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격문고 편집자가 말하는 재미있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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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라이트 노벨 업계 최전선에서 활약하는 편집자 미키 카즈마의 편집 작업


 나는 책 읽기를 굉장히 좋아한다. 이것은 단순히 취미 활동으로 책 읽기를 좋아한다고 말하는 정도의 수준이 아니라 완전히 삶의 일부로 여기고 있을 정도로 책 읽기를 좋아한다. 나에게 책을 읽는 일이란 호흡을 하는 것과 같고, 매일 아침에 눈을 뜨면 아침 해를 보면서 하루를 시작하는 것과 같다.


 도대체 왜 그렇게 책 읽기를 좋아하느냐고?


 그건 내가 어릴 때부터 친구가 별로 없어 책을 읽는 일 외에는 딱히 할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승패가 나누어지는 온라인 게임은 좀처럼 나와 맞지 않았고, MMO RPG 게임은 꾸준히 플레이해야 해서 지루해지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책을 읽는 일은 승패도 없고, 지루함도 전혀 찾을 수가 없었다.


 재미있는 책을 읽는 일은 곧 내가 오늘을 버티는 힘이 되었고, 현실에서 힘들 때마다 나는 책을 통해 위로를 얻었다. 그렇게 책은 내가 살아가는 데에 빠질 수 없는 요소가 되었다. 사람이 무언가를 좋아하는 데에는 이유가 없다고 말하지만, 이렇게 천천히 돌이켜보면 거기에는 분명한 계기가 있다.


 어릴 때부터 책을 항상 들고 다니면서 읽으면 ‘공부를 그렇게 잘 하냐?’ 등 책 읽기를 공부로 여기는 일이 잦았다. 그러한 편견 때문에 인문학, 경제학, 사회학 등의 책을 읽어야 할 것 같아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는데, 다행히 이제는 그런 편견에 주눅 드는 일 없이 내가 재미있는 책을 당당히 읽는다.


 나는 어떤 책을 딱히 가리지 않고 손이 가는 대로 읽는 편이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눈에 뛸 정도로 좋아하는 장르를 말하라고 한다면, 나는 일본에서 건너온 ‘라이트 노벨’이라는 장르를 가장 좋아한다고 말하고 싶다. 라이트 노벨은 일본에서 만들어진 중고생을 메인 타깃으로 한 소설이다.


 <죠가사키 나오와 전격문고 작가가 되기 위한 방법>이라는 책을 참고하면 이렇게 설명한다.


“간단히 말하자면 라이트노벨이라는 건 주로 중고생을 메인 타깃으로 삼은 캐릭터 소설이야. 만화나 애니메이션, 게임에 익숙한 세대를 의식한 건데, 원래는 주브나일이나 영 어덜트라고 불리던 장르가 1990년대에 접어들자 라이트노벨이라 불리기 시작하면서 정착됐다고 할 수 있지. 그래서 내용도 여러 갈래로 나뉘는데, 판타지부터 SF, 이능 배틀물부터 러브 코미디까지, 사실 장르를 가리지 않고 뭐든지 가능하다고 말하는 편이 정확할 것 같네.”

“뭐든지 가능하다….”

“당시에는 레이블의 수는 물론이고 작가의 수도 그렇게 많지 않아서 굳이 따지자면 마이너였지만, 지금은 하나의 커다란 장르라고 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지명도가 있다고 생각해. 카도카와 그룹을 필두로 한 대부분의 거대 출판사는 자사의 라이트노벨 레이블을 가지고 있지. 주요한 특징은 캐릭터가 중심인 구성이 많다는 것이고, 책 표지와 책 속의 삽화에 애니메이션 같은 일러스트가 사용되는 것도 다른 장르에는 없는 특징이디. 애니메이션이나 게임으로 제작되는 등, 다른 매체로의 미디어 믹스가 많은 것도 일반 소설과의 차이점이야. 최근에는 서점에서도 넓은 구역을 차지하는 경우가 적지 않으니까 와타룬도 한 번쯤은 봤을 것도 같은데?” (본문 48)


 라이트 노벨이라는 장르에 고등학교 시절에 발을 들여놓았고, 나는 <미우의 소박한 이야기>라는 블로그를 만들어 일본 라이트 노벨과 만화 후기를 꾸준히 발행하고 있다. 꾸준히 재미있게 책을 읽고 글을 쓴 덕분에 <미우의 소박한 이야기>는 점차 <노지의 소박한 이야기>에 버금가는 규모가 되었다.



