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디자인 기업 알파벳에서 1일 인턴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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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인턴 연수 11일 차, 디자인 기업 '알파벳(アルファベット)'에서 1일 인턴을 하다


 이번에 참여한 학교 인턴 연수 프로그램은 2주 동안 계속 인턴을 하는 게 아니라 1일 인턴 체험을 하는 프로그램이다. 다른 날은 기타큐슈 대학생들과 교류하는 시간을 갖거나 기타큐슈 공업 전문 고등학교에서 발표도 하고, 또 다른 날은 기타큐슈 시청과 기타큐슈의 대표적인 기업을 견학했다.


 짧은 기간 동안 많은 곳을 다녀야 했기 때문에 다리에 무리가 오기도 했지만, 인턴 연수 기간 제법 많은 것을 얻었다고 생각한다. 이번 프로그램이 아니었다면 절대 체험하지 못했을 일본 고등학교 실제 수업도 그렇고, 학교 내에서 배우지 못했을 부산에서 가까운 기타큐슈의 이야기가 그렇다.


 일본 인턴 연수 11일 차인 2월 1일 목요일은 달이 바뀐 것을 노린 듯이 1일 인턴 체험을 하는 시간을 가졌다. 내가 하루 동안 인턴 체험을 한 곳은 ‘알파벳(アルファベット)’라는 기업으로, 디자인을 주로 하는 기업이었다. 이 기업에서 인턴을 한다고 들었을 때는 내심 기뻐서 승리 포즈를 취하기도 했다.


 왜냐하면, ‘알파벳(アルファベット)’의 디자인을 담당하시는 분은 한국분이라 어려운 일본어를 사용하거나 일본 특유의 무거운 분위기가 전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알파벳의 디자인 분은 ‘삼성 사장님과 이름 한 글자가 다른 분인데, 일본에서 라디오 고정 게스트일 정도로 유쾌하신 분이다.


 처음 기타큐슈 시청에서 처음 뵙고, 그 이후 생방송 라디오 출연을 비롯해 계속 신세를 지기도 했다. 초면인 사람보다 구면인 사람과 함께 일을 한다는 게 역시 편한 법이다. 어느 후배의 말에 의하면 곳곳에서 “와, 저 형 혼자 놀러 간다.”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고. 나 역시 그렇게 생각했다. (웃음)


 하지만 체험이라도 ‘인턴’이기 때문에 놀거나 시간을 대충 보내지는 않았다. 1일 인턴을 하게 된 알파벳에서 나는 두 가지 정도의 일을 했다. 하나는 코가네 시장 행사 내용이 적힌 일본어 텍스트를 한국어로 번역하는 일이었고, 또 하나는 고쿠라 역에서 코가네 시장까지 오는 약도를 그리는 일이었다.



 블로그를 하면서 필요한 기술을 공부해서 포토샵을 약간 만질 수 있었는데, 덕분에 알파벳에서 미처 해보지 못한 일을 해볼 수 있었다. 만약 내가 포토샵을 만지지 못하는 ‘컴맹’이라면 그냥 일본어를 한국어로 번역하는 일로 그치고, 좀 더 유익한 시간을 보내지 못했을 확률이 높았을 것으로 생각한다.


 다행히 포토샵을 할 줄 알기 때문에 그동안 보기만 한 ‘약도’를 직접 그려볼 수도 있었다. 비록 내가 그린 약도는 ‘약도’라고 말하기 어려워 담당자의 손에 의해 ‘진짜 약도’가 되는 과정을 거쳐야했지만, 기본 베이스는 내가 한 약도가 사용되었기 때문에 괜히 뿌듯했다. 다음에는 더 잘할 수 있을지도?


 평소 포토샵을 사용하면서 다른 프로그램도 배우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드문드문 있었는데, 이번에 알파벳에서 담당자가 일러스트를 사용하는 모습을 보면서 ‘꼭 한 번 혼자 공부해봐야겠다.’라고 생각했다. 애초 블로그 명함을 만들거나 앞으로 할 유튜브 영상 작업에서도 이러한 프로그램은 필요했으니까.


 아쉬움과 또 하나의 목표를 발견한 1일 인턴은 짧은 시간이라도 유익했다고 생각한다. 다음에 다시 기타큐슈를 방문했다가 내가 번역한 코가네 시장 이벤트 광고지를 보거나 약도를 보면 괜히 가슴이 뿌듯할 것 같다. 일본에서 이런 일을 하면서 먹고사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아하하하하하.



 처음에는 ‘도대체 하루 동안 기업에서 인턴을 한다고 해도 뭘 할 수 있겠어?’라고 의구심을 품었지만, 작은 일이라고 해도 생각 이상으로 더 좋은 경험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이번 인턴 체험이 ‘1일 한정 체험’인 점과 내가 한국인이 근무하는 자유로운 분위기의 회사에 가게 된 점도 편하게 배울 수 있었던 부분이다.


 만약 실제로 일본에서 인턴으로 일을 하게 된다면 오늘처럼 편하게 잘 보낼 수 있을까?


 오늘 인턴을 담당하신 한국분은 자신을 가지는 일이 중요하다고 말씀하셨지만, 여전히 나는 고개를 세차게 끄덕일 수가 없다. 인턴 연수를 하는 동안 함께 움직이는 다른 아이들과 10일 차가 되어서야 겨우 말을 틀 정도이니까. 분명, 일본에서 인턴을 한다면 적응하는 데에 무척 오래 걸릴 것이다.


 하지만 부정적으로 생각하기보다 ‘오래 걸리더라도 적응할 가능성이 높다.’라는 점에 나는 주목하고 싶다. 비록 함께 일본에 온 후배들과 말을 섞는 데에도 일주일 이상의 시간이 걸렸지만, 아예 포기한 상태로 아무것도 안한 건 아니기 때문이다. 나 나름대로 노력을 한 성과는 있다고 보고 싶다.


 세상만사 모든 일은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고, 마음을 먹었다고 해서 금방 변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게 우리가 사는 인생인 법이다. 느리더라도 조금씩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면, 제자리에 멈춰 서서 자기비판을 하는 것보다 분명히 더 멋진 오늘을 보낼 수 있으리라 믿는다. 나는 지금 거기에 있다.


 오늘 일본 기업의 1일 인턴 체험 일지는 내가 서 있는 자리, 내가 걷는 보폭을 다시 돌아보며 마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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