 감정을 가질 수 있게 된다면 어떨까? 아니, 감정이 아니더라도 이야기하는 상대방과 감정적 공감을 흉내 낼 수 있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무척 흥미로운 주제다. 오늘 소개할 소설 <무지개를 기다리는 그녀>는 인공지능과 감정, 이 두 가지를 가지고 미스터리 기법을 사용한 소설이다. 책을 읽는 동안 어쩌면 곧 눈앞에 실현될지도 모르는 인공지능 시대를 상상해보았고, ‘하루’라는 특정 인물을 치밀하게 추적하는 주인공의 이야기에 땀을 흘렸다.



 <무지개를 기다리는 그녀>의 시작은 2014년 12월 천재 프로그래머 소녀 하루가 자신이 만든 게임을 이용해 시부야에서 자살하는 에피소드로 시작한다. 처음 이 에피소드를 읽었을 때는 하루가 선택한 자살의 방식이 무척 놀라웠는데, 그녀가 이 방식을 선택한 이유는 이야기 끄트머리에서 나온다.


 첫 장에서 짧게 하루의 에피소드가 끝난 이후 그려지는 에피소드의 주인공은 구도다. 구도는 어릴 적부터 상당히 머리가 좋아 사람들의 행동과 반응을 마치 컴퓨터처럼 예상할 수 있었다. 그는 모든 게 자신의 의도대로 되는 세상을 따분해했고, 이 따분함을 끝낼 수 있는 만들고자 인공지능 개발을 했다.


 그가 만든 인공지능은 단순히 알파고처럼 바둑을 두는 인공지능이 아니라, 스스로 학습해서 사용자와 정서적 공감을 이어가는 인공지능이었다. 이 자체만으로도 놀라운 발전이라고 할 수 있지만, 주인공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았다. 구도는 감정 그 자체를 만들어내고자 노력했고, 어떤 프로젝트에 들어간다.


 바로, 죽은 사람을 인공지능으로 되살리는 서비스다.


 구도가 개발한 인공지능 ‘프리쿠토 인공지능’은 플레이어에게 공감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이 방향을 아주 살짝 바꿔 고인다움을 재현하는 것을 목표로 삼아 만들기로 한 것이다. 구도는 이 사업이 장차 시장에서 커다란 수익성이 있을 것이고, 자신이 바라는 감정을 가진 인공지능에 한 발 더 다가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가볍게 생각하면 재미있는 프로젝트 같지만, 현실적으로 무겁게 생각해보면 위험한 프로젝트이기도 하다. 만약 얼마 전에 세상의 별이 된 스티븐 호킹을 인공지능으로 되살려 다시금 우주 연구를 시작할 수 있다면 굉장히 의미 있는 일이다. 그런데 만약 히틀러 같은 악인을 인공지능으로 되살려 악용한다면?


 지금도 과거 어두운 독재자의 사상은 과격 단체에 의해서 확산되는 일이 빈번하다. 독일 내에서 일어난 신나치주의, 일본 내에서 일어난 신군국주의, 한국 내에서 꼬리를 틀기 시작한 극우사상. 이러한 사상을 이끌었던 인물이 인공지능으로 만들어져 파급력을 지니게 된다면, 세상은 끝장날지도 모른다.


 그렇게 상상하면 <무지개를 기다리는 그녀>의 구도가 시작하려고 한 ‘죽은 사람을 인공지능으로 되살리는 서비스’는 굉장히 무서운 프로젝트다. 사랑했던 사람을 되살리는 일이 아니라 지금, 여기에 존재하는 인간의 형태를 무용지물로 만들어버릴 수 있는 프로젝트가 될 수도 있는 위험성이 있었다.



 구도가 <무지개를 기다리는 그녀>에서 본격적으로 이 사업에 뛰어들기 전에 프로토타입을 만들기로 한다. 프로토타입으로 모델로 선택받은 인물이 바로 ‘미즈시나 하루’다. 그녀가 선택된 이유는 가족이 없을뿐더러, 어떤 사건의 범인이자 수수께끼의 미인이라는 프로필이 상당한 팬(수요)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무지개를 기다리는 그녀>의 이야기는 여기서부터 본격적인 막이 오른다.


 죽은 사람을 인공지능으로 되살리는 프로젝트의 프로토타입 모델로 선택된 미즈시나 하루를 조사하기 시작하는 구도는 그녀가 가진 특이성에 점차 끌리게 된다. 미즈시나 하루와 얽힌 사람을 상대로 탐문조사를 하는 도중 ‘HAL’이라는 닉네임을 가진 어느 인물로부터 협박을 받으면서 긴장감이 고조되기도 했다.


 구도는 처음엔 단순히 ‘미즈시나 하루’에 대한 호기심을 가지고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구도는 그녀가 선택한 죽음의 형태와 그 비밀을 알게 되면서 ‘사랑’이라는 감정을 품게 된다. 죽은 사람을 조사하다 죽은 사람을 사랑하게 된다는 일 자체가 놀라운 일인데, 이야기의 주인공 구도는 한층 더 나아간 모습을 보인다.


 구도가 미즈시나 하루를 재현하기 위해서 정보를 모으는 동안, 그가 계약을 맺고 있던 회사에서는 AI로 인해 발생한 불미스러운 사건 때문에 문제가 일어난다. 하지만 그 문제를 이제는 대수롭지 않을 정도로 구도는 하루를 재현하는 데에 몰입한다. 그 과정에서 ‘HAL’의 정체와 결정적인 인물을 만난다. 바로, '아메'다.


 숨 가쁘게 흘러가는 <무지개를 기다리는 그녀>의 이야기는 하루와 생전에 함께 산 ‘아메’라는 인물을 통해 서서히 이야기의 종지부를 찍을 준비를 시작했다. 구도가 아메를 만나 인공지능 미즈시나 하루를 과거의 미즈니사 하루에 가깝게 만드는 과정에서 발견한 ‘하루의 진짜 감정’이 곧 이야기의 결말이다.


 <무지개를 기다리는 그녀>라는 소설은 ‘인공지능’이라는 단어를 가지고 독자가 흥미를 갖게 만들고, 주인공 구도가 미즈시나 하루의 존재에 접근하면서 발생하는 사건으로 긴장감을 키운다. 마침내 주인공 구도가 도달하는 미즈시나 하루는 놀라움으로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하며 비탄에 가까운 감정을 품게 한다.


 책의 띠지를 보면 ‘몰아치는 전개 끝에 도달하는 결말은 충격, 그 자체!’라는 말이 적혀있다. 딱 그 말대로라고 생각한다. <무지개를 기다리는 그녀>는 단순한 미스터리 소설이 아니다. 주인공 구도를 협박하는 인물의 정체를 추적하는 과정과 구도가 하루를 추적하며 커지는 감정이 굉장히 인상적이다.


 오늘, 당신에게 시간 도둑이 필요하다면, 나는 소설 <무지개를 기다리는 그녀>을 추천하고 싶다. <무지개를 기다리는 그녀>는 무려 444페이지에 걸쳐 인쇄된 소설이다. 나에게는 책 한 권을 읽으면서 ‘벌써 이렇게 시간이 빨리 갔어?’라는 말을 할 수 있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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