 한국에서는 일반 도서와 라이트 노벨을 구분해 약간의 차별을 하기도 하지만, 라이트 노벨에서도 좋은 작품은 정말 좋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매일 같이 책을 읽고 글을 쓰면서 내가 가진 ‘작가로서의 꿈’도 라이트 노벨 형식의 이야기를 쓰는 일로 구체적인 형태를 띠기 시작했다. 그 정도로 매력적이다!


 오늘 읽은 <책만 재미있으면 뭐든지 OK>이라는 책은 일본 전격문고 편집자 미키 카즈마가 들려주는 자신이 담당한 <어떤 마술의 금서목록>, <작안의 샤나>, <내 여동생이 이렇게 귀여울 리가 없어>, <소드 아트 온라인> 등의 작품을 토대로 재미있는 작품을 쓰기 위한 조건과 편집 이야기를 다룬다.


 <책만 재미있으면 뭐든지 OK>를 펼쳐서 읽어보면 작가는 제일 먼저 이렇게 말한다.


전격문고의 콘셉트는 ‘재미있으면 뭐든지 OK’입니다. 우리가 만드는 책이 라이트 노벨이냐 아니냐는 애초에 따지지 않습니다. 어떤 소설이 라이트 노벨이냐 아이냐는 독자 여러분이 판단해주실 문제입니다. ‘책을 만드는 사람이 그 책의 장르를 제한해버리는 것’은 독자의 자유를 뺏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좌우간 흥미를 끄는 소설, 책장을 펼치며 마음이 설레는 소설을 즐겁게 만드는 일이 가장 중요! 우리 편집부원들은 늘 그렇게 생각합니다. (본문 9)


 책을 읽는 일이 꼭 전문 분야나 고전, 인문학 장르의 책일 필요는 없다. 그저 재미있게 읽을 수 있으면 어떤 장르의 책이라도 즐길 수 있으면 그만이다. 일본 카도카와 서점은 일본 내에서도 손에 꼽히는 대형 출판사이고, 카도카와의 전격문고에는 일반 소설을 뛰어넘는 발매 부수를 가진 라이트 노벨이 있다.


 그만큼 라이트 노벨은 도서 시장의 한 분야로 자리를 잡고 있는 거다. 라이트 노벨은 단순히 재미있는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일본의 미디어윅스 사업을 통해 애니메이션과 영화로 만들어지며 다양한 계층의 독자를 끌어들이고 있다. 이 정도 규모라면 그 책이 어떤 장르인지 제한하는 건 필요가 없지 않을까?


 <책만 재미있으면 뭐든지 OK>의 머리말에서 읽은 윗글을 읽고 나는 과연 이 책이 어떤 이야기를 나 에게 보여줄지 기대되었다. 내가 알지 못하는 전격문고 편집자가 어떤 일상을 보내고, 전격문고의 편집자가 어떤 식으로 작품을 기획하고, 전격문고 편집자가 어떻게 작품을 선정하는지 궁금했다.




 <책만 재미있으면 뭐든지 OK>는 라이트 노벨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누구나 알고 있을 대표적인 작품과 작가의 이야기를 대표적인 사례로 소개하며 이야기를 쓰면서 주의해야 할 점을 골고루 하나씩 짚고 넘어간다. 라이트 노벨을 모르더라도 ‘작가’를 꿈꾸는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부분이 많았다.


 아래에서 하나의 글을 읽어보자.


‘자신이 쓰고 싶은 것’을 작품의 ‘가훈’으로 삼는다.


만약 ‘자신이 쓰고 싶은 것’을 더 많은 사람이 보거나 읽도록 하고 싶다면 목적의식을 갖고 작품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소설을 집필할 때 아무런 계획 없이 쓴다면 좋은 작품을 만들어내기 힘듭니다. 이는 정글에서 나침반이나 지도 없이 목적지를 찾아가려하는 것과 같습니다. 나침반이나 지도 없이 목적지를 찾아갈 수 있는 사람은 극히 일부의 인기 작가나 천재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므로 평범한 작가라면 ‘쓰기 시작하기 전의 준비’가 매우 중요합니다. 만반의 준비를 갖춘다면 이야기의 목적지를 잃어버리지 않고 나아갈 길을 항상 확인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본문 29)


 가훈. 보통 집에서 삼는 명언 하나를 가훈으로 이야기하는 경우는 들었지만, 작품의 목적으로 ‘가훈’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건 무척 새롭게 느껴졌다. 보통 우리는 자신이 쓰고 싶은 것을 쓸 마음으로 글을 쓰기 시작하지만, 글을 쓰다 보면 종종 처음 쓴 글의 주제에서 벗어난 엉뚱한 글이 될 때가 있다.


 나는 한때 잘 팔리는 글과 쓰고 싶은 글 중 어떤 것을 선호해야 할지 고민한 적이 있다. 글을 쓰면서 블로그를 운영하는 일은 트렌드를 따라가는 글과 상업적인 글, 자신이 쓰고 싶은 글을 고민해야 했기 때문이다. 블로그에 글을 쓰면서 나는 몇 가지를 오락가락하기도 하며 슬럼프를 겪은 적도 있었다.


 아마 나는 자신이 쓰고 싶은 것을 쓴다는 가훈을 잊었던 게 아닐까. <책만 재미있으면 뭐든지 OK>의 작가이자 전격 문고의 편집자인 미키 카즈마는 ‘가훈을 정할 때 자신의 취향을 속이는 것이 가장 나쁩니다.’라고 말한다. 그 말 그대로 자신의 취향을 속인 글은 금세 독자의 끌어들이는 힘이 약해진다.


 이것은 단순히 블로그에 글을 쓰는 일, 라이트 노벨을 쓰는 일에 국한되지 않는다. 소설, 에세이, 드라마 등 어떤 장르에 불문한 상태로 ‘이야기’를 쓰는 사람들이 명심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책을 읽으면서 몇 가지 작품이 탄생한 경위를 통해 왜 쓰고 싶은 것을 쓰는 게 중요한지 알 수 있었다.



 만약 이야기 형식으로 글을 쓰면서 드라마, 소설 같은 장르에 도전한다면 주의해야 할 점은 ‘캐릭터’를 만드는 일이다. 이야기의 주제와 재미를 살리는 것은 어디까지 등장인물, 즉, 캐릭터의 역할이다. 캐릭터는 이야기를 끌어가는 중심인 동시에 이야기의 분위기를 결정하는 막강한 영향력이 있다.


 소설을 쓴다고 한다면 제일 먼저 마주치는 고민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는 캐릭터를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라는 고민이 아닐까 싶다. 나는 드라마 각본을 적으면서 이 부분에 대해 쉽사리 특징을 정리할 수가 없었다. 어떤 특징을 살린 캐릭터를 만들어야 독자가 애정을 가질 수 있을까?


 저자 미키 카즈마는 책에서 이렇게 말한다.


제가 생각하는 ‘매력적인 캐릭터’에 관해 이야기하겠습닌다.

소설에 등장하는 캐릭터는 ‘(독자가) 공감할 수 있는지’가 매우 중요하며, 주인공이나 히로인에게는 그것이 특히 더 요구됩니다.

공감이란 말 그대로 희로애락을 함께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예를 들어, 주인공이 어떠한 위기에 휘말렸을 때 그것을 독자가 유리창 너머에서 바라볼 뿐인지, 아니면 당사자로서 주인공 캐릭터와 어깨가 맞닿을 정도로 가깝게 체감할 수 있는지에 따라 받는 인상이 완전히 달리집니다.

당연히 후자가 이상적입니다. 인간은 자신과 관련 깊고 가까울수록 관심을 갖기 마련이고, 멀어질수록 무관심해집니다. 따라서 유리창 너머에서 일어나는 사건은 ‘남의 일’처럼 느껴집니다. 반대로 어깨가 맞닿을 정도로 가까우면 자신의 일처럼 설레고 캐릭터를 응원하고 싶어집니다.

... 공감을 할 수 있는 캐릭터는 반드시 ‘동경’과 ‘애교’를 느끼게 합니다. 이 두 가지 요소는 어느 하나가 아니라 둘 다 갖추는 편이 이상적입니다. (본문 70)


 캐릭터를 만드는 일은 단순히 내가 적고 싶은 작품의 이상적인 캐릭터가 아니라 독자와 얼마나 공감할 수 있는지를 먼저 생각해야 하는 일이다. 캐릭터의 시점을 따라가는 1인칭 주인공 시점인지, 캐릭터의 시점을 따라 관찰하는 1인칭 관찰자 시점인지 등의 시점을 정하는 일도 이때 함께 해야 한다.




 <책만 재미있으면 뭐든지 OK>는 이렇게 소설을 적으면서(이 작품에서는 라이트 노벨을 메인으로 하고 있다.) 주의해야 할 점을 편집자의 경험과 시선으로 독자에게 전한다. 만약 나처럼 라이트노벨을 굉장히 좋아해 소설, 혹은 라이트 노벨 작가가 되고자 하는 꿈을 가지고 있다면 적극적으로 추천하고 싶다.


 굳이 당신이 소설을 쓰고자 하는 사람이 아니라도 상관없다. 글을 쓰거나 글을 읽는 데에 관심이 있는 일반 독자가 읽더라도 일본 대형 출판사 중 한 곳에서 일하는 편집자의 사정을 무척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좋은 소설과 나쁜 소설을 구분하는 법 등 굉장히 유익하게 책을 읽었다.


 앞으로 내가 글을 쓰면서 먹고 살기 위해서는 아직도 이겨내야 하는 부분이 많다. 이렇게 단순한 서평이 아니라 캐릭터를 만들고, 하나의 세계를 창조하는 이야기를 적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읽고 써보는 수밖에 없다. 언젠가 전격 문고 작가가 될 수 있기를 소망하며 아래의 글로 마무리하고 싶다.


중요한 것은 도중에 ‘혹시 이 작품이 지루하지 않을까…’, ‘이런 이야기가 과연 괜찮을까? 역시 나는 재능이 없나 봐…’, ‘어휘력이 부족해서 머릿속에 떠오른 장면을 글에 반영하기가 쉽지 않아…’ 하는 소극 적인 생각이 뇌리를 스치더라도, 애써 무시하고 반드시 끝까지 다 써야 한다는 점입니다.

저는 소설가를 지망하는 사람에게서 다음과 같은 상담을 자주 받습니다.

“작품을 끝까지 다 쓰지 못해서 고민인데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제 대답은 이렇습니다.

“환경이 사람을 만듭니다. 프로 작가가 몇 달도 안 돼 여러 권의 책을 써낼 수 있는 이유는 작가 자신의 재능이나 노력에서 비롯된 것만이 아닙니다. ‘꼭 서야 하는 환경’에 있기 때문에 ‘어떻게든 써내는 것’ 입니다.”

그러므로 ‘꼭 써야 하는 환경’에 자신을 몰아넣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겠죠. 예를 들어 두 달 후에 친구에게 완성 원고를 보여준다고 약속하고 완성하지 못하면 밥을 사겠다고 선언하거나, 날마다 블로그에 자신이 쓴 소설을 반드시 올린다는 의무를 스스로에게 부과하거나 하는 상황을 만든다면, 열심히 하고자 하는 힘이 솟아날 것입니다.

그렇게 해서 한 권을 완성한다면 그 실적은 다음 작품을 집필할 때 마음의 든든한 지원군이 될 것입니다. ‘한번 완성해봤기 때문에 다음번에도 할 수 잇다. 어쩌면 지난번도다 더 재미있게 쓸 수 있을지도 모른다’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이런 연속성을 유지하는 것이 프로 작가가 되는 첫걸음입니다. (본문 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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